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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 맛, 향기, 빛깔에 스며든 인문주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평점 :
이탈리아의 국민성이 한국인들과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는데, 이 책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이탈리아 남과 북, 즉 북부 이탈리아와 남부 이탈리아의 사회적·문화적 차이였다. 대체로 폐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분위기 가운데서도 유독 돋보이는 볼로냐의 개방성과 합리성은 여타 다른 유명한 관광지 도시들에서는 볼 수 없는 볼로냐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부각되어 언젠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저자에 의하면 볼로냐는 다른 이탈리아 지역들과 비교해 개방적이고 밝고 친절한 분위기라고 한다.
보통 음식 문화 하면 프랑스를 많이 떠올리는데 이 책을 통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탈리아 음식이 가장 선호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축구와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제외하면 국가적으로 지방마다 다 각각 특색과 개성이 강하다고 한다. 음식의 경우, 이탈리아는 토마토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토마토를 가장 먼저 음식에 사용한 것은 볼로냐 혹은 나폴리 둘 중 하나이거나 비슷한 시기인 것으로 알려져 있고, 토마토를 소스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나폴리라고 한다. 하지만 이탈리아 음식의 다양한 특색이 가장 근본적으로 발전하고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볼로냐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탈리아 음식의 특징은 재료에 있다. 이 재료를 다루는 방식과 태도에서 이탈리아 음식의 고유한 가치가 나타난다. 그것은 선조 때부터 이어온 방식, 즉 전통적인 방식을 지키는 것이다. 그래서 소스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으며, 특히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가 더 높은 식재료로 취급되는데 공장식으로 사육되고 각종 화학적 처리가 이뤄지는 돼지고기 생산 방식은 이탈리아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스페인의 하몽이 많이 유명하지만 더 역사가 오래되고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의 프로슈토라고 한다. 특히 치즈를 비롯하여 ‘생햄’ 등 최대한 다른 것이 추가되지 않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방식이 이탈리아 식재료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고단한 역사와 그 역사에서 비롯된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중세시대에 스페인의 식민 지배와 오스트리아 그리고 로마가톨릭의 눈치까지 봐야했던 남부 이탈리아의 형편은 매우 가혹할 정도였다. 이에 반해 북부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근대적인 경향이 들어서서 매우 투쟁적이었고 금융업과 무역이 발달하면서 근대의 특징이 일찌감치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의 흐름은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져 남부와 북부의 국민성이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게까지 했다. 같은 이탈리아라도 북부에 비해 중농주의를 선택했던 남부의 경우 오늘날까지 상대적으로 국가에 더 의존적이면서 빈곤한 형편이라고 한다.
『볼로냐, 붉은 길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는 밀라노,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중심으로 소개된 이탈리아의 모습을 넘어, 음식 문화로부터 시작해 볼로냐라는 도시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역사의 다양한 모습을 깊이 있게 다룬 흥미로운 책이다. 읽기에 부담이 없는 저자의 글솜씨도 돋보인다. 시리즈로 피에몬테, 시칠리아 편도 계획중이라는데 무척 기대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