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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왕의 운명은 누가 결정하는가
김은주 지음 / 시대의창 / 2021년 4월
평점 :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은 역사를 즐기는 유용한 한 방법을 제시한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좀 더 깊이 있는 분석으로 자신의 별자리를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이 연결되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는 방식은 최근 많이 시도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이 책은 우리 역사도 배우고 단순한 운이 아닌 통계학적 패턴과 인문학적 해석이 결합된 서양의 점성학과 동양의 명리학의 진면모를 경험하게 한다.

별자리로 사람을 분석하는 방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생년월일시에 따라 한 가지 별자리만 있는 게 아니라 지구에 강력한 에너지를 주는 별자리로서 그 사람의 표현방식과 개성을 나타내주는 ‘태양별자리’, 그 사람의 내면과 고치기 힘든 습관 등을 말해주는 ‘달별자리’ 이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의식적인 측면과 무의식적인 측면을 말해주는 두 가지 별자리를 타고난다는 것이다. 이 두 요소의 조합을 통해 상승작용을 일으키거나 주변 사람이나 주변 환경과의 영향력이 사람마다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별자리의 특징과 조선시대 왕들의 역사 속 행보를 나란히 놓고 그 상관관계를 분석하면서 흥미롭게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태조가 왕위를 버리고 한양을 떠난 이유를 물병자리 성향으로 해석하는 부분이 있다. 물병자리는 모든 권위와 전통을 부정하고 남의 명령을 따르는 것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고 분석한다.(심지어 그는 무인 기질이 충만한 인물이었기에) 따라서 급진적 혁명을 통해 조선을 세웠지마나 그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감을 끝까지 감당하지 못해서 나온 결과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타고난 별자리의 의의는 그 의지와 가능성도 중요하지만, 당사자가 시대와 문화적 흐름을 타고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즉 별들이 운명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운명을 지배한다는 것. 인간은 일종의 우주의 리듬을 파악함으로써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운명론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 저자는 별자리를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바로 나와 너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그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를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은 조선시대 왕들의 이야기뿐 아니라 같은 별자리를 지닌 서양 위인들의 이야기도 곁들이고 있어 흥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처녀자리 중 가장 빛나는 업적을 남겼다는 성종의 이야기에서 기존의 틀을 과감히 깨고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예로 월트 디즈니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서로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 동서양의 인물이나 사건들을 연결하여 풀어내는 흥미로운 내용 전개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다.
역사 이야기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소현세자를 다룬 부분이었는데, 효종이 아닌 소현세자가 왕이 되었다면 그의 물병자리 기질이 남긴 행적으로 보아 조선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여 근대국가로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효종도 북벌의 꿈을 꾸면서도 무리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대동법의 실질적인 개혁을 이뤄내어 다음 세상을 준비할 줄 알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별자리와 역사를 조화시킨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로 점성학의 매력과 유용성, 그리고 조선왕조를 보는 새로운 시각, 구체적으로는 왕들의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