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시 자본주의 시대 -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
쇼샤나 주보프 지음, 김보영 옮김, 노동욱 감수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평점 :
‘틱톡’은 중국의 IT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 최근 이들이 사용자의 목소리와 얼굴 사진을 수집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처리방침을 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의 궁극적인 운영 주체나 운영 의도가 무슨이든간에 핵심은 사람의 생체정보를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통제하든 그 사람들에게 뭘 팔아먹기 위한 재료로 사용하든, 인간의 경험을 특정 목적에 활용한다는 것이 이 사안의 중요 포인트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타인의 경험을 더 심도 있게 마음대로 활용한다는 것은 정당한가?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를 기반으로 한 금융자본주의의 특징은 실물경제의 규모를 넘어서는 미래 가치를 현재로 끌어와 경제 전반의 규모를 터무니없이 뻥튀기하고 그 안에서 돈놀이를 통해 특정 계층에 자본을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부의 편중 현상을 심화시키는 데 있다. 문제는 그 뻥튀기가 어쨌든 지구에 있는 자원이나 실물자산을 기초로 해서 하는 환상놀음이기에 심각한 위험이 생기면 얼버무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런데 실물자산이 아닌 비유형적 자산까지 그 돈놀이 재료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이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로부터 창조되려고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생체 데이터’다.
『감시자본주의 시대』는 책은 디지털 기술과 지식 및 정보 기반의 경제가 품고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책이다. “정보 산업 시대의 ‘침묵의 봄’”. UC 버클리대 C. 후프네이글 교수의 평가가 이 책에 대한 가장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또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막스 베버의 ‘경제와 사회’, 마르크스의 ‘자본론’,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도 견줄 수 있다고 평가되는데, 한 마디로 시대의 본질적 문제를 날카롭게 관통하고 있는 저작이라고 볼 수 있겠다.
감시자본주의는 인간의 경험, 나아가 인간의 삶 전체를 원재료로 하여 상업적 이득을 추구한다. 특히 디지털 영역을 수단으로 우리가 심사숙고해 의사 결정을 할 틈도 주지 않고 모든 익숙한 것을 장악하고 재정의해버린다. 모든 형태의 사회적 참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개선되는 생활 양상과 그로부터 산출되는 새로운 지식이 사용자만의 온전한 것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우리 시대의 판단오류, 맹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 눈 한 번 깜빡거리는 동안 우리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다양한 생각의 파편들조차 정보로 전환되고 그것은 누군가에게 돈벌이의 재료가 된다. 돈벌이의 재료만으로 그치면 다행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나아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에 그 무서움이 있는 것이다.
심지어 행동의 예측이 거래되는 새로운 종류의 시장, 즉 미래행동시장 같은 것이 사실상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행동수정수단의 소유는 생산수단의 소유를 넘어 21세기 자본주의의 부와 권력의 근원이 될 것이라 전망한다. 기술은 이해관계의 한 표현에 불과하며 인간을 위한다기보다 모두 경제적 목적을 지향한다. 이런 세상에서 개인의 사회적 기능은 소멸할 가능성이 높고 사회적 개체로서의 기능만 남는다는 무서운 전망도 내놓는다.
‘침묵의 봄’은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본격적으로 환기시킨 책으로 사회과학 분야의 고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자본주의가 인간의 미래결정권까지 상품화하여 자본증식의 재료로 변환시키려는 감시자본주의 혹은 도구주의적 자본주의로 진화하려는 현 사태를 폭로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정신까지 재료로 삼는 나쁘게 진화하는 자본주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는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기에 충분하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