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 - 시대의 전환을 이끌어낸 역사적인 기후 소송이 펼쳐진다!
리처드 J. 라자루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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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 들어간 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고 확인할 수 있다첫째맨 뒤에 나오는 방대한 양의 참고문헌과 인터뷰 자료들그리고 거기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의 행적이다둘째온실가스 문제의 해결을 위한 첫 걸음으로 환경보호청에 청원서가 제출되고 거부된 후 뜻을 같이 하는 다수의 참여로 소송으로 이어지며 이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결정적 사건인 대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속에 채워진 관련 이산화탄소 전사들과 그 조력자들의 헌신의 기록들이다.

 

이 책이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인간이 무조건 선한 것도 아니며 무조건 악한 존재도 아닌 유연한 존재라는 것을때로는 이런 인간의 복잡한 특성이다시 말해때로는 공익을 향한 진실한 마음과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기심이 조화를 이루어온 인류에게 유익을 줄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의 아이러니다.







전 미국 부통령을 역임한 앨 고어에게서 전지구적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낼 것으로 믿었던 환경보호운동가들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어난 해프닝으로 크게 실망했지만이미 이런 움직임들은 잔잔한 불씨에 그치지 않고 꼭 누군가 의도한 것처럼 큰불길로 번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정치적 용기가 부족했던 고어의 소극적 태도는 본인에게는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환경운동 역사에서는 보이지 않는 큰 디딤돌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상승은 인류의 미래에 재앙을 드리울 기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데 이에 대해 환경보호청은 청정대기법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및 규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물론 여기에는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얽혀 있었다그러다가 조지 W. 부시 정권이 들어서면서 환경보호청으로부터 공식적으로 거부되었던 청원 건에 대한 재심리를 연방법원에 제소하게 된다이때 많은 환경보호가 동료들이 때가 아니라며 만류했던 때와 상황이 달라지면서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합류한다이 책에서는 이들을 이산화탄소 전사들이라 부른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흥미로운 내용은 앞서도 언급했듯이공익을 추구하는 사안에서 일어난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이다목적을 달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사안이지만 바늘구멍 같은 기회가 생겼고이 기회를 통해 자신이 헌신했던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가능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하기가 매우 어렵고 고달프고 스트레스 받는 여정이라는 조건은 대의를 위해 모인 사람들 간에 매우 높은 긴장관계를 만들어냈다.

 

이 책의 6장까지 이런 배경들이 소개된 후 본격적인 이야기는 7장부터 진행된다. 7장에서는 연방법원에 제출된 진정인 서면을 검토할 세 명의 판사가 어떤 성향인지 소개하는 내용이 나오고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쟁점은 바로 청정대기법이 기후 규제까지 포함하는가?’에 대한 논의다각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입장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게 마련이지만 막상 소송이 진행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흥미진진함을 느껴볼 수 있다.

 

8장과 9장에서는 구두변론에서 양측 모두 실수를 범하게 되고 이는 다행히 진정인 측에 유리하게 전개된다구두변론 후 시간이 흘러 21로 환경보호청에 유리한 결정이 나왔지만 세 판사의 판결의 근거는 세부적으로 다 달랐다그래서 완전한 패배는 아니었다여기서는 데이비드 테이틀 판사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소개되는데정말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따로 검색해볼 정도였다이렇듯 이 책에는 미국 법조계의 유능하고 존경받는 멋진 인물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개성이 넘치고 굉장히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0장에서는 대법원 심리를 허락받을 수 있는 가능성일 높일 뿐만 아니라분열된 팀을 다시 하나로 뭉치게 한 탁월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준 새 이산화탄소 전사인 헤인즐링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사람이 이 책에서 다루는 사건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팀의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 인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여기서는 글을 잘 쓰는 것의 중요성과관점을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설득의 힘이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11장에서는행운과 노출되지 않은 조력자의 도움에 힘입어 사건은 극적으로 대법원 상고 허가를 받는 이야기가 나온다흥미롭게도 계속 밀어부치기를 힘썼던 인물이오히려 대법원 판결을 통해 기후 문제를 후퇴시키는 장본인이 될까봐 불안해한다. 12장에서는 무대가 대법원으로 바뀌면서 구두변론을 누가 할 것인가로 팀이 다시 한 번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결국 이 소송을 계속 하기로 했던 밀키라는 인물이 구두변론을한발짝 양보한 헤인즐링이 서면 작성 부분에서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기로 하면서 일단락된다. 11장에서 특히 명예와 실리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내부 갈등 묘사가 몰입감이 있다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 판을 근본적으로 바꾼 헤인즐링이라는 사람이 구두변론을 하는 것이 더 나았다고 보는 입장을 지지했다하지만 그녀는 대의를 생각해 양보했고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대단한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13장에서는 구두변론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에서 진정인 팀내 핵심 멤버 간의 불화로 인해직접적으로 동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밀키의 혹독한 예행 연습 과정이 묘사된다하지만 불화한 동료들은 소송에 깊은 관심만큼이나 밀키를 신뢰하지 못한다그리고 하루 앞으로 다가온다. 14장에서는 본격적인 변론이 시작되기에 앞서 대법원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묘사하면서 대법관들을 소개하고 보수와 진보성향으로 나뉜 이들을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대강의 전략이 드러난다.

 

15장에서는 이 사건에 대한 심리가 정치적이고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률적 문제를 따지는 자리임을 확인시킨다그리고 원고적격 문제라는 큰 산을 넘으려 한다이 문제에 가장 큰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대법관의 날카롭고 공격적인 질문 공세에 진정인(밀키)은 그동안의 혹독한 예행연습의 성과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차근차근 잘 방어해낸다이산화탄소 전사의 대표 진정인은 훌륭하게 구두변론을 마무리하고 남은 3분을 정부측 변론의 반론에 쓰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16장에서는피진정인인 정부측 변론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재반론에 나선 진정인 변호인은 비우호적인 대법관의 마지막 공격도 다행히 우호적인 대법관의 도움으로 벗어날 수 있었던 장면이 나온다분위기는 진정인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다. 17장에서 진정인의 변론이 받아들여져 이산화탄소 전사들이 일단 승리하는 장면이 나온다환경보호청이 온실가스의 위험성을 지금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정은 재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이제 대법관들의 입장을 밝히는 다수의견문 작성의 내용이 판결의 무게를 가늠한다이 장에서는 대법관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 대한 묘사와 역사적 의미가 눈에 띈다. 18장 대법관들 간의 의견을 대법원의 법정의견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담았다이 과정에서 간혹 캐스팅보트를 쥔 대법관의 마음이 바뀌기도 한다하지만 스티븐스 대법관의 경험과 노련함이 환경보호청에 대한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진정인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메사추세스 대 환경보호청’ 소송이라는 길고 긴 여정에서 승리한 이산화탄소 전사들은 궁극적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결국 서로에 대한 우정이 깨지고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오바마 정권이 들어서고 각자의 자리에서 좀 더 중요한 임무들을 맡게 되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환경 정책이 더 강력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소개된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오바마 정권 때 이뤄지고 있었던 각종 성과들에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 전개되지만이미 기후 변화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까지 납득하고 받아들인 연방 정부들은 물론이고 산업계도 동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메사추세스 대 환경보호청’ 판결이 얼마나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재확인시켜주었다.

 

지구를 살린 위대한 판결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진 판결들 중 하나를 소개하는 책이지만저자 특유의 속도감 있고 실감나는 상황 묘사로 인해 매우 흥미로운 법정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였다어렵고 복잡한 정치적정책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이 사건에 관련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생한 입장과 열정생각사고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었고미국 법 체계의 유구한 전통과 역사의 일면을 경험해볼 수 있었던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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