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국 경제 미래 담론 -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안목
이철환 지음 / 새빛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은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전망하기 위해 먼저 현재 상태가 어떤지 진단한다. 고속성장의 시대를 지나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추가적인 성장동력이 시급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성장동력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경제의 건전성이 어떤 부분에서 큰 약점을 갖고 있는지 과거를 돌아보며 분석한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미디어에서 맨날 듣게 되는 한국 경제 불황의 원인이 성장의 밝은 부분과 함께 가라지처럼 같이 자라오다 치명적인 불치병의 원인이 되고 있는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내용을 ‘병든 경제’라는 주제로 묶어 다룬다. 우리나라는 특히 정경유착의 순기능으로 단기간에 경제가 급성장한 역사를 갖고 있다. 물론 경제라는 측면에 한해서다. 하지만 정치권력과의 결탁으로 고속성장한 기업의 체질은 오늘날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여전히 많은 혜택을 당연한 것처럼 누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산업용 전기료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지금보다 더 많이 내야 되는데, 이들이 하는 소리는 그렇게 되면 기업 부담이 커져서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지 모르겠다. 그동안 저렴하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그동안의 배려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담아 나라에 도로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 그런데 이들은 마치 산업용 전기료를 당연히 그 가격에 써야 하는데 올리면 기업 망한다는 식의 딴세상 논리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 경제는 비정상적인 혜택을 누려 성장했으면서도 그 과정을 건강한 기업 문화와 시스템으로 발전-정착시키지 못하고 소수의 재벌기업과 다수의 허덕이는 중소기업이라는 위험한 산업구조를 만들고 말았다. 이 안에 저자가 말하는 무기력경제, 탐욕경제, 갈등경제, 지하경제 등의 개념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의 경우 이런 기형적 기업 성장 문화를 제때 개선하지 않고 저급하고 비리와 부패 투성이인 정치문화와 행정 및 사법 문화를 키워오면서 전 국민을 불로소득의 한방에 입맛 다시게 하는 투기경제로 몰아넣고 양극화를 초래했다. 차입경제정책도 효율적으로 집행하며 성과를 거둬들이는 것이 아니라 성과급잔치,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눈먼 돈으로 만들어 재정건전성을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한해서 보면 지배층 혹은 기득권이 쌓아온 탐욕스럽고 안일하고 부도덕한 정치와 행정, 사법 시스템의 책임을 부정할 순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문화 경제, 행복 경제 등을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비물질적 가치를 물질적 가치로 치환하여 나라 경제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일으켜보자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물질적 풍요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정신적 풍요를 충족하게 된다지만 이 정신적 풍요를 충족해줄 수단인 문화나 비물질적 가치에 해당하는 것들이 상품화가 되면 어차피 정신적 풍요라는 것도 물질적 풍요가 쓴 가면에 지나게 되지 않는 것 아닐까? 인간의 감정, 감성, 정신적인 부분까지 상품화하여 이것이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시선은 다소 아쉽다.
결국 모든 것은 돈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그것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잘못 형성되어온 한국 경제 체질을 대폭 개선해야 된다는 관점과, 우리의 일상과 정신세계를 형성하는 문화적, 정신적 요소들을 국부 증진의 관점으로 보는 것 외에 다른 참신한 발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약간 모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성공시켜주길 바랐던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와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말로만 떠들었다는 데 있다. 그것이 핵심이다. 정치와 경제, 사법과 행정 모든 분야가 무엇이 가장 문제였는지는 ‘내로남불’이라는 사자성어 하나가 결정적으로 정리해주었다. 이런 요인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고 미래 경제의 희망으로 문화나 행복을 추구하는 경제를 논한다는 것은 또 다른 기형을 낳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저자가 이런 포괄적인 논의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관료 출신이어서인지 건강한 파격은 보이지 않는다. 기본소득에 대해 아주 잠깐 언급하고 넘어간 데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 책은 포괄적으로 우리 경제와 문화, 사회 및 일반적인 상식들을 고루 다루고 있어 말 그대로 ‘경제 교양서’로서 무리 없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