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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위한 도서실 안내
아오야 마미 지음, 천감재 옮김 / 모모 / 2021년 4월
평점 :
독서는 물론이고 책과 연관된 모든 것에 흥미가 있는 독자라면 당연히 문학이나 책, 글쓰기가 작품 전반에 중요한 요소로 다뤄지면서 그런 성향이나 능력이 어떤 사건을 해결하거나 어떤 문제를 풀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형식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소설도 그런 형식의 이야기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하지만 진부하다거나 지루하지 않다.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을 우한 도서실 안내』는 기본적으로 책이라면 질색하는 아라사카 고지라는 남학생과 평소엔 소심해 보이지만 책 이야기에는 눈빛부터 달라지는 독특한 캐릭터인 후지오 호타루라는 여학생이 뜻하지 않게 도서위원으로서 한 팀이되어, 이제는 더 이상 발간되지 않는 도서신문을 부활시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책을 읽지 않거나 도서실에 온 적이 없던 사람이 읽게 될 도서신문을 만들고 싶다는 부 담당 가사이 선생님의 바람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며 절대 이 일과 엮이고 싶어하지 않는 아라사카, 오로지 편하게 학교 부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선생님은 좋아하는 책이 없다는 아라사카야말로 책을 좋아하지 않고 도서실에 올 일이 없을 사람들에게 오히려 흥미를 끌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으니 적격이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그를 끌어들인다. 그리고 여기에 후지오 호타루라는, 엄청난 독서가이자 활자 중독으로 설명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여학생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추가된다. 이런 등장인물 설정과 이야기 구조는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항상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게 하는 유용한 장치이기도 하다. 여기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난다.
이들이 만들어낼 도서신문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까? 누구나 생각할 법한 아이디어로 신문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 아라사카는 스스로 빈약한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이런 건 자기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선생님은 그때 책벌레의 감상과 책을 질색하는 사람의 감상이 동시에 실리는 도서신문이라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 책 중반으로 들어갈 즈음에 독자는 사람들이 왜 이야기를 하고 듣고 매료되는지, 언제부터 그렇게 하기 시작했고 어떤 목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지를 후지오의 입으로 전해듣게 된다. 하나의 단순한 정보가 여러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리면서 단순한 정보는 어떤 맥락 위에 놓이게 되고 사람들은 거기서 하나의 의미나 가치를 이끌어낸다. 이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오락이나 흥밋거리가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현실을 자신의 성격이나 특성, 가치관에 맞게 살아갈 수 있는 지혜의 공급원이 되기도 한다.
이 소설은 몇몇 다른 유명한 작품들을 떠올리게 하는데, 이를테면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이나 ‘빙과’ 시리즈가 생각난다. 지금 언급하는 책들을 읽어본 독자들이라면 이 두 작품이 묘하게 결합된 것 같은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읽어보지 않은 독자들이라면, 우리나라 중고교 교육환경에서는 좀처럼 나올 수 없는 일본 특유의 중고교를 배경으로 하는 가벼운 일상 탐정물 혹은 미스터리의 매력을 조금은 느껴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