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주권화폐 -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의 대안
제프 크로커 지음, 유승경 옮김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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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자본주의가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 인간이 소비로라도 기여하라는 의미라는 말이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다그리고 어찌 보면 가장 설득력 있는 설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이 책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에 의한 생산성이 점점 감소하는 추세에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문제는 이로 인해 소득도 같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할 여력이 점점 떨어진다는 데 있다물리적 상품만이 아니다무형의 상품이라 할 수 있는 서비스 영역에서도 사람들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요컨대 전반적으로 인간의 노동에 의한 소득과 소비 여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더 큰 문제는 사람들이 신처럼 떠받들고 한 치도 의심하지 않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점자 불평등하고 비대칭적이고 기형적인 형태로 유지되다가 붕괴될 가능성이다왜냐하면 생산한 만큼 소비가 되어야 자본주의가 돌아가는데 앞서 말했듯이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이 책에서 표현하듯 총수요 감소로 인해 경제 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은 냉정하게 이야기해서 자본주의를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이 짜낸 최후의 지혜라고 할 수 있다물론 이 책은 기본소득의 순기능을 피력하면서 사회정의건강한 경제삶의 질 향상 같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모든 사람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을 권리는 중요하다기존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긍정하는 사람들은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마치 모든 사람들이 노동 의욕을 잃고 궁극적으로 경제가 망가질 것처럼 게거품을 물고 있지만 사실상 인간 중심의 관점이 아닌 자본주의 기반의 경제를 주체로 두면 기본소득은 그야말로 자본주의에게 최선의 조건을 마련해주는 셈이기 때문에 굳이 시장주의자들이 벌벌 떨 이유가 없다인간 따위야 소비에 기여할 수만 있다면 가만히 누워 있든 몸통으로 기어 다니든 상관없는 일 아닌가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문제에서 해방된 인간이 어떤 창조성을 발휘하고 극적으로 주어진 선택의 자유를 어떻게 선용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기는 하다.

 

기본소득 문제와 더불어 주권화폐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이것은 기본적으로 화폐의 창조즉 화폐의 발행을 부채의 부담을 지지 않고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기존의 경제 체제에서는 부채가 만들어지면서 부를 팽창시키는데이 과정에서 채무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경제가 흔들리고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더 큰 빚을 만들어(이걸 양적완화긴축 재정 등으로 부른다전체적으로 국가부채가 늘어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하지만 저자가 제안하듯 주권화폐 개념으로 화폐를 창조하면 적자도 부채도 없는 상태의 화폐로 기능하게 된다고 한다그리고 이런 화폐의에 재원이 조달되는 기본소득을 골자로 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핵심적인 것은 기본소득의 재원을 조성할 때 경제의 실제 산출량이라는 제약을 엄격히 준수하여 그 지점을 넘어서까지 주권화폐를 발행하지 않는 것인데이는 현재 금융업 기반의 경제가 실물 경제 이상의 뻥튀기한 부로 장난을 치면서 발생하는 재정적 불건전성을 초래하는 사례의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과 주권화폐는 우리가 생산할 수 있는 한도와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서는 화폐 정책으로 더이상 고통받지 않기 위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부터 제기되어온 문제, ‘경제성장이 안 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라는 명제가 떠올랐다기술이 발전할수록 비근로소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 버티고 버티다 폭탄돌리기나 마찬가지인 대출을 늘려 재정 순환을 도모하는 방식은 모두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소수만 배불리다 모두 배터져 죽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 책은 우리가 경제에 대한 사고방식을 대폭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으며구체적으로 금융업 기반의 경제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피폐하고 만들고 있는가를 직시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하지만 타인의 비참함과 피폐함우열을 가리는 데서 쾌감을 느끼는 비열한 인간의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경제 전쟁터의 투사들이이런 평화주의적(?)인 제안을 곧이곧대로 수용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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