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니 모레티의 영화 Italian Cinema Collections 1
이바 마지에르스카.라우라 라스카롤리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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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표지 이미지에서 느껴지기로는 언뜻 체 게바라와 더스틴 호프만을 섞어놓은 듯한 인상그리고 그외에도 여러 배우들의 느낌이 복합적으로 나는 영화감독 난니 모레티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탈리아 남자답게 역시 멋지다사실 그의 존재나 영화에 대해서 생소했던 터라 내가 얼마나 영화 쪽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한지 생각하면서 한 장 한 장 읽어나갔다.






난니 모레티는 이탈리아의 영화감독이다최근 30년 동안 이탈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감독이라고 한다그는 기존의 시스템즉 주류를 따르지 않는 반아웃사이더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이 책의 표현대로 그는 자급자족을 하면서 영화계의 중심에 선 인물이라는 것이다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의지와 방식대로 영화를 만들어왔고 성공할 수 있었던 그의 삶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청소년 시절 그의 주요 관심사는 정치영화수구 이 세 가지였는데영화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이라고 한다정식 코스로 영화감독 데뷔를 하기 어려웠던 그는 1973년 자신이 수집한 우표를 팔아 카메라를 구입해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영화 산업이 공급과 수요를 충족할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했고따라서 영화를 찍기에 열악했던 환경이었던 당시 모레티는 혼자서 첫 영화를 제작하며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자급자족 시스템을 찾아냈는데이것이 1970년대에 큰 성공을 거둔 대안극장이른바 시네클럽이었다몇 편의 영화를 찍고 난 후 기존 영화 산업 테두리 내에서 영화를 찍을 시도를 한 적도 있는데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닫는 경험을 한 후 계속해서 자신의 자급자족’ 프로젝트는 이어지게 된다여기서 독자는 우리나라의 비효율적이고 편의주의적 행정의 일면을 겹쳐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급자족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의 연이은 성공은 그를 자연스럽게 제도권 안으로 들이게 된다즉 외부 투자자를 찾기가 쉬워졌다는 말이다그러나 모레티는 규칙을 세운 동시에 그것을 허물어뜨리는 그의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인해 전형적인 이탈리아 산업 시스템 안에서 계속 영화를 만들지 않게 된다그러나 그는 자신의 의도가 어찌되었든 정치·사회·문화적으로 이탈리아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즉 발언 하나하나가 이슈가 되고 정치적 담화로 불거지는 주요 인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그의 조국 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과 그의 영화 작업과의 관계이다소련의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면서 좌파 정당이 정체성과 목적전략을 잃고 우왕좌왕하며 그 영향력이 상실되고 있을 때그는 영화라는 자신의 표현법으로 좌파 진영이 어떻게 다시 생존해야 하는지 나름 길을 제시한 듯 보인다그러나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집권하면서 부패와 비리가 만연하고 사회적으로도 공동체보다 개인주의가 우세하게 되고이미 이전부터 유럽의 68혁명 이후 전통적 가치의 긍정적인 부분까지 변화의 요구를 피하지 못하게 되면서 이탈리아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 위에서 방향을 잡지 못하는 배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와 같은 상황에서 난니 모레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제작 시스템으로 펼쳐내면서도 전통적인 가족의 가치에 대해 다시 묻고스스로를 낮추는 풍자와 아이러니스트로서의 존재감주어진 권위를 내려놓고 끊임없이 정치적 담론을 생성해내는 활동으로 이탈리아가 나아가야 할 시대정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난니 모레티의 영화세계를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도 있지만포괄적인 예술과 정치문화에 대한 이론적 공부도 대략적으로 할 수 있으며예술활동 역시 정치와 분리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공공성을 띄고 있다는 사실을 이탈리아의 현실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고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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