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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운명 - 오풍연 전 서울신문 법조대기자가 지켜본
오풍연 지음 / 오풍연닷컴 / 2021년 5월
평점 :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조국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차기 대권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하고 있다. 그것도 본인 의지가 아니라 논란의 중심에서 굳건히 본인 스타일대로 버티던 인물이 말 그대로 타의에 의해 가장 강력한 대권 후보가 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야기다. 이렇게 비상식적인 상황이 왜 일어나야만 했을까? 촛불 혁명으로 세워진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촛불이 요구했던, 기대했던, 희망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거의 자멸하다시피 실책을 거듭하면서 많은 국민들이 원하지 않았던 고집까지 부려가며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 최종 평가는 후대의 몫이겠지만 이미 진보 정권으로서의 진정성은 내로남불로 무너진지 오래고, 더 크게는 자기들이 설정했던 기준의 발끝에도 못 미치는 언행불일치는 너무나 큰 실망만 안겨주고 있다.
윤석열 씨가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철수 신드롬을 돌아보게 된다. 이밖에도 비교하는 케이스가 많다.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이 있다. 정치의 외곽에 있다가 갑자기 대권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들이다. 이 책의 평가에 의하면 안철수나 반기문 같은 사람과는 달리, 윤석열은 검찰 범죄정보3담당관으로서 여의도 정치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이 있는 것과, 논란 이후 보인 언행으로 보아 정치 감각을 어느 정도 보여주기까지 하고 있어 실제로 대선 후보로 나선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안철수 신드롬 때 우리가 기대했던 것이 무엇이었나? 그것은 바로 기존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비전과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새로운 정치 문화로 바꿔주리란 희망이었다. 안철수는 하나의 대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든든한 후원자로 뒷받침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판단으로 결국 기존 정치권에 물들고 말았고, 이후에는 그저그런 정치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오히려 정치인 이전의 안철수로 남아 있었다면 훨씬 더 나라에 이익이었을 것이다. 결국 이후에 보인 행보들은 그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담아내기에 적절한 역량은 갖춘 인물이 아니었다는 확인만 반복해서 해주고 있다.
나는 윤석열 신드롬도 같은 맥락으로 본다. 윤석열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상식과 정의와 공정이라는 키워드로 이슈를 선점하고, 기존 정치 권력과 대립하는 가운데 더 많은 국민들의 성원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그가 이번에야말로 기존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무엇을 보여줄 인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안철수 때와 다름없다. 그에게는 좋은 본보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제3지대 신당이라는 새로운 독자 세력으로 대선을 치르지 않는다면 그건 또 한 번 안철수의 재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말 정치할 생각이 있다면 그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만약 그가 국민의 힘과 같은 기존 보수 세력에 합류하여 대선을 치르려 한다면 그는 반드시 패배할 것이다. 대선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이 된다 해도 이리저리 휘둘려서 아무 것도 못할 것이 뻔하다. 그가 비록 실패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독자 세력을 갖추어 대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 옳은 길이다. 그러면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정치권에 붙는 선택을 한다면 그는 안철수와 같은 레벨의 정치인이 될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이력은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판단을 어렵게 한다. 그는 보수적인 집단에서 성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며 여기까지 온 인물이다. 이런 점만 보면 국민의 힘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 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반면 기존 정치권과는 보수든 진보든 가리지 않고 자리 스타일대로 해온 모습도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안철수가 갔어야 했던 제3의 길로서 새로운 정치 질서를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그의 행보는 한국 정치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윤석열의 운명』은 윤석열 씨가 어떻게 유력한 대선 후보로 올라설 수 있었는지 그 황당한 과정을, 저자의 지난 칼럼들을 역시간순으로 배열하여 그 흐름을 거슬러 추적하는 구성을 띄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의 독특한 편집이다. 모든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후 한 달 정도 지날 때 벌어졌다. 사실 별 대수롭지도 않은 사안 때문에 왜 그토록 오랜 시간 국민들이 피로를 겪어야 했는지 너무 기가 막힌다. 조국이 뭐고 정경심이 뭐길래 그런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시끄러워야 하고, 또 추미애와 윤석열의 줄다리기가 도대체 나라에 무슨 이익이 있길래 그토록 오래 시간을 끌어 사람들을 피곤하게 해야 했는지 도대체 이해불가다.
그래서 황당한 과정이라고 하는 것이다. 윤석열 씨가 만일 기존 정치권과 손을 잡는다면 그 이후로는 누가 되도 아무 의미 없다. 지난 세월 속에서 보아온 것처럼 어차피 반복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러니 한 줄기 기대를 걸어본다면, 윤석열 씨가 정말 이 책에서 기대한 대로 남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줄 수 있다면, 정말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실천해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하지만 정말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는 성실한 법조인이었지 정치에 뜻이 있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게 발목을 잡을지 장점이 될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그가 좀 색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한들, 법조인 출신 선배 정치인들을 답습하지 않으리란 보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