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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신뢰 -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ㅣ 현대지성 클래식 36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4월
평점 :
랄프 왈도 에머슨은 19세기를 살다 간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이다. 워즈워스의 시와 더불어 에머슨의 수필은 19세기 영어로 된 글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될 정도로 산문작가로서 역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휘트먼이나 에밀리 디킨슨, 로버트 프로스트 등의 문인들과 나아가 존 듀이, 니체 등의 철학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머슨의 글은 미국의 본격적인 서부 개척 시대와 맞물려 있어 당시 시대상과 연결해서 보면 더 깊이 있는 이해가 가능하다.

‘사람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번쩍거리며 지나가는 빛줄기를 발견하고 관찰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각 개인에게는 음유시인이나 현자들에게서 나오는 하늘을 가로지르는 불빛보다 자기 마음속에서 샘솟는 한 줄기 빛이 더 중요하다’
- p.13~14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세련된 형태의 자기애를 느꼈다. 요즘은 누구나 자기의 생각을 아무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다. 그것이 때로 문제를 일으켜 애를 많이 먹게 하거나, 유명인의 경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진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삶에 숨통을 트이게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도 조금은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에 앞서 이 책은 자신의 생각을 자신 있게, 당당하게,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태도를 기르는 데 우선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자기 자신을 믿어라. 모든 사람의 가슴은 이 철칙에 따라 반응해야 한다. 신의 섭리가 당신을 위해 마련한 자리,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어울림, 사건 사이의 상호 연결을 받아들여라. 위대한 사람들은 언제나 그렇게 해왔다.’
- p.15~16
에머슨은 신학을 공부했는데, 형식적인 종교의 행태를 비판하다가 인본주의자, 자연주의자로 돌아선 케이스다. 신의 섭리를 인간을 위한 자리 마련으로 해석하는 인식의 전환을 보며, 당시 미국의 기독교 부흥이 폭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면에 형식주의로 변질되는 양상과 그 한계를 에머슨은 더 두고볼 수 없었던 모양이다.

‘사회는 결코 진보하지 않는다. 한쪽에서 빠르게 진전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빠르게 후퇴한다. 그것은 지속적인 변화를 겪는다. ……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일방적으로 좋은 쪽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뭔가 득 보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새 기술을 획득한 사회는 오래된 본능을 잃어버린다 …… 문명인은 마차를 만들어냈으나 그 대신에 두 다리를 사용하지 않는다. …… 그는 멋진 제네바 시계를 손목에 차고 있으나 하늘의 태양을 보며 시간을 맞추는 능력은 사라졌다’
- p.57
위와 같은 글을 통해 에머슨의 사상은 인간의 가능성과 가치를 높이 사면서도 그 인간에 의한 기술의 진보와 문명의 발전을 긍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에머슨에게 있어 진보란, 발전이란 물질적인 것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직관주의적 입장에서 사물의 본질이 파악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정신과 물질의 관계를 다룬 그의 철학은 ‘초월론’ 혹은 ‘초월주의’로 불린다.
‘미국인들은 신앙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달러의 위력을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들은 인간의 고귀한 정서에도 귀가 멀었습니다. 그들은 모임을 조직하듯이 북풍도 마음대로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자와 지식인 계급처럼 신앙심 없는 집단도 드물 것입니다.’
- p.139
이런 글을 보면 에머슨은 기독교를 완전히 버린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진리를 정립한 자기만의 기독교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점점 물질중심적으로 변해가는 미국 사회에 신앙이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애감이라도 느꼈던 것일까? 그리고 그 반동으로 인간 내부에서 희망의 빛을 이끌어냈다. 그의 신비주의적 종교 감성은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 같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