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 -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폴 S. 보이어 지음, 김종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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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나라 중 하나다. 서구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경쟁이 동아시아에 불어닥친 가운데 일제강점기로 고통 중에 있던 암담한 현실의 우리나라가 숨통을 틀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외부적 요인의 중심에 미국이 있었기 때문이고, 또 하나, 해방 이후의 우리나라가 분단의 역사를 가게 만든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미국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해방 이후 우리가 분단 국가가 되는데 소련이나 북한을 큰 원인으로 알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38선을 기점으로 남북을 나눠 신탁통치를 제안한 것은 미국이었다. 당시 이 사실을 알고 김구, 김규식 선생 등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힘썼으나 이승만 세력이 권력을 잡기 위해 그 제안을 적극 받아들인 것이다. 마지막 남은 남과 북의 대화 기회조차 그런 식으로 허망하게 날아가버리며 우리 민족은 이후 비극의 역사로 이어진다.

 

이후 우리나라는 외국의 원조와 한국인 특유의 근성으로 비교적 빠른 시간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내며 풍요로운 환경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이 과정에서 미국이 엄청나게 도움을 준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일본에 손을 벌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미국이 우리나라를 위해 굉장히 애를 써준 것처럼 느끼고 여전히 감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아무 조건없이 헌신적으로 우리나라에 와 꽃다운 목숨을 바친 미국의 젊은이들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그 위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휘하고 있던 미국 수뇌부들은 우리나라의, 아니 남한의 조속한 평화와 안전은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진보 진영에서 반미 감정을 부추겼던 것은 그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고 노회찬 전 의원 생전에 언제까지 미국 젖만 쭉쭉 빨아먹으며 살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도 그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 굉장히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실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왜냐하면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한 쪽으로 치우져 있고, 학교에서는 피상적인 사실만 배웠고, 성인이 되고 나서는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정보만 흡수할 뿐, 객관적인 사실로서의 미국의 정치나 사상, 역사를 차분하게 배우고 고민해본 경험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중에 미국 역사에 관한 책이 참 많이 나와 있는데도, 미국에 대해서 한 번 공부해볼까 했는데도 제대로 시작하려면 쉽지 않은 것이 또 역사 공부다.

 

이 시점에서 출간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참 적절한 미국사 입문서라는 생각이 든다. 저명한 미국의 역사학자가 자국의 역사를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핵심을 놓치지 않고 중요한 주제 중심으로 유려하게 써내려 간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콜럼버스의 발견 이전에 이미 다른 대륙에서 넘어와 정착한 외부인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고, 그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아메리카라 불렀던 대륙에 이미 주인으로서 자연과 조화롭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인디언 민족이 얼마나 처참하게 그 땅에서 이방인이 되어갔는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식민지 정복의 역사 가운데서 구대륙의 전통과 문화, 가치관을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온 이민족들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지만, 그 내용에서 대체로 이익과 탐욕이 동력이 되어 성취된 업적들이 대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으로서 참 먹먹한 감정이 들었다. 스페인, 네덜란드, 프랑스 등의 나라들과의 신대륙 쟁탈 경쟁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영국 이민자들의 후예가 바로 미국인 것이다. 그런 프론티어 정신이 고귀하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님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역시 미국 역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대항해시대 이후의 산업화와 자본주의, 그리고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이 어떻게 연합하여 미 합중국을 세울 수 있었는지, 또 그 안에서 벌어진 수많은 정치적, 경제적 인종적, 종교적, 문화적 갈등을 어떻게 해소해나갔는지, 아니면 관리해왔는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국 사회의 혼란의 근원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까지 간략한 이 책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미국사는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 전달자로서 참 잘 쓰인 미국사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 네이버 「북카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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