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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게 읽었다 - 각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영역별 책읽기
이권우 외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1년 4월
평점 :
사람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나 태도가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오직 하나의 사람 대하는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람마다 고유의 성격 혹은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유쾌한 사람, 좀 더 예민한 사람, 좀 더 내성적인 사람 등등 캐릭터에 따라 대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책을 읽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때는 일단 읽어보면 되는 줄 알았다. 무슨 말인지 몰라도 일단 읽어보고, 잘 모르겠으면 일단 대강이라도 파악될 때까지 같은 부분을 읽고 또 읽었다. 그런 요령없는 반복적인 방법을 통해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파악되는 축복받은 사람도 있겠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독서 방식이었다. 그 악영향은 지금도 남아 계속 책읽기에 애를 먹고 있는 나를 만들어버렸다.
책을 읽는 것도 요령이 필요하다. 잘 모르면 배워야 한다. 다행히도 많은 독서의 달인들이 자신들만의 독서법을 세상에 풀어놓았다. 그들이 말하는 책읽기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고 차이점도 있다. 그러면 이번에 출간된 「나는 이렇게 읽었다」는 다른 독서 방법을 다룬 책과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를까? 차이점부터 먼저 얘기해보자. 가장 특징적인 것은 이 책의 저자가 6명이라는 점이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가르쳤거나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책읽기는 직업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직업적인 책읽기는 즐거움의 독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생존을 위해, 생산을 위해, 일로서의 독서 훈련이 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전에 독서의 즐거움, 혹은 독서를 왜 해야 하는지 체험했거나 그 답을 나름대로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배경을 바탕으로 더 나아가 직업적인 책읽기와 글쓰기까지 나간 사람들다. 포괄적이고 일반적 독서론은 모두의 글에서 교집합을 이룬다. 하지만 이 책이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일반교양, 문학, 인문고전,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이라는 - 분야에 따라 독서 방법의 결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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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양도서 읽는 법, 에서 저자 이권우는 ‘교양도서는 깊이 있는 책읽기에 들어가기 위해 지식의 폭과 깊이를 넓히려는 독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라고 정의한다.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키우려는 의지와 용기가 있는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라고 할까. 책을 읽고 내재화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읽은 책을 주제로 토론하고, 글을 써보는 것을 권한다. 그는 창조적 지성이 되기 위해서, 새로운 앎에 대한 갈망이 강렬한 사람, 지금보다 더 나은 나 자신과 공동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사람을 ‘책을 읽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교양도서는 지식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배려한 책이다. 그래서 책읽기의 시작으로 교양도서의 유용함을 밝힌다. 2.문학도서 읽는 법, 에서 저자 고봉준은 문학도서를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오로지 이성능력에만 의존하여 하는 현대인의 병적인 상태를 중화시키는 해독제’가 문학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 공감을 증폭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내용은 소설을 읽을 때 첫 문장이 가지는 의미였다. 처음 읽는 첫 문장과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돌아와 다시 읽는 첫 문장에 대한 의미 설명이 흥미로웠다. 산문과 시라는 형식을 대비하여 읽는 방법이 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3.인문고전 읽는 법, 에서 저자 전호근은 독서에서 경험하는 상상력의 확장과 증폭되는 자유도의 매력을 말한다. 책을 읽으며 얻는 가장 큰 즐거움으로 몰입을 꼽으며, 그것이 전쟁의 공포마저 잊게 해준 사례를 소개한다. 인문고전을 읽는 이유로 세계를 더 깊이, 스스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고전을 읽는 데에는 독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시대의 격차다. 당대의 저자와 현대의 독자가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방법들을 소개한다. 4.사회과학도서 읽는 법, 에서 저자 이병주는 ‘사회학적 상상력’의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사회과학책 읽기가 어떻게 보다 나은 사회, 우리,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사회학적 상상력’을 길러줄 수 있는지 설명한다. 여기서 특징은 사회학은 연구자로 하여금 정치적 입장을 허락한다는 데 있다. 즉 다른 학문과 다르게 우리의 실생활에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회학의 의미를 밝히며, 사회과학책이 결코 지루하고 건조한 내용이 아님을 알려준다. 5.자연과학도서 읽는 법, 에서 저자 전중환은 과학의 즐거움과 재미를 알기 위해 먼저 대중적인 입문서를 통해 관련 분야에 흥미를 가질 수 있기를 권하고 있다. 자연과학분야의 대중교양서들은 최근 들어 수많은 능력 있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등장하면서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예술도서 읽는 법, 에서 저자 윤민희는 예술도서는 ‘작품의 감상, 해석, 비평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예술에 흥미가 있는 입문자 혹은 아마추어를 위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데 먼저 의미를 두고 있고, 나아가 추상적이고 복잡한 예술이라는 분야에 대해 그 본질과 기원, 사회적 측면과의 관계 등 총체적 이해를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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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저자들이 인용하거나 소개하는 양질의 참고도서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정말 읽어야 할, 읽고 싶은 책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 이 책 뒷편에 저자들이 다룬 책들이 ‘도서 목록’으로 따로 정리되어 있어 나중에 찾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수많은 독서나 글쓰기 관련 책들이 범람 수준으로 나와 있는데, 이 책은 말 그대로 균형 잡힌 기획과 내용으로, 독서에 있어 이론적인 면과 실용적인 면 양쪽에서 만족할 만한 지식과 도움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생각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