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선생
곽정식 지음 / 자연경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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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표지에서 느껴지는 토속적이고 시골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딱 그런 느낌의 글들이 가득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속으로 들어가니 예상과 달리 다채롭고 풍성하고 재미있고 때로는 감탄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의미 있는 내용까지 담고 있는 무척 매력적인 책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잠자리의 날개를 붙잡고 놀다가 놓아주니 힘없이 죽어버리던 모습을 회상하며 무지했던 자신의 미안함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잠자리 날개에 있는 미세한 혈관에 해당하는 翅脈(시맥)이란 무늬를 통해 잠자리의 생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또 더불어 서로를 살피고 보호해야 할 섬세한 사람의 마음에 관해 논하는 글솜씨가 우선 눈에 띄었다.

 

 

 

 

 

 

매미의 삶을 통해 하나의 이치로 모든 사물을 꿰뚫어 봤다는 공자를 이야기하고, 본질과 핵심에 이르는 단순함의 원리를 논한다. 또 페로몬, 즉 체취를 통해 집단을 통솔하는 벌의 생태를 통해 진정한 리더십에 대한 저자의 통찰을 보여주며, 곤충에 한정하지 않고 벌과 비슷한 방식으로 집단을 다스리는 낙타의 사례도 소개하며 폭넓은 지식을 전달한다.

 

다양한 메타포를 이끌어내는 나비의 이야기에서, 유명한 장자의 호접몽 이야기를 다시 만나고, 또 저자의 개인사를 언급하면서 보이는 이유와 보이지 않는 이유의 묶음이 바로 因緣(인연)이라는 가르침을 얻는다. 또 과학 분야로 넘어가 나비효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현대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이 따라나와 지적 즐거움을 준다. 귀뚜라미의 습성과 관련해서는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의 쓸쓸한 일생이 오버랩되고, 또 동물 싸움 보는 것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문화 이야기가 이끌려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는 반딧불이. 오염되지 않은 청정한 자연, 맑은 공기, 지성미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빚어낸 반딧불이의 매력, 고요한 빛으로 밤의 공간을 은은히 비추는 반딧불이의 습성과 생태를 통해 더 맑고 따뜻한 사회를 위한 고민과 저자 나름의 해법도 풀어낸다.

 

충선생은 이처럼 곤충이라는 주제를 통해 곤충의 생태는 물론이고, 각 곤충과 연결된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적, 사회적 지식과 교훈을 제공하고, 또한 정서적 공감과 위로, 저자 개인의 체험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잔잔하고 훈훈한 이야기가 두루 펼쳐져 있는 멋진 책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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