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길
레이너 윈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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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먼저 친구 등 가까운 사람들과는 절대 돈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준다. 오랜 시간 모두 다 떠나고 남은 단 한 명의 우정어린 존재라 하더라도, 돈 문제로 엮이면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인 타격을 모두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초반부터 알려준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책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즉 너무나 순진하고 순수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부부가 고된 여정을 시작하게 된 까닭은, 저자의 남편의 친구가 저지른 배신 때문이었으니, 개인적으로는 책 전체가 보여주는 아름다운 느낌보다 현실적인 교훈을 주는 사건이 더 큰 울림이 있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사실로, 보통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영국의 사법 지원 체계와 행정 시스템에 대한 민낯이다. 또 영국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노숙자들 중 많은 수가 자국의 관광 산업을 위해서 없는 존재처럼 여겨지고 있는 잔인한 현실도 알게 되었다. 집을 잃고 사실상 노숙자로 전락하여 여행길에 오른 저자 부부는, 왜 그렇게 많은 노숙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를, 집을 잃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모는 영국의 현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 책은 저자와 남편이 새로운 삶의 국면으로 이어지게 되는 여행기이자 에세이의 성격을 내세우고 있지만, 한 편의 로드무비 같은 느낌, 소설 같기도 하다. 사람에게 배신 당하고, 보통의 서민으로서 법을 시시콜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데서 온 불찰로 잃지 않아도 되는 집을 빼앗기게 되는 과정, 그리고 오로지 서로를 의지하고 살았던 두 사람의 사랑과 추억에 기대어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여행길을, 새로운 돌파구의 기회로 삼아보자는 이상적인 희망, 그러면서도 뇌 피질기저퇴행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점점 죽어가는 병에 걸린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악몽에 시달리다 식은땀을 흘리며 한밤중에 깨어나는 모습, 폭풍우 속에서 힘겹게 텐트를 치고 겨우 밤을 보낸 후, 아침에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와 보니 불과 사람 한 명의 키 정도 거리를 두고 절벽 끝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 느끼는 복잡미묘한 감정...

 

 

 

 

 

 

결국 그 모든 여행의 끝에 이 부부에게 남은 것은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사, 기발하면서도 기적적인 활로가 트이면서 생긴 새로운 삶의 터전에서의 희망, 그리고 지난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따뜻한 추억들이었다. 이들 부부의 계속되는 삶이 와일드 사일런스라는 책에 담겨 있다고 하니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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