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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혁신 - 100년을 성장하는 기업들의 창조적 파괴 전략, 개정판 ㅣ Harvard Business 경제경영 총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마이클 E. 레이너 지음, 딜로이트 컨설팅 코리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1년 4월
평점 :
사업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사업 아이템이 성공하여 빠른 시간 내에 회사가 안정적인 국면에 접어들기를 바랄 것이다. 그러나 사업이란 행위 자체가 항상 불안정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와 같아서,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다고 끝이 아니며, 현상을 유지하려는 욕구는 결국 가라앉는 수순밖에 될 수 없음을 많은 경제·경영서들이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규모에 관계 없이 모든 사업가들은 자신의 사업체가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를 바란다. 결국 기업의 장기적 생존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생명체처럼 혁신과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자리 잡은 사업을 후순위로 미루면서까지 혁신안을 밀어붙이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런데 모든 기업의 꿈인 지속적인 성장, 즉 혁신을 통한 성장의 예측과 반복이 비현실적인 것 같아도 이 책의 저자들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혁신이란 것이 하나의 얼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에 따르면 혁신에는 크게 파괴적 혁신과 존속적 혁신으로 나뉜다. 존속적 혁신은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이 있는 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이미 점유하고 있던 시장에서의 우월성 때문에 내부에서 시행하려는 혁신안이 기존에 잘 나가는 사업과 균형을 이루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음을 볼 수 있다. 파괴적 혁신이란 시장에 신규 진입하려는 신규 사업자가 기존에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아닌 새로운 시장 혹은 소비자층을 만들어내어 정착하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다시 신시장 파괴 전략과 로우엔드 파괴 전략으로 나뉠 수 있다. 신시장 파괴적 전략의 예는 소니가 처음 포켓용 라디오를 들고 새로운 소비층을 창조하고 시장을 개척한 경우가 있고, 로우엔드 파괴적 전략의 예로는 종합제철사가 마진율이 낮다고 여기는 철강 제품 시장에 적은 비용과 가격 경쟁력으로 진입한 작은 규모의 제철사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여 이윤을 내는 경우인데, 이때 종합제철소는 마진율이 낮은 사업 부분을 정리하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 라인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파괴적 혁신 전략은 막 시작하는 기업이나 전혀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기업가들에게 유효한 전략이고, 존속적 전략은 기존의 인프라 안에서 새로운 차원으로 기업이 성장 동력을 쟁취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 동일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상황에 맞는 이론을 적용하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업의 상황에 따라 파괴적 전략이 존속적 전략이 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눈에 띄는 또다른 특징으로는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 고객이 필요로 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고객의 기존 상황에서 불편하게 여기거나 원하는 무언가를 파악할 수 있는 행동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었다. 소비자는 전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에 그렇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므로, 아이디어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고객과의 접점이 없으면 상품화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의 원서가 나온 게 2003년으로 확인되는데,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엄청난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일어난 걸 감안하면, 본서가 개정판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세월의 격차가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현재의 아마존이나 애플, 그리고 소셜 기반의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가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저자들의 전망과 다소 어긋나 보이는 사례들도 있는 것 같은데, 필자가 잘못 파악한 것인지 확인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르쳐주는 경영 이론과 현실에 있어서의 탁월한 통찰은 두고두고 다시 봐도 큰 공부가 되리라 생각된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