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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아 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의 기술이 되는가
라이언 홀리데이.스티븐 핸슬먼 지음, 조율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3월
평점 :
철학은 실용적 학문인가?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스토아 철학에 한해서라면 그렇다고 답하고 있다. 왜냐하면 스토아 철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잘 살 것인가? 라는 솔직한 질문과 답을 철학을 통해 구했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자는 ‘행동하는 철학이자 쓸모 있는 삶의 기술’로 정의한다. 스토아 철학이 추구하는 간결하지만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네 가지 덕목은 용기, 절제, 정의, 지혜다. 이것은 스토아 철학의 기본 골격과도 같다. 그리고 스토아 철학은 삶뿐만 아니라 죽음을 마주하는 법, 즉 잘 죽는 법도 가르쳐준다. 하지만 스토아 철학자들도 사람인지라, 삶으로 증명한 훌륭한 이가 있는가 하면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모순된 삶을 산 철학자도 있었다. 정치적⦁사회적 관점에서 스토아 철학은 세계 시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그리스를 넘어 로마라는 거대한 제국을 지배하는 철학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이 책은 스토아 철학의 역사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한 편의 소설 같다. 먼저 등장인물의 삶을 간단하게 소개한 다음, 그 인물의 삶과 사상, 행동으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지 묻고 답을 내어본다. 그리고 각 등장인물들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평생을 두고 지키려고 했거나 주장했던 원칙과 일치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짚어보며 한 챕터가 마무리되는 형식이다.
스토아 철학의 창시자는 키티온의 제논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직업이 무역상이었는데 물품을 싣고 가던 배가 난파되어 아테네에 머물게 되면서 철학을 접하게 되었고 결국 독자적인 철학을 창안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스토아 철학은 그 발생 배경에서 그 성격의 연원을 추정해볼 수 있다. 갑작스런 사고에 망연자실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기회로 만든 제논의 성품이 스토아 철학의 이상과 잘 들어맞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는 철학의 고향 아테네라는 비옥한 지식의 땅이 중요한 공간적 배경으로 한몫하고 있는 것 같다.
스토아 철학은 개인적 본성과 보편적 본성의 조화를 추구한다. 개인적 본성은 인간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 보편적 본성은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 혹은 다른 말로 신의 의지나 자연의 섭리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에 스토아 학파는 궁극적으로 합리적인 삶을 추구한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미련을 버리고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이라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태도에 따라 인생의 가치는 얼마든지 값진 것이 될 수 있다. 이 합리적인 삶은 덕을 추구하는 삶으로 바꿔 표현할 수 있다. 이것이 행복한 삶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스토아 학파를 지탱하는 네 기둥 외의 의지적⦁정서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네 가지 개념이 등장한다. 에우테미아(마음의 평정), 아포르마이(타고난 자질, 자산, 계발할 수 있는 본성), 아파테이아(무심, 마음의 균형을 지키는 상태), 심파테이아(동정심, 연민, 자비)가 그것이다. 이것은 앞서 말한 용기, 지혜, 절제, 정의와 상응한다.
이 책에서 정의하는 스토아 학파의 특징을 정리해보자. 먼저 스토아 학파는 끊임없이 이론을 배우고, 현실에서 쉴 새 없이 적용하는 게 하나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자신의 훌륭한 이론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일치하지 못하고 타협으로 일관했던 세네카와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역사상 최고의 군주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아우렐리우스의 삶이 극적으로 대비된다. 또 날 때부터 노예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기에 이론적인 부분은 약했지만 그 삶의 모습으로 가장 위대한 스토아 철학의 사상을 증명해낸 에픽테토스의 사례처럼, 스토아 철학은 신분이나 위치, 빈부의 차이에 관계 없이 그 처한 입장에서 다양한 형태로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다.
스토아 학파는 오로지 덕을 추구하고, 논리와 진실을 소중히 여겼으며, 공익을 위한 봉사를 중시했다. 또 스토아 철학은 어지럽고 위험하고 고통스러울 때뿐만 아니라, 안락함과 부요함에 처해 있을 때도 처연할 수 있는 마음의 훈련법을 가르쳐주었다. 스토아 철학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할 일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의 인정이나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로지 원칙과 기준은 자기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
특징적인 것은 스토아 철학의 핵심 중 하나가 독립적 사고에 있었기에, 성별에 있어서도 다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을 재산으로 취급하던 당대에도 그 인격과 능력을 인정하고 교육 받을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시대를 앞서 나간 정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철학의 핵심은 이성을 활용해 옳고 바른 것을 찾아내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 무소니우스
“철학을 설명하려 하지 말고 나의 일부가 되게 하라” - 에픽테토스
(죽음을 앞두고)“자연의 결정을 선의로 받아들여 순순히 떠나라” - 아우렐리우스
유한한 인생 안에서 중요한 일과 중요하지 않은 일, 통제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분별하는 지혜를 바탕으로 용기를 내어 현실을 직시하고, 절제함으로 타락과 실패를 피하고, 정의의 가치 아래 나와 이웃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스토아 철학 - 스토아 철학이 무조건 최고의 진리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어울리며 의논할 친구로, 또 유용한 삶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 기원을 소크라테스로 둔다면 무려 2,500여 년의 역사와 전통, 수많은 증인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으니 말이다.
철학의 숲은 너무나 광대하고 풍성해서 하나하나 살펴볼 엄두가 나지 않아 전반적인 숲의 조망만 그려주는 책만 읽어보다가, 이렇게 스토아 철학이라는 철학의 명확한 하나의 영역을 그 입문 단계로서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전해주는 ‘스토아 수업’이라는 책을 읽게 되면서, 철학이 먼 곳에 있는 추상적이기만 하고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현실 속에 적용할 수 있는 진리의 도구임을 조금 더 실제적으로 배우고 느낄 수 있어서 아주 유익했다.
「다산북스」에서 진행한 신간도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