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음식의 세계사 - 식탁 위에 놓인 인류 역사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한세희 옮김 / 탐나는책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사를 형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각각 독립적이고 흥미로운 주제로 묶어 이야기로 펼쳐내는 능력이 탁월 저자 미야자키마사카츠는 이 책에서, 인류 역사에서 음식을 기준으로 총 네 번의 사회적 격변, 즉 역사적 전환점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가장 먼저 1만 년 전 농업과 목축의 등장, 그리고 이어진 토기의 발명에 따른 요리 혁명을 하나로 묶어 ‘음식의 제1차 혁명’이라 정의한다. 농업과 목축의 시작은 요리의 안정화와 정형화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두 번째 혁명은 신대륙의 발견과 맞물린다. 그래서 ‘콜럼버스의 교환’이라고 불리는 신대륙과 구대륙 간의 식자재 교환 및 설탕을 중심으로 한 동서양 식문화의 결합 현상을 ‘식탁 혁명’이라 부른다.

 

 

 

 

 

 

세 번째 전환점은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에서 찾는다. 당시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는데, 대량의 식자재 운반의 필요는 교통 혁명을, 운반 과정에서의 신선도 유지의 문제는 부패 방지 및 식품 가공 기술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윽고 ‘음식 제3차 혁명’을 일으켰다. 이 두 번째와 세 번째 과정에서는 이에 따라 유럽에서는 미식을 추구하는 경향과 레스토랑의 수가 늘어났고, 이는 세계 인구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왔다. 20세기 후반 저온 처리 기술과 선박의 대형화, 컨테이너 운송 방식의 발전에 따른 유통 혁명으로 음식의 세계화가 이루어진다. 이렇게 식탁 위의 역사는 네 번째 혁명을 맞게 되었다.

 

한편 20세기 들어 패스트푸드의 확산으로 식문화의 획일화와 저질화가 사회 문제가 된 가운데, 전통적이고 지역적인 식재료와 요리법의 보존을 목표로 하는 슬로푸드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는 전 세계 각 지역의 식재료들이 어떤 경로를 거쳐 지금 우리 식탁 위에 올라왔는지 그 역사적 여정을 역으로 떠올리게 했다. 식탁 위에 놓인 모든 음식과 재료 속에는 인류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이런 환원적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자연상태의 식재료가 부패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면 더 오래 가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각종 향신료와 요리법이 발달했는데, 결국 부패가 요리의 어머니 역을 한 셈이라는 것이다. 또 중국과 일본의 지리적 요인으로 인한 식품 보존법의 차이와 변화 양상도 읽어볼 만하다. 특히 인류가 다 썩어가는 식자재를 조심스레 먹으며 조미료에 관한 지식을 축적해왔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으로는 역사상 가장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던 몽골 제국의 영향력이 식문화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특히 몽골 군대의 효율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생으로 말린 말고기가 20세기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햄버거가 되기까지의 여정과, 유목민들로부터 시작된 치즈 제조법이 중국으로 넘어와서는 두부로 대체되었을 것이라는, 즉 두부가 치즈를 모방한 것이라는 설이 흥미로웠다.

 

전반적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이 책은 크게 식재료와 조미료(향신료), 요리법이라는 세 가지 큰 틀을 바탕으로 역사적, 문명교류적 관점으로 음식 문화의 발전사, 즉 확산과 융합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요리의 양상이 날것에서 가열한 것으로, 또 발효 음식으로 각각 발전하고, 무역이나 전쟁, 정복 과정 가운데서 서로 조화를 이루는 것, 또 마찬가지로 향신료도 개별 재료에서 발전하다가 혼합을 통해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열어가는 이야기들이 인류의 지난 여정에서 음식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알려주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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