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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오가니즘 - 디지털 생태계의 거대한 지각변동
올리버 러켓.마이클 J. 케이시 지음, 한정훈 옮김 / 책세상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은 기본적으로 현재 소셜미디어로 귀결되어 있는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더욱 지배하게 될 것이며 이 디지털 생태 시스템에 대한 적응 및 적극적인 활용 여부가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비즈니스적인 측면보다 소셜미디어라는 발전하는 기술 현상을 생명 현상과 연결시켜 설명하고 의미를 밝히는 저자의 신선한 발상과 통찰에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를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로 보는 관점이 지금에 와서 그리 새로운 시선은 아니다. 지구는 물론이고 우주의 물리 현상 자체를 어떤 한 생명체 속에서 일어나는 생명 현상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소셜미디어의 역동적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인간성의 본질 자체를 재형성하는 하나의 획기적 사건으로까지 평가한다. 그러나 저자는 무조건적인 긍정에 사로잡혀 있지는 않으며, 동시에 균형잡힌 시선으로 우리가 ‘아랍의 봄’ 사건에서 본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실현시키는 큰 희망의 열쇠가 되리란 소셜미디어에 순기능의 전망이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은 것일 수도 있음을, 그리고 수많은 쓰레기 데이터로 몸살을 앓는 가상공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도 하다. 즉 이것은 전형적인 양날의 검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저자는 소셜미디어의 미래가 밝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가, 다시 말해 디지털 자아를 가지게 된 우리가 이 시스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의 아이디어는 생명의 본질의 모방으로서의 소셜미디어의 속성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명체가 성립되고 유지되기 위한 일곱 가지 규칙을 정리하면서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사회 유기체로서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역시 같은 관점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생명체의 기본 구조가 세포로 이루어진 것처럼 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세포의 역할을 하고 집단적 통제를 받는다는 특징, 생명체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사 활동이 건강한 상호작용을 일으켜야 하는데 이것을 통신 시스템의 개방성과 연결한다. 또 적응하고 진화하는 생명 현상을 역시 문화적 진화 원동력으로서의 소셜미디어 특성과 연관시킨다.
저자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 즉 모든 현상과 역사의 과정을 컴퓨팅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다시 말해 모든 것이 정보를 처리하고 생성하는 연산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무는 햇빛으로 가동되는 컴퓨터’라는 동료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 개념을 쉽게 전한다. 무생물의 화학반응도 컴퓨터로 생각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정점에서 가장 심오한 계산 능력을 발전시킨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간의 기술로 개발된 컴퓨터, 그리고 그 컴퓨터들의 연결망을 통해 보다 확대된 정보의 흡수와 처리 및 생산의 체계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 소셜미디어이며, 이것은 곧 일종의 진화의 알고리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개방성을 가로막으려는 움직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처럼, 발전한 기술이 오히려 사람들을 통제하고 감시하는 국가의 수단이 되는 것은 아닌지? 마찬가지로 소수 자본의 이익을 위한 독점 도구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반대로 개방성의 데이터 수집과 처리, 알고리즘 기술의 발달로 우리의 생활이 한결 편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바로 그 기술이 역으로 우리의 정체성과 삶의 모양새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런 문제들이 중요한 이유는 저자가 계속 강조하듯이 소셜미디어는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순환 시스템을 강제로 통제하려 들면 시들어 병들고 죽는 것처럼, 문화의 유전자가 가장 활발하게 상호작용을 하는 기술의 핵심인 소셜미디어도 소수의 관리와 특정 집단을 위한 도구로 활용된다면, 그 쇠락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인류에게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