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요에

우키요에 - 모네와 고흐를 사로잡은 일본의 판화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쿠보 준이치 지음, 이연식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3월

우키요에는 일본을 대표하는 미술 장르다. 우리에게 알려진 바로는 서양 미술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반 고흐가 대표적으로 일본 미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그의 작품에서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우키요에는 에도 시대를 주로 하면서 메이시 시대까지 걸쳐 당대 사람들이 좋아하던 풍속을 다루었던 그림으로 정의할 수 있다. 보통은 여기까지가 많이 알려진 정보다. 이 책은 우키요에라는 일본 미술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입문서로 나왔다. 일본의 공신력 있는 전통의 이와나미 문고 시리즈다.

우키요에는 한자로 浮世絵(부세회)라고 읽는데, ‘우키요(浮世)’는 덧없는 세상이나 속세, ‘에(絵)’는 그림을 뜻한다. 단어의 의미로만 보면 굉장히 세속적이고 가벼운 작풍이 주를 이룰 것 같지만 그 발전사를 살펴보면 상당히 풍성한 미술 장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우키요에는 그냥 그림이 아니라 목판화다. 목판화라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제작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목판화라는 장르의 특성으로 인해 대량으로 생산되어 당대 사람들에게 널리 보급될 수 있었다는 특징이 있다.

우키요에는 대중성을 바탕으로 시작되어 꾸준히 내용이나 형식, 제작 방법의 발전 과정에서 예술적, 보도적, 풍자적 속성을 취하게 된다. 처음에는 한 가지나 두 가지 색밖에 쓸 수 없었지만 판화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색깔을 사용할 수 있었고, 나무를 깎는 방법에 따라 다채로운 미술적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제작 방법과 내용의 다양성은 활용의 방법도 다양하게 했다. 가벼운 내용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일반 서민들도 즐길 수 있었는가 하면, 주문 제작에 가까운 방식을 통해 상당히 공을 들여 그 예술적 가치가 높이 평가되는, 신분 높은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작품들도 있었다. 우키요에는 대중의 변덕스러운 기호와 유행에 맞춰 화풍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흐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방적인 미술 장르였다.

우키요에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중에는 요즘으로 치면 인기스타의 브로마이드로 만들어지기도 했고, 관광지에서는 오늘날의 그림엽서에 해당하는 작품들로 팔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제작의 신속성으로 인해 사건 보도매체로서의 기능도 했기 때문에 속보성, 그리고 사건의 성격에 따라 풍자성이 포함된 우키요에도 있었다고 한다.

우키요에의 또 다른 특징은 도판으로 보는 것과 미술관에서 보는 것과 직접 손에 들고 보는 것이 다 다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조금 수준이 떨어지기는 해도 저렴한 우키요에라도 구매해서 직접 책에 소개된 여러 기법들이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 만져보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권하기도 한다.

우키요에는 여러 사람의 협동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당대의 유명한 화가가 밑그림을 그리면 ‘호리시’라는 역할의 사람이 그림에 맞춰 나무를 파내고, ‘스리시’라는 사람이 종이에 찍어내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호리시나 스리시의 개인적 역량에 따라 최종적으로 나오는 작품의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같은 목판이라 하더라도 찍는 사람이나 시기, 재료에 따라 다른 느낌의 작품이 나올 수 있다. 책에는 그 과정을 담은 그림도 소개되어 있어 우키요에 제작 일련의 과정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역자에 의하면 일본과의 껄끄러운 역사 관계 때문에 일본 문화에 대한 연구나 선호가 쉽지 않은 우리나라지만, 우키요에의 경우는 관련 오타쿠들도 찾기 힘들 만큼 더 척박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예술적 가치나 세계미술사에서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한 번쯤은 관련 지식을 습득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출간된 이 우키요에 입문서가 조금은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인이 자기 나라 예술을 다룬 저서이면서 이와나미 문고라는 브랜드 신뢰도로 인해, 국내 저자들이 쓴 우키요에를 주제로 한 책들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