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극단과 광기의 정치
유창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3월
평점 :
촛불 혁명의 불길이 꺼지기 직전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듯 나라는 더욱 큰 분열과 혼란에 휩싸였다. 희망은 어디 가버리고 다시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라는 질문이 이 책을 쓰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열정만 있고 지성은 없는, 그래서 극단과 분열의 상처만 깊어가는 역사의 아이러니. 대부분의 혁명은 시간이 지나 망각되고 변색되고 말았다.
민주국가나 민주 사회, 혹은 민주적 세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기준이 생각보다 간단하다. 바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사회인가 아니면 ‘세 가지 길이 있음’을 인정하는 사회인가이다. 여기서 말하는 세 가지 길은 대립되는 두 입장이 있고, 이들 서로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 제3의 최선의 합의를 도출하며 만들어낸 새로운 입장을 말한다. 새로운 입장은 자연스럽게 대립되는 두 의견으로 나뉠 테고, 그렇게 되면 다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를 통해 더 나은 길을 도출하면 될 뿐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원리가 세상에 적용되고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인간은 단순한 존재다. 하지만 그 단순함을 스스로 인지하고, 단순함으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비극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지금의 문명사회를 이룩한 것이 또한 인간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단순하고 만만하고 가치 없는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세상이 발전할수록, 사회지도층이나 지배 계층은 사람들이 단순해지길 원하고 그런 쪽으로 몰이를 하고 있다. 왜? 그것이 자기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집단사고의 위험을 말한다. 아무리 영민하고 뛰어난 사람도 자신이 속한 진영논리에 갇히게 되면 어리석고 논리에 맞지 않는 언행을 일삼게 된다. 집단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오를 저지르는 경우, 집단사고에 자신의 판단을 맡기는 미성년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또한 집권 여당의 정치적 실패를 통해 겸손이 필요한 이유를 피력한다. 그들의 선민의식, 독선, 도덕적 우월의식, 내로남불 …… 또 스스로 반성하거나 성찰하고 회의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며, 어떤 일이 터져 비난을 받을 때면, 타인을 정죄하고 자신의 죄악에 대해서는 핑계로 삼고,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음모론을 사용한다.


저자는 전 국민을 품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에서 똘똘 뭉쳐,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자기검열을 강요하고, 내면화되는 반지성주의사회를 부추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복해서 피력한다. 옳고 그름의 가치를 전복시키는 진영논리에 갇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언행을 하지 못한 사람들로 넘치고 있는 대한민국에, 새로운 세대들이 합리주의와 이성적 판단,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관용, 내가 틀릴 수도 있다면 겸손으로 참다운 민주시민사회를 이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