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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평점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어보면 이야기의 본질은 인간으로 하여금 미리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정화하는 과정을 거쳐, 현실의 삶에서 겪게 될 여러 상황에서 보다 더 지혜롭고 성숙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는 것 같다. 즉 이야기의 본질은 사람을 보다 더 나은 존재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그런 기준에서 보면 요즘 나오는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들은 사람들의 감정을 휘두르기는 하지만 그것이 인격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성숙해지게 하는 목표는 없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야기의 본질은 타락했거나 아니면 그 속성이 바뀌었다고 해야될 것 같다.
예술의 본질은 모방에 있고, 예술의 한 장르인 시는 모방의 수단이 된다. 저자는 모방으로서의 예술을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느낌의 시 문학 같은 것보다는 청중에게 전달되는 이야기, 혹은 대본 같은 것으로, 얼마나 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극적인 감동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냐, 그 방법론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개되는 장르는 비극, 희극, 서사시가 있지만, 비극의 비중이 가장 높고, 서사시는 비율이 10% 정도로 마지막 부분에 배치되어 있다. 희극에 대해서는 조금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정도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이 끌리는 것들로 모방, 선율, 리듬 등을 예로 든다. 그리고 모방은 처음에 즉흥적이었다가 점점 발전해서 시가 출현한 것으로 시의 기원을 설명한다. 시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고결성과 천박성으로 구분하는데, 고결한 시인은 찬미시와 칭송시, 저열한 시인들은 사악한 자를 모방해 풍자시를 쓴다고 한다. 오늘날 작가 혹은 스토리텔러라는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부류에 속할까? 그들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그것을 살펴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로서의 시의 즉흥성이 희극과 비극의 기원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것이 발전하는 과정에서는 배우의 수가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다. 처음에는 하나였다가 둘, 셋, 그 이상 복수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극이 대화 위주로 발전했고, 대사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운율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플롯에 대한 개념 설명이 자주 반복되는데, 쉽게 이해하자면 처음과 끝이 있는 하나의 이야기 단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통일성을 갖추기 위한 플롯 구성의 한 방법으로 이야기 안에서 필요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소한 일을 가려내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작가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필연성과 개연성 부분과 연결되는데, 플롯 안에서 반전이나 인지가 필연적이고 개연성 있게 일어나야 통일성 있는 복합적 사건이 되고, 이것이 바로 예술로서의 시의 모방 행위가 좀 더 세련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어떤 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일과 어떤 일 뒤에 일어나는 것은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필연성과 개연성과 관련하여 재미있는 설명이 나오는데, ‘가능하긴 하지만 믿을 수 없는 일보다, 불가능하지만 개연성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건의 앞뒤가 터무니 없는 전개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짠 하고 나타나 모든 갈등 상황이 해결된다든지, 등장인물의 갑작스런 성격 변화로 이야기가 억지 교훈이나 인위적 인과응보로 결말지어진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서두에 말했듯이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예술 장르의 목표를 인간의 인격적 성장과 정서적 성숙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예술의 모방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것을 더 세부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것이 이 ‘시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어떤 분야에서든 그 가치를 높이기 위한 핵심 요소로 ‘스토리텔링’을 말하고 있는데, 나는 관련 종사자들이 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술론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산자뿐만이 아니다.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고민해볼 문제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