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작아지고 싶어 한다 -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인류 행동의 모든 것
브루스 후드 지음, 조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서론에서 뇌가 인류 진화의 어느 시점, 그러니까 비교적 가까운 2만 년 전에 왜 갑자기 작아지기 시작했을까란 질문에 대한 다양한 가설을 소개하면서 시작된다. 인류가 다른 종과 차별성을 보이며 폭발적으로 진화함과 동시에 뇌는 점점 커지고 있었는데, 크기의 정점에서 지금은 약 15% 줄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책은 번역서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뇌가 작아진 이유를 탐구하는 책이 아니다. 현대 기술로 연구 및 확인이 가능한 뇌의 상태를 통해 인류가 발전시켜온 사회적 존재로서의 능력의 근원과 현황을 짚어보기 위한 것이 이 책의 내용으로 보인다. 원서의 제목은 ‘The Domesticated Brain', 길들여진 뇌이다. 이 책을 다 읽어보면 번역서의 제목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것 같다. 관심의 초점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사회성을 발전시켜온 인류를 뇌과학과 발달심리학 등으로 탐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인류 진화의 본질을 사회에서 수용되는 행동을 바탕으로 한 타인과의 협동’, ‘협력’, ‘동거의 기술등으로 정의하고 있다. 인간이 상호 작용하기 위해 진화시킨 사회기술의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자기 가축화’, 또는 자신을 길들이기’, ‘자기 길들이기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self-domestication이 이 책의 주요 개념이다. 달리 말하자면, 인간이 역사적으로 소나 개를 길들여 가축화하여 많은 물질적, 정서적 이득을 누려왔듯이, 스스로를 생존과 번영에 적합한 조건으로 최적화하는 데 생각과 행동을 길들여왔다는 것이다. 그 핵심에 사회성이 있고, 이 사회성을 사회 기술의 차원에서 지식으로 축적하고 후대에 전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가축화에 성공한 많은 동물들의 인간에 대한 의존성이 증가했듯이, 인간도 집단으로서의 힘을 깨닫고 협력과 소통으로 지구 위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면서 개인의 특출한 역량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는 사회적 역량을 중요한 생존 조건으로서 강화시켜왔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내가 나이기 위해서,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습득해야 할 최고 지식이 타인의 중요성’, ‘타인과 잘 지내는 법이라는 것이다. 타인은 우리의 자아를 형성하고,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때, 우리는 비로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는 그런 사실을 인간의 뇌를 탐구하면서 하나씩 입증해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1사회라는 환경을 탐색하다, 에서는 뇌가 어떻게 인간의 생존과 번식의 최상위 조건으로 사회성을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받아들였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인간의 문화전승동물의 행동 모방의 공통점과, 더 중요한 차이점을 통해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온 인류의 사회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동물과는 달리 생존의 최적화된 역량을 전달-누적 시스템을 통해 강화해온 인류의 여정이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2장 뇌는 어떻게 결정을 내리나, 에서는 경험이 어떻게 뇌 안에서 정보와 지식으로 처리되고 신경 패턴으로 재현되는지를, 즉 전달 가능한 시스템으로 체계화되었는지를 탐구한다. 이 장에서는 인간이 이미 아기 때부터 사회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시스템이 프로그래밍되어 태어난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아기는 이미 세상을 배울 준비를 마친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이다. 뇌의 이런 진화는 생물학적인 요인과 주변 환경의 상호 작용의 결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3장 유전인가 환경인가, 에서는 후성유전학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데, 쉽게 말해 유전자만큼이나 환경의 영향도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으며, 성장 환경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말이다. 유전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성장 환경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전자의 특징이 발현되는 여부가 환경에 의해서 좌우되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4장 내 생각과 행동의 주인은 누구인가, 에서는 인간의 자기 통제 메커니즘’, 자기 통제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스스로의 의지와 자유를 가지고 행하는 것 같지만, 그 차원을 넘어서 궁극적으로 인간을 통제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사회적 기술의 발달 과정과 연결해서 살펴본다. 여기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마시멜로 실험이 나오는데, 어린 아이든 성인이든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자기 통제가 되지 않을 때, 인간으로서의 가치나 자격이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설명한다.

 

5장 우리는 악하게 태어났나,6장 갈망에 관하여, 에서는 우리의 성품과 윤리적인 측면, 그리고 집단적 존재로서의 확장된 인간의 사회적 능력을 다룬다. 여기서는 인간이 발전시켜온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량이 부정적으로 작동하는 사례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집단 편견이나 집단 갈등을 부추기는 현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뇌의 크기와 그 변화에 관한 내용을 다룬 것이 아니다. 인류가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 즉 사회적 존재로서 길들여진 종이 되는 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것을 뇌과학과 발달심리학 등으로 탐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을 생각하게 하는 인간 소외 현상이 심해지는 측면이 있는데, 인터넷 기술로 완성된 SNS의 발전과 엄청난 영향력, 그리고 현실화된 비대면 공동체가, 지난 수십 수백 만년 동안 사회적 존재로서의 역량을 중요하게 키워온 인간을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도 이 책이 주목하는 주요 주제 중 하나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