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이한우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예언서나 선지서 같은 책에서 나라나 민족의 재앙이나 고난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면, 그 목적은 반드시 재앙이나 고난을 당하게 되리라는 것을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 계속가면 망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니, 돌이키라는 것이다. 나는 간신열전을 읽으면서 그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과거 중국의 여러 왕조와 고려 왕조, 또 조선 왕조의 다양한 간신들의 음모와 횡포의 기록을 보면서, 국가가 혼탁해지거나 망하려면 이래야 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들로 가득차 있는데, 저자가 굳이 이런 이야기들을 이 시점에 책으로 묶어낸 것은, 그만큼 나라에 간신과는 반대되는 충신의 마음으로 나라와 국민을 섬기고 사랑해야 하는 공직자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이 책에는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행을 일삼는 간신들이 여럿 소개되어 있다. 저자는 동양사상에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주로 공자가 남긴 논어 등의 글에 있는 간신의 정의, 양상, 평가 등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간신은 자기 욕망을 가장 우선하는 존재로 규정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개인의 욕망이 전근대와 근대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는 것으로, 간신은 그런 기준에서 보면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수 없다는 저자의 해석이었다. 물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백번 양보해도 역사 속의 간신이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목적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모함하고, 백성을 수탈하고, 주군을 타락의 길로 이끄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그 흉악한 행적들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그 간신들의 행적을 보며 우리 시대의 사람들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 같다. 역사 속 인물에 대해 함부로 평가하지 않겠다고 못 박으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지만, 결국 우리나라의 총체적인 문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있는지를 돌려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군왕의 어리석음으로 간신이 만들어지는 경우와, 간신이 군왕이 가진 욕망의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 판단력을 흐리게 한 다음, 자기 마음대로 국정을 농단하는 사례들이 나오는데, 간신과 관련해서 인상적인 문구가 있었다. 바로 임금의 욕심을 길러내는 데 능한존재로서 간신을 규정한 것이다. 즉 어리은 임금은 간신을 발생시키고, 타고난 간신은 임금의 욕심을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줄 아는 존재인 것이다.

 

 

 

 

 

 

중국의 사례에서는 당나라 현종을 점점 타락시킨 이임보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 공민왕 때, 조선 정조 때 홍국영과의 관계를 다룬 부분이 눈에 띈다. 공통점은 임금의 능력이 원래부터 모자랐거나, 점점 총기가 사라지면서 휘둘리거나, 처음부터 사이가 너무 좋아 공사가 엄격하지 못한데서 오는 판단이거나 하는 문제가 있었다. 간신의 존재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통치자의 상태에 따라 간신들의 존재감이 억제되어 있거나 부각되는 일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바로 여기에서 리더십에 대한 핵심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반면교사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