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명문 클럽의 뼈 때리는 축구 철학 - 이길 때나 질 때나
니시베 겐지 지음, 이지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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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축구는 국가 간 전쟁을 대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가 클럽 축구가 활성화되면서 클럽 대항전이 인기를 끌었고, 각 국가의 리그는 물론이고 각 리그의 상위권 팀들이 격돌하는 챔피언스 리그‘UEFA같은 대회들이 유럽 대륙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도 한다. 축구의 역사는 길게는 기원전 6~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심지어 중국이 그 이전부터 시작했다는 설이 있지만, 현대 축구의 형식과 비슷한 기원은 14세기에 발견되며, 19세기에 축구와 럭비를 구별하기 위해 영국 축구협회가 발족(1863)된 역사가 있다.

 

한 분야에서 일단 100년 이상의 역사가 쌓였다면 그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중심이 되는 가치와 거기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어지는 전통과 철학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책은 유럽의 다양한 명문 축구 클럽들의 특징이나 역사, 사건 등을 통해 축구에 투영된 유럽 문화 속 전통과 철학을 살펴본다. 우리나라도 실시간으로 유럽 축구를 시청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팬들이 생겨났고, 그중 일부는 섬세하고 깊이 있는 분석과 지식, 정보를 전달하며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레알 마드리나 FC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유럽의 주요 축구 리그에서 뛰어난 성적과 인기를 자랑하는 축구 팀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전해준다. 먼저 레알 마드리드는 이론적인 것보다 실전적인 전략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이미지다. 특정한 개성이나 색깔보다 상태팀에 맞게 가위, 바위 보를 골고루 낼 수 있는 팀이다. 장기전에서는 이런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단판 승부에서 보여주는 성과는 대단하다. 감독의 전략, 전술보다 선수 중심의 팀 운영이 주가 되는 특징을 보인다. 부족한 전술은 선수의 능력으로 커버하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돈으로 축구하는 팀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하지만, 결과만 놓고 봤을 때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 가장 최선이라는 걸 인정하게 만드는 사례이다. 혁신보다 현실이라고나 할까.

 

같은 스페인 팀이면서도 다른 색깔을 보이는 팀으로 아틀레틱 빌바오가 있다. 이들은 전통적으로 강한 몸싸움과 근면한 운동량이 특징인 터프한 팀이라고 한다. 잉글랜드와 비슷한 기후여서인지 플레이 스타일도 닮았다고 한다. 자주 비가 내리는 기후 환경이 스페인 축구의 특징인 패스 중심의 기술적 축구보다 영국식 킥 앤 러시가 발전한 것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축구의 전술이나 팀 색깔이 지역의 날씨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팀의 또다른 특징은 속지주의에 입각한 바스크인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바스크 지역에서 태어났거나 부모가 바스크인이거나 유스축구팀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아틀레틱의 선수가 될 수 있다. 혈통주의가 아닌 속지주의 기반의 선수 구성이 특이하다. 이런 선수 구성은 과거에는 평범한 것이었으나 축구가 상업화되면서 자본화, 다국적화되어 많이 사라졌다. 그러나 아틀레틱은 그 전통을 고수하는 것이다. 이것은 팀 성적을 일정 수준에 머무르게 하는 장점이나 단점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분명한 것은 아틀레틱 빌바오는 축구 클럽이 특정 지역의 민족과 문화를 상징하는 역할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럽 축구 클럽은 우리에게 알려진 빅클럽뿐만 아니라 나라마다 도시마다 중소 클럽들이 매우 많다. 이런 클럽들이 빅클럽들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다시 말해 수많은 작은 클럽들이 있기에 빅클럽이 존재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은 클럽들은 축구의 스포츠적인 요소를 넘어 그 지역의 삶과 문화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 기능한다. 축구가 삶이자 삶이 축구가 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배경 위에서 유럽인들은 축구를 접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유럽에서 축구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와 지역의 특색, 문화와 역사까지 품고 있는, 매우 다층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세심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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