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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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명은 고유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 중심적인 관점에서는 그것을 볼 수 없다. 인간 편에서는 오직 만족과 이익을 주느냐는 기준에 의해서 분류만 될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의 한 구성원에 불과하고, 모든 생명과 존재와 동등한 입장에서 생존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의식을 가지게 되면, 저기 떨어져 있는 돌 하나에도 무한한 감동이 내재해 있음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은 특이하다. 뱀장어를 통해 이토록 다양하고 풍성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풀어낼 수 있다니! 아직까지 그 번식과정과 여정이 신비에 싸인 유럽 뱀장어의 생태를 통해 기다림과 인내로 성취되는 삶의 의미를 읽는가 하면, 또 뱀장어의 생태를 연구했던 위대한 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를 소환하여, 그의 과학적 접근법과 방법론을 추론한다. 베일에 싸인 뱀장어의 탄생과 번식에 대한 여러 이론은 생명의 탄생에 대한 초자연적 믿음에 관한 담론을 불러일으킨다. 또 뱀장어의 확신에 찬 듯한 삶의 과정을 통해 인간의 신념에 대해 묵상한다. 뱀장어의 생식 기관에 대한 수수께끼를 이야기하면서 프로이트의 첫 번째 과학적 임무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한다.

 

 

 

 

 

 

저자는 뱀장어의 생태를 통해 초연한 인간상에 대한 이미지를 끌어내기도 한다. 쾌활하면서도 으스대지 않고, 소란피우지 않고 환경에 순응하며, 때로는 방관자적으로, 또 어떤 관심과 인정도 바라지 않는, 대체로 유연하고 초월적인 존재론적 양상을 이끌어낸다. 이런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레이첼 카슨이 언급되기도 한다.

 

중세시대에는 뱀장어가 권력을 행사하는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것은 당시 스웨덴의 지역 어업권이 왕권에 의해 성직자와 귀족에게 재분배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뱀장어는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한다. 뱀장어 어획은 지역에 따라 2,0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뱀장어는 지구상의 모든 다른 생명체와 복잡한 관계를 맺는 복잡한 관계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또한 뱀장어를 둘러싼 갈등은 종교뿐만이 아니라, 권력, 계급, 소유권, 부와 가난과 연결되어 역사의 한 축을 이룬다. 초기 기독교에서 뱀장어가 비밀 신호로 사용되었다는 내용도 흥미롭다. 그러나 성경을 비롯한 문학 작품에서 간혹 묘사되는 뱀장어의 이미지는 대체로 부정적이고 역겨운 이미지를 품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의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는 또 다른 특별한 가르침을 준다. 저자의 아버지는 평생 육체노동을 하다가 병으로 사망했다. 그러나 그 일은 아버지의 육체를 무너뜨리기 전까지는 아버지를 강하게 했고 아버지의 삶에 가치를 부여하고 의미를 형성한 것이었다. 수십 년 동안의 노동에서 얻은 육체적 흔적은 자부심의 상징이었다.

 

 

 

 

 

 

이 책은 철학과 생태학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비롯되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인간의 역사와 문화를 돌아보게 하는 데 있어 하나의 생명체가 핵심 키워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느 것 하나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것, 거기에 우리의 삶이 있고,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흔적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나 자신과 세상, 우주를 바라보는 매우 독특하고 신선한 관점을 선물하는 책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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