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서 - 고전으로 읽는 성서 EBS CLASS ⓔ
김학철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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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철 교수의 마태복음서는 신약성경 마태복음을 습관적인 연례행사처럼 읽어내는 기독교인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성경을 비롯한 모든 경전이나 고전들이 그렇듯,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차적으로 그 문헌이 나온 것은 그 시대와 문화의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기에, 올바른 내용 이해와 적용을 위해서는 역사적인 관점과 문화적·문학적인 관점을 통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성경에 대한 이런 방식의 가르침이 교회에서 전혀 시도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어설픈 알레고리적 해석이나 아전인수식 해석이 판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회개라는 용어가 당대에 어떤 의미로 쓰이고 있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먼저, 일반적으로 우리는 죄라고 하면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것, 혹은 도덕적인 문제 등으로 생각하고 성경에서 말하는 죄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 그나마 조금 발전한 것이 죄가 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람의 어떤 상태를 가리킨다는 해석이다. 마태복음이 작성된 1세기 그레코-로마 세계, 당시에 는 군사적인 의미, 즉 내전과 그로 인한 혼란의 의미였다는 것이다. 그러한 혼란과 파괴로부터 벗어난다는 차원에서 구원이라는 용어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회개라는 용어에 대해서 우리는 잘못을 뉘우취는 것, 죄를 자백하는 것 등 어떤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고 하는 의미로 많이 알고 있는데, 성경에서 말하는 회개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 혹은 법적 죄를 돌이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삶의 방식 자체를 돌이키라는 것이다. 방향 전환, 즉 기존 질서에 따르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사는 것, 다시 말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성경이 요구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신의 통치가 회복되는, 새롭고 정의로운 질서로의 편입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성경에서 말하는 천국 백성으로서의 삶인 것이다. 기존 질서가 폭력과 억압으로 물든 왜곡된 평화였다면, 성경이 말하는 질서는 사랑과 섬김, 자기 부인으로 이뤄지는 진정한 의미의 평화인 것이다.

 

 

 

 

 

 

기존 질서와 체제를 거부하는 예수의 혁명적 언행이 더욱 놀라운 것은, 그 혁명의 수혜를 입는 사람이 억눌린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억누른 사람의 변화까지 지향한다는 것이다. 악한 사람들의 변화의 가능성까지 포함하는 창조적 대안이 성경, 마태복음 속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지만, 엄밀하게 지금 시대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풍요롭고 발전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만족을 모르고, 또 사각지대에서는 어떤 혜택도 누리지 못한 채 2,000년 전과 비슷한 처지의 사회적 약자들이 존재한다. 연약한 인간의, 완전함을 위한 모든 시도가 어떤 식으로든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외면하고 있는, 가장 완전한 형태의 천국과도 같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어나갈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재확인하게 될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과감한 실천뿐이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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