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체스코의 작은 꽃들 세계기독교고전 5
우골리노 지음, 박명곤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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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정신과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것은 사랑과 섬김이다. 사랑은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것이요, 섬김은 그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다. 우리는 이것을 신약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과 행동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후대 그리스도인들은 매우 이상한 모습을 보인다. 그 정신과 메시지가 너무 심플해서였을까? 뭔가 더 신비하고 깊고 심오한 것이 감춰져 있을 것이란 자의적 해석과 오해가 쌓이면서 예수의 삶과 정신을 따르는 자들이라는 명성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이후의 기독교의 역사가 무엇을 해왔고, 어떤 열매를 맺었는지는, 지금 이 시대에 기독교가 보여주고 있는 것들을 통해, 그 참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성 프란체스코의 작은 꽃들에 나오는 13세기의 프란체스코 수도원의 주인공들, 즉 성 프란체스코와 그의 제자들, 동료들이 보여준 모습은 예수와 열두 제자가 보여준 것과 비슷한 행적을 그린다. 때로는 세속을 초월한 인내과 겸손과 평화로움으로, 때로는 읽는 눈을 의심케 하는 초자연적 기적으로 사람들을 감동과 회개와 구원으로 이끄는 것이다. 그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성 프란체스코가 수도회 설립 초창기부터 줄곧 지키고 자랑한 유일한 삶의 목적이자 가치인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복음 전파의 열정으로부터 나온 힘 때문이었다.

 

성 프란체스코와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초창기에 보여준 커다란 영향력은 오로지 예수님의 정신과 메시지를 최고이자 유일한 가치 및 목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청빈의 삶으로 나타난다. 가진 모든 것을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눠주고, 복음을 전하는 동안 어떤 사적인 소유도 금지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을 부인하고 오로지 하나님과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 것에 스스로의 정체성을 못박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하는 것이 예수를 따르는 자들이 갖춰야 할 자격이었던 것이다.

 

기독교는 그런 종교였다. 타락한 세상을 위해 가장 귀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신의 마음과 자세, 행실을 본받는 것. 겉으로 드러난 세속적인 것의 가치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쁨으로 복종하고 복음을 위해 낮아지는 것. 이 책은 그런 기독교의 참된 정신과 실천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독교는 예수를 본받아 살아야 하는 종교다. 예수를 본받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성경에 나오는 예수의 삶, 복음을 전파하는 제자들의 삶을 나의 삶으로 재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앞서 얘기했듯이 사랑과 섬김이라는 두 글자로 충분히 설명되는 삶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래 인격과 삶은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분리시키고야 마는 것이 요즘 기독교인들의 심리 상태이다. 즉 예수의 인격은 닮고 싶고, 그의 실제 삶은 닮고 싶지 않다고. 정확히는, 인격은 닮을 수 있지만, 삶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다고 확신하는 종교적 정신분열증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이 요즘 기독교인들이다.

 

이 책을 통해 기독교인들이 조금이라도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 중 현실성이 결여된 듯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핵심은 그 작은 꽃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기독교의 역사에서 뚜렷한 흔적을 남길 수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많은 기독교인들이 성경을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데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사실 예수와 제자들의 삶만큼은 성경에 나오는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재현해야 마땅한 것 아닐까? 종교적 다중인격은 그만 보고 싶다. 예수만 본받으라!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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