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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 - 의미로 읽는 인류사와 인공지능 ㅣ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1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평점 :
저자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기존의 통찰과 정의, 즉 에너지와 소통매개체, 운송 메커니즘의 변화로 특징짓는 것만으로는 진정한 본질을 통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의미는 전혀 새로운 세계로 인류가 나아가게 되는 차원에서 인간의 존재 유형과 정체성의 변화가 일어나며, 다른 존재와의 관계가 전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지며, 최초로 가상공간과 외계에 ‘살게’ 된다는 점을 4차 산업혁명의 의미라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이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명의 조작과 창조가 가능한 신의 지위,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한 매트릭스적 실존으로 나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이 핵심에는 디지털이 있다.
짐승과 다른 인간만의 특성을 ‘이성, 노동, 욕망, 의미의 구성과 해석, 초월’로 든다. 특히 하나만 고른다면 ‘의미의 구성과 해석을 내세운다. 저자는 인간만의 차별화되고 고유한 특성인 의미 부여와 목적 설정이라는 요인을 적용시켜 인류사를 7단계로 재구성한다. 1단계 숲생활기, 2단계 석기사용기, 3단계 언어소통과 집단수렵채취기, 4단계 농경혁명과 경제생활기, 5단계 철기와 종교의 시대, 6단계 과학/산업/시민혁명기, 7단계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시대로 인류사회의 발전 단계를 범주화한 것이다. 생산체계나 산업의 양상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른 기존의 구분법인 혁명의 3단계, 농경-산업-정보화 혁명과 겹치는 듯하면서도 다른 독특한 관점이다.
인류의 역사 발전 단계를 이끌어온 핵심 요인으로 저자는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 즉 추론 능력의 진화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 사건에 대한 경험의 축적이 뇌의 인지 능력 발전에 영향을 끼쳤고, 이는 인간이 보이는 것으로부터 의미와 목적을 도출해내는 은유와 환유라는 인식의 방법을 발달시켰다. 이런 의미와 목적의 도출이 단순한 생존과 안전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자아실현이나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각, 자연에 대한 변형과 새로운 가치 생성이라는 보다 폭넓은 지평으로 발전해가면서 인류는 문명과 문화를 형성해나갔다. 지금까지 형성된 문명과 문화의 실체를 마찬가지로 은유와 환유라는 방법으로 역추적해가면 문화나 문명의 기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논리적인 추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책의 2부에서 다루는 인공지능의 여러 쟁점은 바로 위의 내용을 배경으로 이루어진다. 인류는 지금까지 외부 환경에 의한 자극과 반응으로 시작해 이런 경험이 축적, 심화되어 인지 능력과 언어 능력이 발달하면서 문명과 문화적 존재로서 성장해왔다. 그리고 그 정점에 과학기술문명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인간이 주도적인 입장에서 변화에 대응해온 것인데, 이제는 그런 경험을 한 인간과 비슷한 위치에서 그 존재 가치와 의의를 규정해야 하는 대상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인공지능이다. 이에 대한 경제적·사회적·윤리적 쟁점을 소개하고 있으며, 이와 연동된 4차 산업혁명의 허와 실을 논한다. 특히 외국에서는 실체라고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날카롭다.
모든 논의의 중심에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성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자본주의와 과학기술문명의 결합은 인류의 삶을 풍요의 터 위에 얹어놓았지만, 그 부작용도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 책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생존과 의미 및 가치 부여의 개념이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기존의 사회·경제 시스템이 그것과 어울리는지 혹은 감당할 수 있는지를, 또 그 체제 위에서 인류가 계속 생존해나갈 수 있는 것인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시스템이 동서양 사상의 적극적 융합과 생명중심 관점의 경제체제로 거듭나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