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경제로의 전환 - 유럽 최고 석학 자크 아탈리, 코로나 비극에서 인류를 구하는 담대한 비전과 전망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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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실수를 여러 번 반복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천성적인 게으름이거나 능력 부족이거나, 악한 의도에 다름 아닌 것이다. 지금 팬데믹으로 우리가 겪고 있고 목격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은 우리가 이미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그럴 의지를 적극적으로 내보이지 못한 탓이 크다. 책의 초반부에 나오는 내용이 이런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 이미 기원전부터 전염병 문제는 한 문명이나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거나 파괴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정치 권력, 국가 간 권력의 재편성이 이루어지거나 혁명의 불씨, 국가 권력 독재화의 명분 등 인류 역사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는 것이 광범위한 전염병 위기요, 팬데믹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흔히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팬데믹의 역사야말로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가장 강력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미 우리 세대에 점점 간격이 짧아지는 세계적 전염병의 도래를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지금과 같은 상황을 맞았으니 말이다. 모든 나라가 효과적인 대처를 할 수 있었음에도, 안일한 생각으로 대재앙을 겪고 있다. 팬데믹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을 저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어조로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책의 저자가 평가하는 것처럼, 상당히 모범적인 대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상황이 악화되어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정부가 너무 대응을 잘한 이유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완전한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기적인 인간들의 분별 없는 행동이라는 변수를 완벽하게 막기가 어렵다.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산발적으로 터지는 집단 감염을 보았고, 지금은 그것이 원인이 되어 전국적인 대재앙으로 번지는 형세다.

 

이 책은 이렇게 주요 주제라 할 수 있는 생명경제에 대한 이야기보다, 그에 앞서 우리가 왜 생명경제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지난 약 1년 간 있었던 일을 돌아봄으로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호소하기 위한 내용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생명경제란 그리 어려운 개념은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는 경제, 지구의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비, 빈부격차의 축소, 필수 산업의 집중화 견제, 다음 세대에게 혜택을 보장하는 정책 도입 등을 말하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건강이나 식품, 주거지 문제, 문화산업 등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인 부분에 대해서, 앞서 말한 생명경제의 개념을 적극 도입-결합시켜, 지금까지 지구와 인류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어온 산업들을 대체하는 경제 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 얼마나 취약하고 무책임하고 무능력하게, 즉 부정적으로 진화해왔는지를 우리는 통감하고 있다. 이번 팬데믹이 끝나도 위기는 반복해서 찾아올 것이다. 저자의 가장 큰 우려는 우리 인류가 성취해온 가장 귀한 가치이자 시스템인 민주주의의 근본적 붕괴와 아울러, 이를 대체할 수 있고, 심지어 일부의 지지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의 보편화이다(저자는 중국과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식 대처법을 모방하다가 재앙을 맞은 서구권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가 적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지만, 저자는 그런 미래가 인류의 더 큰 재앙을 초래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마지막에 전투적 민주주의에 대해 다루고 있다. 우리의 삶과 죽음이 특정 권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 지켜야 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키워야 할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계와 산업계가 지금과 같은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시민의식 향상을 위한 학습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가상의 숫자 놀음이 아닌, 눈앞에 숨쉬고 있는 인간, 생명을 중심에 두는 평화로운 혁명을, 저자는 꿈꾸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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