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배신 - 마이클 포터가 파헤친 거대 정당의 위선
마이클 포터.캐서린 겔 지음, 박남규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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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보다 혁신(개혁)이 더 어렵다고 한다. 기존의 시스템을 내부에서 대폭 물갈이해야 하는 시도는 기득권의 강한 반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권력의 배신을 읽으면서 어떤 인터넷신문의 기사 제목의 한 표현이 떠올랐다. 바로 좌우 기득권 동맹이라는 표현이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좌우 진영이 없다. 그런 간판을 단 채로 기득권을 공유하는 이들의 유착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 이런 모습이 미국 정치계에서도 오랜 기간 고착화되어 있었음을, 그리고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정치의 양당 체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진 미국 민주주의의 훌륭한 결과물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여러 신호가 있었겠지만,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미국의 선거 제도를 비롯한 정치 시스템 자체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을 누구나 하게 만들었다.

 

 

 

 

 

 

정치는 편가르기 싸움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양당 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주변 기득권 세력의 존재가 정치를 하나의 산업으로 변질시키면서 그 원래 목적과 기능이 상실된 상황이다. 미국 정치가 비정상적이고 독점적인 시장 지형을 형성하고 있는 하나의 산업이 되면서 실제로 자본주의에 삼켜진 산업화된 정치, 타락한 정치의 모습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정치-산업 복합체의 만행을 고발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산업은 대중을 향한 관심에서 멀어져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기본적인 권리 및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과 국회의원에 당선될 가능성이 따로 놀게 만들었으며, 이는 정치가 국가와 사회에 실질적이면서도 당연히 필요한 조치조차 당파적으로 접근하게 만들어 효율적인 정책 입안과 재정 실행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대신 뒤로 미루는 단기적인 조치들만 반복하는 상황이 되면서 미국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신뢰도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치의 모습과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세태가 심화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정치적 무관심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정치가 형편없는 결과물을 내놓으면 구조에 대한 재편이 시민에 의해 요구되어야 하며,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공식이 무력화되어 있다. 일반 산업 분야에서는 고객이 불만을 가지게 되면 해당 분야의 대체 집단이나 신규 집단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된 미국의 정치계는 이런 견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또 하나의 큰 폐해다. 고객들이 불만을 가지는 동안에도 번창하는 이상한 산업체인 것이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특징인 그들 스스로 생태계의 룰을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말이다.

 

 

 

 

 

 

이 책은 미국이 정치 시스템의 붕괴로 인해 본래의 지위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에,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의 본질을 묻을 수 있는 시민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오직 시민만이 이런 악순환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제도적으로나 정치지형적으로 제3정당의 필요성도 언급되지만, 먼저 양당 체제 안에서 다양한 정책적 비전과 제안이 유권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후보 선출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착화된 양당 정치 체제와 정치-산업 복합체를 극복하는 혁신이 절실함을 책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물은 순환하거나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그런데 한 자리에서 계속 순환하기만 해도 썩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물은 흘러야 신선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민주국가의 구성원이자 유권자인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있다. 정치 집단의 이기적 단합과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고인 물, 결국 나라를 기울게 하고 국민들을 도탄에 빠트리는 정치 행태를 선순환 구조로 바꿀 수 있는 힘은 진정한 의미의 깨어 있는 시민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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