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와 하나님 나라 - 김세윤 박사의 바른 칭의론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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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의의 문제와 관련된 믿음과 삶의 불일치는 이 시대에 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고민거리다. 요즘 성경 말씀과는 무관하고,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기독교인의 탈을 쓰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광경을 너무 보다 보니 머리가 어지럽고, 다 내려놓고 산에 들어가 도나 닦아야 하는 것이 최선이겠다 싶은 생각마저 든다. 내가 기독교계나 교회를 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도무지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관련 지어 세상을 보려 하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귀기울여 듣고 삶을 끊임없이 고쳐나가야 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 아닌가? 그러한 변화 가운데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증거가 드러나는 것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세상과의 끊임없는 타협과 자기합리화, 취사선택의 종교생활이다.

 

이런 때에는 진지하게 묵상하고 고민한 말씀을 나눌 만한 분위기도 거의 없다. 그러는 가운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졌으니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종교 생활마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그런데, 사실 뒤집어 생각하면, 지금이 바른 성경적 가치관 - 특히 교회란 무엇이며 구원의 궁극적 의미에 대해, 믿음으로 얻는 의와 구원, 진정한 예배관 등 - 을 세울 수 있는 적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때에 복음에서 특히 칭의와 성화, 하나님 나라의 관계를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는 칭의와 하나님 나라는 내 삶의 유익한 신앙 가이드가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구약 선지서들이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의 목적이, 죄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이 심판과 재앙을 받게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이 아니라, 돌이켜 하나님께 돌아오라!는 데 있는 것처럼, 바울의 칭의론 역시, 구원의 확신에 따른 권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중도탈락의 위험을 경고하는 동전의 양면 같은 복합적인 전달 방식으로,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마지막 심판의 날까지 구원받은 하나님의 백성답게 굳건히 살 것을 간절히 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성경에서 비슷한 내용이나 개념이 반복적으로 나올 때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강조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설명을 들어왔는데, 이 책은 논문이라는 글의 특성 때문인지, 같은 내용, 혹은 같은 메시지를 계속 조금씩 변형을 주고 돌려서 반복하는 느낌이 너무 강하다. 그러나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 메시지가 더 정교한 논리와 근거로 점점 다듬어지고 명료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 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루터가 발견한 칭의의 내용이 시간이 흐를수록 제한적인 의미로 나누어져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내용만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는 것은 솔직히 좀 황당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믿음으로 의롭다 함을 얻는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죄인의 상태가 의롭게 변했다는 말이 아니고 의로운 것으로 쳐준다는 의미다. 지옥에 당연히 가야할 인간이 하나님의 은혜로 인해 믿음으로 말미암마 하나님의 나라와 영광 가운데 하나님과 영원토록 거하게 될 수 있는 자격을 거져 얻은 것이다. 원래는 행위의 축적으로 자격이 생기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이것을 뒤집어, 능력이 안 되지만 믿음이라는 수단을 통해 인간의 자격을 먼저 갖추어주시고 그 다음에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 하나님의 백성 혹은 자녀로서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함을 요구하신 것이다. 따라서 믿음만으로 충분하다든지, 행위가 더 중요하다든지 하면서 구분 짓는 것 자체가 엉터리 발상이다. 어떻게 기독교가 이런 수준 이하의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해왔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에서 밝히고 있듯, 하나님께서 인간을 구원하실 때 자기 아들을 제물로 인간의 죄를 대신 해결하셨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죽어야 할 인간이 살게 되었다. 다만 조건이 있다. 죽음으로 죗값을 치르신 예수님께서 다시 살아나셨다는 사실과, 사탄의 죄와 사망의 권세에 완전히 승리하셨다는 사실을 믿는 믿음이다. 이 믿음으로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의를 취하게 되었다. 다만 이것은 자격에 관한 문제다. 이 자격을 온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요구된다.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다. 우리가 어떻게 그런 노력이 가능한 지 이 책은 밝히고 있다. 죽음으로 우리 죄를 사하시고, 부활로 하나님의 왕권을 위임 받아 통치를 실행하시는 예수님께서는 하늘 보좌 우편에서 나약한 인간을 위해 중보하심으로 우리의 남은 이 땅에서의 선한 싸움, 사탄과의 영적 전쟁에서 인내하고 승리하시도록 보존하시고 힘을 주신다.

 

칭의라는 것은 단순히 내가 의롭게 되었다는 사실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구원받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표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믿음으로 얻은 구원은 이 땅에 이미 임했지만 아직 궁극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의 나라처럼, 이미 얻었지만 종말의 심판 때에 다시 한 번 확인되어야 할 미래적인 것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진정한 우리 삶의 주권과 소속이 하나님 나라로 이전되어야 하는 과업도 지고 있다. 이를 위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님을 보내주셨고, 지금도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구하는 이에게 힘 주시고 계신 것이다.

 

이 책은 칭의라는 개념이, 하나님의 부르심과 믿음으로 반응한 우리들을 의롭다 해주심, 참된 회개,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죄 문제 해결, 예수님의 부활하심으로 사탄 권세에 대해 궁극적으로 승리하심, 하나님과 우리의 관계 회복, 예수님 재림 때까지 이뤄져야 할 교회의 영적 전투, 그 전투에서 인내하며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 믿음과 행위가 동전의 양면 같다는 것, 구원의 완성 과정으로서의 의미, 칭의의 복음에서 비롯되는 그리스도인의 윤리적인 삶의 당위성 등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복합적인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각 장이 진행되면서 각각의 의미를 성경 본문을 통해 밝히고 중첩시키며 하나의 의미로 묶어내고 있다.

 

이 책은 '칭의'라는 단순 명쾌한 문제가 어째서 이렇게 왜곡된 신앙을 불러왔고, 또 그것을 회복하기 위해 장황하고 복잡한 논의를 거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또 예수님의 하나님 나라 복음과 사도 바울의 칭의의 복음이 기독론과 구원론의 차원에서, 또 한 덩어리의 복음으로서 어떻게 연속성과 일관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하여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독자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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