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 -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수업
메리 파이퍼 지음, 김정희 옮김 / 티라미수 더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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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보았던 표현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조금 저속한 표현인 것 같지만, ‘글싸지마였다. 무의미하고 아무 쓸모 없는 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을 싸놓은 것 같은 저급한 글에 이런 표현이 사용된 걸 본 적이 있다. 혼탁한 댓글과 SNS 환경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이렇게 글을 싸지르는 행위들이 이제는 하나의 문화 현상처럼 되어버린 시대에, 다정하고 친절한 어조로 글을 쓰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방법을 나누는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은 너무나 순진하고 소박한 소녀의 바람인 것만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세상은 정말 넓고 넓은 곳이어서, 이렇게 경건하고 품위 있는 가치와 목적을 추구하는 글쓰기는 분명히 계속해서 존재하고 있었고, 지키고 확장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끈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부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특별한 목적을 지향하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공감과 연대의 글쓰기’. 더 이상 평화롭고 희망적이라고만 믿고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나빠졌고, 이것을 그냥 두고만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 한 사람의 영웅적인 활약은 로또보다도 낮은 확률이다. 하지만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작지만 확실한 혁명의 한 조각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글쓰기. 세상에 대한 정의는 그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바뀌는 것이기에, 그 사람의 관점, 즉 생각하는 것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곧 세상을 바꾸는 일에 기여한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글쓰기, 곧 공감과 연대, 연결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글쓰기에 대해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전문적인 상담가이자 작가로서, 또 건강한 사회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운동가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나누면서, 이를 글쓰기에 대입하여 놀라움과 명료함과 아름다움, 존중에서 공감으로, 공감에서 진실한 관계로 이어지는 글쓰기란 어떤 것인지를 논한다. 스스로를 깊이 탐구함으로써 장점뿐만 아니라 오히려 감추고 싶은 단점과 고치고 싶은 약점이 더 깊고 진실한 글의 재료가 될 수 있음을 피력한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시선이 아닌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통합적 사고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준거의 틀을 넓힐 수 있게 하는 직업으로서의 작가의 가치를 알려준다.
 

 

 

 

 

 

변화의 출발점은 자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을 있게 한 자신만의 역사를 쓰는 것으로, 그런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이 위대하고 보편적인 인류 공통의 이야기와 만나는 길을 더 많이 발견할 수 있게 된다는 멋진 청사진을 보여준다. 또한 나에서 머무르지 않고 타인에게도, 또 타인과 맺어지는 관계의 영역 안에서도 새로운 생각의 가능을 무한대로 열어줄 수 있는 작가의 매력을 보여준다. 세상을 하나로 잇고,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또한 작가만의 특별한 소명임을 들려준다.

 

저자는 특별히 글과 글을 쓰는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고 애쓰지만, 그것을 독자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런 길도 있다는 것을 차분하고 조리 있게 전한다. 그런데 단 한 번, 글쓰기를 위한 자료 정리와 백업에 대해서만은 전적으로 자기 말을 믿으라는 확신에 찬 발언이 나온다. 살아가면서 얻게 되고 수집하는 다양한 정보들은 작가에게 있어서 일급 보물과도 같은 것인데, 틈틈이 정리하고 바로 찾을 수 있도록 아카이브화해두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모으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하는 것이다.

 

글쓰기 역시 행동으로 그 존재 의미와 목적이 완성된다. 지금 바로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을 종이나 모니터에 써보고 싶게 하는 것. 이런 욕망을 꿈틀거리게 하는 것이 바로 나의 글로 세상을 1밀리미터라도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책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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