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프라이버시 - 개인 생활과 사회를 위협하는 기술에 관한 탐사기
니혼게이자이신문 데이터경제취재반 지음, 전선영 옮김, 손승현 감수 / 머스트리드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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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클릭 화살표들로 뒤덮인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의 표지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미 이 시대의 개인이란 어떻게 규정되고 통제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거기로부터 비롯된다.

 

비트코인 채굴 광풍으로 뭐 저런 것이 돈이 된다는 거지?’라고 느껴지는 실물 아닌 것에도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것을 강하게 실감했는데 이제는 개개인의 행동이나 생각, 느낌의 데이터화된 흔적마저도 채산성을 지니는 자원이 된다니, 이제는 실제적으로 법적, 윤리적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 더 피부에 와닿는다.

 

요즘 기본소득이나 기본자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의 취재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주의자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돈을 받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데이터 노동자라는 개념을 보니, 이미 사소한 정신과 육체의 움직임들 하나하나가 거래 가능한 자원이 되니 이걸 명분으로 기본소득, 기본자본을 정당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21세기의 석유라고까지 불리는 개인 데이터인 만큼(물론 채산성이 생기는 기대치는 20~30만 명이긴 하지만) 석유라는 천연자원을 깔고 앉은 나라들이 그 좋은 운으로 노력 이상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사람의 존재와 존재성(생각,감정,움직임 등) 자체로 소득을 보장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국가나 기업들은 개인의 소중한 자원을 거저 먹으려는 도둑 심보를 버려야 할 것이다. 제대로 가치 정산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일본은 데이터 유통권’, 즉 세계 경제 발전의 필수 요인이 되고 있는 데이터를 자유롭게 유통하자는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권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 데이터라는 덩어리 자원이 큰 나라나 개별 대륙 내에서 블록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개자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데이터 경제를 자국의 경제 재부흥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그들이 중개자 운운하는지?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 경제를 지들이 뭐라고 전지구적 틀에서 중재하고 싶다고 떠드는가? 자연스레 반감이 생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일본의 간절한 바람이 들어맞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아 실현 가능성도 있는 모양이다.

 

 

 

 

 

 

 

한편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나고 그 유용성이 알려지면서 집단지성’, ‘대중지성이라는 용어가 나올만큼 사회 변혁의 원동력이 되리라는 기대가 컸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러나 실상 껍데기만 바뀌었지 사람들이 소비자로서만 기능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지식의 민주화가 일어나 인류 전체의 지성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지식에서조차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지는 시대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거대 정보기업들의 신독점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진다. 기업의 경우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우도 있다. 바로 중국이다. 어떤 사람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선을 밟고 있으니 ㅇㅇ, 뒤로 물러나세요.’라는 음성메시지가 나오는 장면을 어떤 방송에서 봤는데, 이제 중국은 통신기술로 거의 모든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었다. 실제로 국민성 자체가 개인의 권리, 안전보다 효율성, 편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중국 정부도 국가의 통제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어서인지 국가가 주도하는 데이터 통제 및 국민의 경제생활 관리는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사람들의 삶이 데이터화되고 어떤 가치판단을 위해 재가공되면서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사실 이건 양날의 검개념이다. 지지부진한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상승 곡선을 그리도록 하는 가능성이 데이터 자원에 있다. 발전 단계에서는 부작용이 보이지 않겠지만, 이미 신용점수 같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사람의 현 상태와 미래를 전망하는 도구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신용점수가 좋은 사람과 좋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처음에는 얼마 안 나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신 빈곤층의 탄생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시대에서 재빠르게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남겨지는 기록들이 돈이 되는 데이터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 중국과 같이 국가 단위에서 통치 및 경제 운용을 위한 도구, 체제 유지를 위한 감시의 도구 등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현상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또 앞서 말했듯 대중지성이 아니라 여론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집단의 차원에서든 개인의 차원에서든 심리학과 결합하여 대중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도 미 대통령 선거나 미얀마의 학살 사건 등의 실례를 들어 경고한다. 결국 개인의 자유, 주체성, 공동체의 기회냐 위기냐 -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거대 정보기업들의 세련된 이윤 착취 도구로, 국가의 중앙 집권적인 통치 도구로서만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는 것 같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유럽이나 시민공동체의 움직임도 수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 흐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뉴스에 노출되는 정치인들의 답답한 모습 말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저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의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때에 일본이 어떻게 하면 주도적인 위치에 서서 세상을 호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된 관심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일본 사람들이 쓴 책이니 그런 거야 당연하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다가올 미래 세계의 양상을 둘 다 부정적이긴 하나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의 전망이 절묘하게 뒤섞인 데이터가 모든 것인 시대의 현재 진행 상황을 성실하게 다루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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