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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김종원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5월
평점 :
1장 열정, 에서는 진짜 열정이 무엇인지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열정은 절실히 원하는 한 가지를 끝까지 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 조용히 행동으로 자신의 열정과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 잃을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도전하고, 잃을 것이 많다는 마음으로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의 열정은 보다 빛을 발할 것이다. 소란스럽게 흐르는 얕은 개울이 아니라 소리 없이 묵직이 흐르는 깊은 강물이 되라 한다.
2장 언어, 에서는 저자의 이 경험담이 감탄을 일으켰다. 어떤 초밥집에서 기분 좋은 식사를 했는데 계산하다가 메뉴판에 적힌 말을 보고 좋은 마음이 날아갔다고 한다. 가맹점 모집 문구였는데, ‘경력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손끝에 정성을 담아 만듭니다’라는 내용이었다. 모순되는 두 표현에 안타까움을 느낀 저자가 이런 식으로 바꿔보면서 글을 맺는데,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손끝에 정성을 담겠다는 마음이면 누구나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내용에 별 차이가 없겠지만, 마음가짐과 태도를 달리함으로 얼마나 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하고 설레게 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어생활에 있어 마음을 담아 바르게 표현함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주는 2장이었다. 말과 행동이 곧 그 사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3장 일, 에서는 ‘해도 별 의미 없는 일’과 ‘하면 좋은 일’, ‘꼭 해야 할 일’로 일의 종류를 나누며 시작한다.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발견하는 삶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그것을 발견한 사람은 집중을 하게 되며, 주변의 온갖 부정적인 신호와 소음을 자연스럽게 차단하는 힘을 갖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과 공간에 관계된 사례였는데, 어떤 출판사 마케팅 담당자가 자신이 담당한 전문서적을 열심히 홍보하다가 몇 달 후에 그 전문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 기업체까지 운영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머물던 공간을 닫힌 상태로 내버려 두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열린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 사례였다. 이처럼 일에 있어서도 수동적인 태도에 머무르지 않고 능동적인 자세와 태도로 임할 때 원하는 삶으로 변화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가짜는 말이 많다. 그것을 말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는 말이 없다. 매일 그것을 실천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원칙이 없는 사람은 원칙이 분명한 사람에 의해 끌려다니며 인생을 허비할 가능성이 높다.’
‘실패로 고통받지 않으려면 사색하고 또 사색해야 한다. 언제나 한 번 더 생각하고 시작하자. 그것은 한발 앞서 시작하는 것과 같다.’
4장 성장, 에서는 가장 먼저 결핍에 대해 말한다. 그 일에 대해 치열하게 아파한 사람이 그 일에 대해 뜨겁게 고민하고, 오래 고민한 사람이어야 더 좋은 답을 찾기(p.103)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자신의 직업으로 삼으라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이 신선했다. 결핍, 열등감, 고민거리 - 이것이 앞으로 내가 살아갈 자본, 최고의 자산으로 쌓일 수도 있다는 발상의 전환.
그리고 원칙에 대한 강조 - ‘나는 무엇을 추구하는가?’, ‘무엇을 위해 돈을 버는가?’ 온갖 유혹과 돈을 가르치고 다스릴 수 있는 힘. 원칙에 대한 질문이다. 근사한 인생을 살고 싶다면 세상이 아닌 자신의 원칙을 적용하며 사는 게 좋다. 이 원칙과 기준을 만들기 위해서는 생각해야 한다. 사색하는 힘이 곧 살아가는 힘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5장 생각, 에서는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내가 갇힌 비좁은 세상에서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길잡이임을 알려주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는 사색이 좀 더 필요한 얕은 수준의 생각이 꽉 찬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 충실한 사색을 통해 일상이 물어오는 소리를 듣고 자기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가장 불행한 것은 남의 생각대로 사는 것이다. 온갖 수치와 평균의 유혹에서 벗어나 내가 정한 삶의 수치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려면 역설적으로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뭘 잘하는지 알아야 내가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을 모르는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사색을 하고 배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자기를 단련하고 성장시키는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사람. 동반자나 스승이 한 명 정도 있으면 충분한데, 작가는 그를 괴테로 삼았다.
6장 기품, 에서는 자신감은 실천의 크기가 결정하며, 거짓된 공부, 비겁한 배움으로는 기품을 만들지 못함을 이야기한다. 온몸으로 부딪혀 공부한 것을 실천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 서는 겸손이 기품을 만든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한마디로 공부와 실천이 기품을 만든다. 그럼 배움의 기회는 어디서 오는가? 나의 일상에서 온다. 그러나 제자리에서는 그 일상이 주는 가르침을 얻을 수 없다. 한 발짝이라도 떠나야 한다. 세상을 경험해야 한다. 사람을 만나야 한다. 하나를 더 이해하려면 한 번 더 떠나야 한다. 그리고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 독서를 예로 든다면 100년 동안 생각 없이 읽는 수천 권의 독서 경험보다, 한 권의 책을 수천 번 사색으로 읽은 1년이라는 시간이 더 가치가 있다. 이렇듯 다른 시선과 깊이 있는 사색이 온전한 배움을 갖게 하며 실천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품이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나온 스스로 생각하라, 자기만의 기준과 원칙을 가져라 등의 저자의 메시지는 다른 말로 자기 삶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과 통한다. 자기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한 삶은 다른 사람이 주인이 되어 끌고 갈 확률이 높다. 이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이다. 난 왜 존재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는가? 거기에서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나눌 것인가? 같은 철학적인 질문은 그래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1장에서 6장까지의 여정은 주로 혼자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또 강해져야만 하는 당위성과 그 방법을 논한 것이다. 이는 7장 조화로운 삶과 8장 관계, 즉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의 가치와 의미를 풍성하고 아름답게 하기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무 준비도, 역량도 갖추지 못한 채 어울리는 사람들의 모임은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것처럼, 혼란과 분열, 허망한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스스로 치열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면서 다듬어온 삶의 기준과 원칙들만이 더 아름답고 조화로운 관계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참다운 시민사회, 더불어 사는 삶의 든든한 기초가 될 수 있다. 자유로운 개인들의 끈끈한 연대와 결속, 그리고 다시 자유롭게 흩어질 수 있는 유연함.
진정한 인문학적 성장이란 바로 나를 사랑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고독 속에서 성숙이 필요하다. 외부를 향한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을 놓치지 안되, 초점은 안에서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점들이 또 그렇게 준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이것이 내가 이 책에서 엿본 인문학의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