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맞추자 인생이 달라졌다 - 일, 관계, 삶을 바꾸는 간단하지만 놀라운 소통의 기술
브라이언 그레이저 지음, 박선령 옮김 / 토네이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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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독자들은 읽는 내내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직접 대면하고 눈을 맞추고 귀를 기울여 그 사람에게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관심과 존중의 표현을 하는 것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이 책의 출간 타이밍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요즘처럼 가까운 대면 행위가 부자연스러운 시기인 이때, 이 책의 교훈들은 그 의미가 반감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즉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눈빛을 통한 비언어적 정서와 정보의 소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2019년에 출간된 이 책의 가치는 같은 해인 201912월을 전후로 확실히 달라졌을 것이다. 아니, 가치라기보다 적용의 양상이 달라져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난독증을 앓았던 저자는 다행스럽게도 말하는 능력, 즉 의사소통능력은 좋았던 편이었기에,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더 넓은 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 신뢰를 쌓고 원하는 것을 얻으며,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성공적인 인간관계의 첫걸음이 ‘눈 맞춤’에 있다고 주장한다. 눈 맞춤은 자기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용기가 필요하며, 타인의 시선과 영향력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의 관점과 힘만으로 문제를 헤쳐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여기서 조건과 상황을 불문하고 무작정 원하는 상대에게 눈 맞춤을 하는 것이 관계를 만들고 의미 있는 경험을 가지게 해준다는 것은 아니다. 문화나 개인의 성격과 처한 상황에 따라 부적절한 행동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도 과감한 눈 맞춤을 통해 자신의 삶이 획기적인 변화를 겪긴 했지만, 그 눈 맞춤에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야 할 기술적인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던 경험을 전하기도 한다.

 

이 책은 성공적인 인간관계에 대해서 말한다. 성공적인 인간관계하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떠오른다. 이 책은 인간관계론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호감을 얻는 방법을 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 눈 맞춤과 함께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진정성과 관심, 경청 등의 키워드를 내세운다. 즉 상대방이 내 진심 어린 눈빛과 관심을 통해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 나의 말을 줄이고, 상대방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도록 경청하는 자세는,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역으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나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더 잘 성사될 수 있도록 하는 일거양득의 기술이 된다. 또한 관계를 맺기 원하는 상대와 만나서 질문할 기회가 생겼을 때를 대비해 상대방의 관심사나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아봐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준다. 정말 이 사람의 간절함이, 나를 만나고 싶어 했고,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세상에 대한 새롭고 폭넓은 관점을 취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 책읽기다. 아마 작가가 난독증을 앓지 않았다면 꼭 사람을 직접 많이 만나본다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자기 취향에 맞게 책을 읽든, 사람을 만나든 어떤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 기준과 신념에 따라 의미 있는 삶을 살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다만 그에게는 선택권이 제한적이었지만, 그 제한된 영역의 한계를 넓히는 방법을 사람 만나기와 호기심 대화법으로 넓힐 수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 대화법이란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낯선 이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말한다. 저자에게 있어 마주 보며 눈을 맞춘다는 것은, 자신의 한계에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최선의 선택과 시도로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을 확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의 이런 인생 여정과 태도, 가치관이 존경스럽다.

 

이제 처음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인간에게는 감정이 있고, 이 감정은 소통과 공유를 원한다. 그래서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 정의한다. 물질과 과학 만능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인간 소외의 현상이 시대적 화두가 된지 오래되었지만,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도록 만들어진 인간 존재의 특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또다른, 새로운 차원의 외로움이 도래한 시대다. 정서적인 면을 넘어 물리적, 신체적으로도 쉽게 교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어쩌면 비대면 사회로 진입한 안타까운 타이밍의, 어긋난 경험적 진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가 제한적인 조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가치를 창출하고 의미 있는 경험과 추억들을 쌓아왔던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이 책에서 배워야 할 것과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향해야 할 것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의 명대사,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의 정신처럼, 소통과 연대의 정의와 의미를 물리적, 신체적인 것에만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더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용기와 과감한 시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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