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 전쟁 - 세계 석학들이 내다본
리처드 볼드윈.베아트리스 베더 디 마우로 엮음, 매경출판 편역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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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팬데믹이 선언되는 전후로 세계는 엄청난 혼란을 겪고 있다.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병에 걸렸고 그중 사망자 수도 감각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 연일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비교적 대처를 잘하는 편에 속해서 다행이지만, 세계가 거의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다른 나라의 현재 아비규환은 여전히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강력한 전염병이라 할지라도 그 기세는 반드시 꺾인다. 완전히 종식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지만, 적어도 관리 가능한 계절병 정도로는 바뀔 것이다. 이후의 상황이 문제다. 바로 경제 침체에 관한 것이다.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시행하는 조치들,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나 필수적인 영역이 아닌 분야에서는 되도록 재택근무 등으로 노동의 형태를 전환시키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조치로 필수영역 종사자도 아닌 경우나, 재택근무로 대체할 수 없는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혹은 중장기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금은 통제가 가능할 때까지 전염병 확산을 강제로 막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을 봉쇄하거나 사람과 물류의 이동을 제한하는 조치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으로 인해 코로나 사태 이후의 경제 전망은 대체로 어둡다. 기업의 전염병 대응 조치로 먼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줄어든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와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소비가 줄어든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프라인에서의 사회적 관계망은 축소되었다. 이것은 고스란히 정부나 기업이 담당하고 있는 경제 영역에 부담을 지운다.

 

사태가 단기적으로 해결된다면 이에 대한 회복도 빠를 것이나, 지금은 이미 장기전으로 돌입한 상태다. 앞서 열거한 문제점들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전염병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따라서 중장기 경제 대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할 때인 것이다.

 

 

 

 

 

코로나 경제 전쟁에서 세계의 석학들이 지금 상황에 대해 진단하고 있는 문제점과 전망, 해결책은 다음의 몇 가지 내용으로 정리된다. 첫째, 이후에 반드시 재발할 것으로 보이는 대규모 유행 전염병 발생에 대비해 공중보건 의료체계를 확실히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는 사람들이 살아있어야 성립되는 생존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둘째, 전염병 확산 방지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개인과 기업들에게 정부와 금융 당국이 충분한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다 중복되거나 부적절한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망설이지 말고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할 재정 부담은 적절한 지원 정책이 시행되지 않았을 때의 피해를 생각하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셋째, 공중보건 의료체계를 굳건히 하는 것만큼 금융-통화 정책에 있어서도 이번 사태에 준하는 위기가 올 것을 대비해 안전한 장치를 만들어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완충 자본을 통해 다양한 경제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국제적 공조로 더욱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미 세계화가 되어 있는데, 이번 사태로 탈세계화, 경제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의 윰직임이 보이고 있지만 이것은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정책입안자들이,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후 변화와 같은 인류 공통의 과제를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석학들의 생각을 살펴보면, 이것은 전쟁이 아니라 새로운 생존 환경으로의 도약이라고 해야 옳을 듯 싶다. 기존의 경제 가치관을 크게 벗어나고 싶지 않은 안정 욕구도 보이지만 결국 경제나 환경, 헬스케어 영역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인류의 인식과 생활 방식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첫째, 보건, 의료, 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일깨워져 사람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과 그에 따른 실천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언컨택트라는 말이 나왔듯이, 기존의 디지털 기반 플랫폼이 실물 경제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다시 말해 재택근무나 비대면활동을 중심으로 한 산업생태계가 덩치를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셋째, ‘에 대한 개념이 새로워질 것 같다. 이번 사태로 정부의 부채문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것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개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당연한 대응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특수한 상황에 대한 한정적 조치지만 말이다.

 

2000년대 들어 팬데믹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그 간격이 점점 짧아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는 블랙 스완의 충격을 역사적으로 몇 번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고 있다가 또 큰 재앙을 당하고 있다. 이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상황 판단 아래 항상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팬데믹 이후의 경제 상황과 보건 위생 문제를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침해가 이번 일의 근본적 원인인 만큼, 자연생태계와 인류의 생존 환경을 충돌이 아닌 조화와 균형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모든 비상식적 거래가 이번 사태를 기회로 상식의 범위로 들어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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