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력 - AI 시대의 현명한 선택을 이끄는 3가지 힘
구정웅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Life is C between B and D.

 

'인생은 탄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의 선택들(Choices)'이다. 즉 삶의 모든 순간들이 선택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의미로서 인생을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한 유명한 말이다.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하는데 아무튼 이 말 자체는 많이 알려져 있다. 선택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줄곧 떠오른 말이기도 하다.

 

저자는 장차 인공지능이 지배하게 될 시대에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선택하는 힘을 꼽았다. 세상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아톰보다 비트의 무게가 더 나가는 시대라 하더라도, 그런 것들에 관계없이 인간에게 선택이라는 요소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즉 시대가 바뀌어도 인간이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어쩌면 더 힘들고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초기 인류는 생존의 문제가 절박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따라서 선택지도 단순했다. 그러다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의 가치를 만들게 되었고, 양쪽 모두에서 욕망이 세분화되면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행위가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띄게 되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기에, 문제의 핵심을 간파하고 단순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고 제시한 사람들이 항상 위대한 업적을 남겨왔던 것이 또한 인류 역사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저자는 안에서부터 시작해 바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 인간이 보다 나은 선택의 능력을 기를 수 있음을 주장한다. 먼저 본질을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져봄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름대로의 규정을 짓는다. 같은 방법으로 공부를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자기가 지금 하고 있거나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본질적 물음으로부터 올바른 선택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본질은 다른 말로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깨달아지고 분명해진 사람은 신념을 가질 수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파는 제품을 통해 고객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든지,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얻은 지식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든지 하는 식으로 생각이나 행위의 근거가 되는 것이 신념이다. 이것이 분명하면 어떤 고난과 시련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을 지니게 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 데 있어 기준이 분명하므로 어려움을 덜 겪게 된다.

 

이렇게 자기 안에서 외부의 어떤 풍파에도 무너지지 않는 내적 기초를 다지고 나면 다음은 외부로 향해야 한다. 인간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든 외부의 도움이나 영향을 받는 존재가 인간이다. 그래서 타인과의 상호작용은 필연적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 살필 줄 아는 배려다.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협동혹은 협력하는 능력을 꼽는다. 조직을 비롯한 다양한 집단이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도 상호협력, 상호보완하는 자세로 진행하며, 어떤 한 분야에서의 경쟁 관계가 관점을 전환하여 전략적 파트너로 발전하는 것 등 대립보다 조화와 균형을 추구할 때 보다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명은 날로 발전하고 문화는 점점 더 다양한 가치관의 충돌로 복잡해져 가는데 개개인의 삶에 있어서의 가치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시대다. 선택력을 읽다 보면 자율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자율은 스스로 원칙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며,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한 자율적 인간들이 서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협력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개인과 집단의 선택력이 증진되며, 또 공명하면서 공진화하여 인공지능 시대에 더욱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음을 저자의 글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는 어쩌면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선택의 문제가 인간 대 인간의 경우뿐만 아니라 지성과 감정을 가진 기계와 인간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와 우려의 복잡한 시선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의미에서는 존재의 문제를 고민하는 인문철학서의 성격도 띄고 있다.

 

인생은 게임과 같다. 게임에는 룰이 있다. 룰 안에서 경험과 직관을 근거로 선택이라는 행위를 한다. 경험은 지식이 되어야 하고 지식은 활용되어 살아 있는 지헤가 되어야 한다. 이것을 통해 직관의 힘이 자라게 된다. 경험이 지식이 되기 위해서는 분석과 통찰이 있어야 한다. 이능력을 연마하는 것이 경험을 지식으로 만든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가치관과 경제관, 환경관, 기술관을 요구받는 시대의 출발점에 서게 되었다. 이럴 때 선택력과 같이 생각과 판단의 기초적인 힘을 키워줄 수 있는 책 한 권을 읽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