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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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성인 오이카케는 일본어 동사 오이카케루(()ける)’에서 왔다. 그 의미는 뒤쫓아가다, 한 가지 일에 뒤이어 잇달아 딴 일이 일어나다로서, 주인공의 특성과 이야기의 성격을 짐작하게 한다.

 

제목은 탐정이라고 달았지만 주인공 여고생은 전혀 탐정과 관계 없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이 소녀는 미래에 훌륭한 탐정이나 수사관이 될 가능성을 충분히 품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말 그대로 귀엽게 미친 아이가 자신의 재능을 얼마나 황당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여기서 귀엽고, 꾸미지 않아도 예쁜데 꾸미면 누구나 돌아볼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가진 여자아이라는 요소가 빠지면 정말 미친 사람 이야기밖에 안된다. 당연히 스트레스로 고통 받아야 할 가족이 너그럽거나 유머러스하게 그려지는 것은 외모와 상반되는 주인공 소녀의 캐릭터만큼이나 비상식적이다.

 

그래 이게 라이트노벨을 읽는 맛이지... 라이트노벨을 쓰는 작가들의 재능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온갖 망상에, 판타지에, 현실적 요소와 비현실적 요소가 짬뽕처럼 뒤섞인 정신 없는 재료들을 조합을 기가막히게 하는 것. 어떻게든 이야기로 만들어낸다. 그리고 황당하지만 재미있다!

 

 

오이카케 히나코는 많이 특이한 여고생이다. 그녀는 광팬 혹은 매니아를 넘어서는 존재를 의미하는, 요즘 말로 오타쿠나 오덕보다 더한 십덕후의 경지에 이른 덕질쟁이다. 그런데 입덕(어떤 분야나 사물, 캐릭터, 인물 등을 매우 좋아하여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행위) 대상이 예사롭지 않다. 연극배우, 씨름선수, 아역배우, 만화가, 정치인 등 일반적으로 어린 소녀의 가슴을 두근거리다 못해 터지게 만들 요소를 갖추지 못한 것들 투성이다. 게다가 덕질하는 대상도 특이한데, 꼭 사건이 따라온다. 마음놓고 짝사랑하지도 못하게 상황은 늘 비일상적인 형태로 흘러간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 편의 이야기 중 다행히 사람이 죽는 상황은 한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살인, 유괴, 이혼, 기만, 폭파 등의 소재를 쓰고 있으나 모두 유쾌하게 풀어낸다.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주로 사용되는 능력은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를 모아 분석하여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는 것이다. 주로 사람들이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거기서 옮겨지거나 파생된 온라인 상의 텍스트와 이미지 정보들이 주인공에 의해 특정 인물의 행적이나 취향, 계획 등을 추론할 수 있는 훌륭한 단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깜찍한 스토킹을 하는 것이 오이카케 히나코의 즐거움이다. 물론 최애(가장 애정을 쏟는 대상)를 곤란하게 하거나 괴롭히는 지경까지 가지는 않는다는 원칙이 있다. 그리고 이 능력이 의도와는 다르게 사건·사고들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IT 중심의 세상이 된 시대와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이 작품의 후속작이 꼭 나왔으면 좋겠다. 이대로 더 이상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히나코라는 캐릭터가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그녀의 귀엽고 비정상적인 뒷걸음질에 밟히는 멋지고 황당한 다음 이야기들을 기대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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