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책 - 왜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뒤덮이는가
이동학 지음 / 오도스(odos) / 2020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먼저 이 책의 부제인 지구의 절반이 쓰레기로 뒤덮인 이유를 짚어보자. 그것은 우리 인류가 지금까지 생존해온 방식으로 유발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토대 위에서 일어난 일들이다. 산업화는 지구의 자원을 끌어다 대량 생산과 과도한 소비 문화를 만들어냈고 자본주의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것이 정당하고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심어주었다. 문제는 생산물이 많아져도 이것을 다 소비할 수 있으면 다행인데 남는다는 것이다. 남아도는 가운데 더 만들어내고 그리고 더 많은 잉여물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이 고스란히 쓰레기가 된다. 덩어리가 되고 산을 이룬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쓰레기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플라스틱 쓰레기다. 플라스틱은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인류에게 치명적인 독으로 바뀌고 있다. 플라스틱이 자연분해되는 데 수백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일찍이 알려진 사실인데, 그것만이었으면 오히려 다행이었을 정도다. 플라스틱의 특성상 강한 햇볕이나 바람 등 외부에 노출되어 분해되는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하는데 이것이 온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크고 작은 플라스틱 폐기물과 그 조각들이 새나 물고기의 배에서 발견되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머리카락보다 작은 미세한 플라스틱 조각들이 세상을 돌고 돌아 사람의 몸에 쌓이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다. 상품화를 위해 일부러 만들던 미세플라스틱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과 버려진 플라스틱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까지 인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쓰레기에 둘러싸인 꼴이 되어 있다.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미세먼지와 더불어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과 환경의 위기를 차곡차곡 누적시키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와 자본주의는 겉으로 화려했으나 이면에 짙은 어둠을 품고 있었다.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지는 가운데, 즉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시스템에서 발생하던 많은 쓰레기들이 생기는 족족 제대로 처리되고 있던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이나 가난하고 열악한 후진국들에 버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선진국이나 경제대국에서 흘러들어온 쓰레기들이 빈민들을 비롯한 경제 약자들의 일거리가 되어 생존을 지탱해주는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가 그동안 이어져왔던 것이다. 최근 플라스틱 차이나라는 다큐멘터리에서 그 비극적인 실상을 잘 보여준 바 있다. 이제는 최대의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바람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러 나라들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지만 한편 또 다른 세계의 쓰레기통이 어디 없을까 물색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인간의 마음이란 것이 끝없이 악으로 흐르고 있다는 확신을 지우기가 힘들다.

 

이 책은 문제점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 사례들도 다루고 있다. 곧 생산과 소비와 뒤처리가 선순환을 이루는 새로운 산업모델과 경제시스템을 꿈꾸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와 도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생태환경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나 브라질의 쿠리치바도 나오고 쓰레기를 자원화, 에너지화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쓰는 덴마크 코펜하겐,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 대만의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쓰레기를 잘 분류하여 재활용하고 재사용하는 비율을 높이고, 매립하는 양을 최소화하며, 소각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로 전환하는 기술의 발전상이 희망을 갖게 한다. 지역사회에서 혐오시설로 인식되지 않고 시민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현대화하는 시도도 돋보인다. 이를테면 시민들이 와서 쉴 수 있는 쉼터, 놀이터로서의 기능을 접목시키고, 다음 세대들에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교육 시설로서의 활용이 그 예다.

 

음식물 쓰레기도 플라스틱 못지 않게 심각한 문제의 한 축으로 언급된다. 이는 환경과 빈곤의 문제로 함께 다뤄지는데, 한 곳에서는 식량이 남아돌아 쓰레기로 버려지고, 다른 곳에서는 배고픔으로 고통 받는 모순된 현실을 꼬집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제로 시도되고 있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음식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경제 논리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하는 시도는 예를 들어 푸드 뱅크나 판매기한이 지난 좋은 음식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어플의 활성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수많은 갈등과 분쟁이 지구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그런 문제들이 어린 아이 장난으로 여겨질 만큼 실상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쓰레기 문제는 소리 없이 가까이 다가와 이제는 목을 죄고 있는 상황까지 와 있었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지구라는 공간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망각한데서 초래된 위기이자 비극이다. 이제 우리의 관점과 시선이 더 넓어지고 포괄적으로 변화해야 될 시점이다. 무엇이 우리의 삶의 근본적인 행복을 이루는지 고민해야 한다. 인간 존재 자체의 풍요로움을 유한한 소비와 소유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대체해야 함을 깨달아야 할 것을 이 책은 요구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한 가지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소개한다. 알고 있는 분들도 많겠지만 많은 것을 시사하는 내용이기에 가져와본다.

 

어느 마을에 커다른 구멍이 하나 생겼다. 사람들이 그 구멍에 작은 돌을 던져 보았는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한 사람이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쓰레기를 그 구멍 속으로 던져 넣었다.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리 많은 양을 버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안 사람들은 온갖 것을 거기에 버렸다. 그렇게 많은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어느 날이었다. 한 사람이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 작은 돌이 하나 툭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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