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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30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2월
평점 :

예전에 기독교 서적인 ‘설교자의 일주일’이란 책에서 효과적인 설교를 위해 아리스텔레스의 수사학을 토대로 그 방법을 전한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거기서 저자는 온전한 설교, 즉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요소로 먼저 어쩌면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설교자의 인격적인 부분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윤리적인 측면인 ‘에토스’를 강조했고, 두 번째로 적절한 감동을 통해 메시지 전달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파토스’를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설교 역시 하나의 설득 과정이므로 올바른 주장과 근거의 구조적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논리적 측면인 ‘로고스’를 마지막으로 다루었던 기억이 있다. 그 책을 무척 인상 깊게 봤기 때문에 그 뿌리가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을 그리스어 원전 완역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귀한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말솜씨, 글솜씨가 강력한 무기가 되는 시대이다. 그런데 모든 본질적인 것이 현실적인 문제와 엮이게 되면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단을 위한 수단만 남게 되는 경우를 무척 많이 보게 된다. 상대를 설득하고 자기 주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 수사학, 혹은 변증법이라면 그 목적은 끝까지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의 세련된 융합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아니면 말고 식의 아무말 대잔치가 대세인 듯하며, 그런 걸 잘하는 게 오히려 능력인 것처럼 다뤄지고 있어서 매우 안타깝다. 알맹이는 없어도 좋으니 재미있거나 여론몰이가 잘 되거나 다른 목적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 족하다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설득’, ‘효과적으로 말하기’, ‘주제의 효과적 전달’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이 참 많다. 그러나 이해타산적이고 이기적이고 목적지향적인 ‘말 기술’이나 ‘말 장난’이 아닌, 진정으로 인격적이고 상호보완적이며 본질적인 소통을 위한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이라는 ‘원전 지식’을 통해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최소한 나와 내가 속한 모임이나 조직 차원에서 품격 있는 실용적 주장과 토론, 의견교환이 이루어지다면 조금이나마 세상을 올바로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