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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상당량이 소를 키우는데 쓰인다고 한다. 소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칠만큼 엄청나다고 한다. 우리가 먹는 라면을 비롯한 여러 음식물과 조미료의 기본 재료를 보면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우리는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체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소라는 존재에 많은 영향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소란 인간에게, 우리에게 도대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과거의 유적이나 신화를 살펴보면 인간과 처음으로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가축이 소라는 걸 알 수 있다.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소는 유사 이래 지금까지 여전히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고리요 생계 수단으로서, 겉으로 드러나는 양상만 바뀌고 있지 그 의미는 여전하다고 한다.
이 책은 소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적이기도 하고, 또 다른 측면으로는 우리 삶의 배경으로서 항상 함께 했던 문화적, 역사적, 경제적 요소로서의 소를 논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목축업을 하는 농부 아버지와, 작가이자 농부로서 살아가려는 아들... 이들은 또한 연약해지는 아버지와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야 하는 아들의 관계이기도 한데, 이 아버지와 아들의 미묘한 갈등과 화해의 반복을 그려내기도 한다. 소나 양의 출산과정을 돕는 사람의 행위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감상은 흡입력이 있다. 기르는 가축들을 지켜내기 위한 고군분투,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성원간의 갈등, 국가나 지역 전반의 경제적 쇠퇴에 따른 지역사회와 그 주민들의 어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머를 잃지 않으며 삶을 살아가는 에피소드 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또 인간의 탐욕과 그에 따른 무분별한 소유와 소비가 빚어낸 역사의 어두운 부분들과, 궁극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그것으로 영향을 받아 고통 받거나 삶의 형태의 변화를 요구받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지구 위에서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사건과 사고들의 중심에 소라는 동물을 두고서 작가만의 인간적이고 예민한 감성으로 사람과 역사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소와 양의 새끼를 받으면서 숭고하고 거룩하고 본질적인 어떤 것을 경험하고 느끼며, 작가와 농부로서의 삶을 살기 시작한 저자의 자아성찰과 세계관의 변화, 불화했던 외부세계와의 관계회복의 과정과, 삶과 죽음이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한다는 사실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내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여담1
한때 어떤 우유제조브랜드에서 자사의 신제품에 초유 성분을 넣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광고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초유라는 것이 갓 태어난 새끼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면역력을 갖추게 하는 효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이 광고가 떠올랐다. 더불어 인간이 참 별짓을 다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자연에게, 인간 아닌 다른 생물들에게 주어져 있는 것들까지 빼앗아 이윤을 남기려 하는 탐욕덩어리인 인간의 이기심을 보게 되었다.
여담2
나는 책을 볼 때 페이지의 표시 위치를 체크한다. 보통은 페이지 상단 바깥쪽이나 하단 바깥쪽에 표기되는 것을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그래서 전에 읽었던 다른 책에서도 보기 불편한 페이지 표시 위치 문제에 대해 지적한 적이 있는데, 안타깝게도 이 책 역시 다 좋은데 이 부분에서만큼은 아쉬웠다. 오른쪽 하단 중간 부분에 펼친 면에 양쪽 페이지수를, 그러니까 짝수와 홀수 모두를 한꺼번에 표기하는 편집 방식을 취한 것이다. 내가 몇 페이지를 보고 있는지 한 번 더 신경써서 확인하게 하는 이런 편집 방식은 독자의 독서 행위를 방해하는 것이란 판단이다. 페이지 표시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책 만드시는 분들이 창의적 발상을 하지 않으시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