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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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알 속의 병아리는 알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벽 안쪽을 쪼는 것이고 동시에 어미 닭은 바깥쪽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한 명의 자아가 온전히 깨어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 혹은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반대로, 어떤 한 사람이 온전한 개인으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익숙하게 여겨왔던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하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자기에게만 주어진 새로운 운명을 개척할 고난의 단계 역시 도 피할 수 없는 과정임을 보게 된다.

 

평생을 아버지와 근본주의적 종교라는 틀에 갇혀 살았던 저자가 다른 삶에 대한 가능성을 인지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집안에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셋째 오빠의 입에서 나온 외부 세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자였기 때문에 더욱 제한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어린 시절의 저자였지만, 이렇듯 하나의 이야기는 한 사람에게 새로운 인생에 대한 상상과 꿈, 동기부여와 실행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는 것, 이야기의 힘, 이것이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흥미로움이었다. 내가 몰랐던 세상,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발걸음이 개인의 인식의 차원에서 먼저 시작될 수 있다는 사실, 현실로 열매 맺기까지 이어지는 인간의 감춰진 가능성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내는 인간의 이야기하는 능력, 또 그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는 인간들의 다양한 반응과 전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중요한 가르침이다. 인간의 사회적 본능이 어떻게 인간을 성장하고 성숙하게 만드는지 그 하나의 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의 근본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될 수 없다, 무의식에서 계속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절이 아닌 극복해야 할 지점, 또 용납하고 소화하며 끝내는 자유롭게 자신의 과거와 화해하고 자유로워지는 것 - 이것이 진정한 자아실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한 인간이 단순히 주어진 굴레를 극복하고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며, 그렇다고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것에 국한되는 것도 아니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하는 훌륭한 지침서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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