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 불평등에 분노하는 밀레니얼, 사회주의에 열광하다
헬렌 레이저 지음, 강은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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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본주의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말한다. 그리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기 위해 사회주의라는 도구를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저자는 사회주의가 꼭 정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다만 현시점에서 우리가 붙들 수 있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마르크스의 통찰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마르크스, 사회주의, 유물론, 공산주의, 불평등, 청년 실업, 인종차별, 이데올로기, 자본가, 노동자... 모두 이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들이다. 바로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민주주의 시대에 살고 있으면서 대중들에게 가장 멀찍이 떨어져 있던 개념들. 그런데 이런 개념들이 이제는 필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세계의 문제들... 불평등과 불합리, 인종차별, 종교 분쟁, 무역 갈등, 양성 갈등, 성차별, 환경, 테러 등등.

 

이 책은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자본주의의 내재적 한계와 현실화된 실패에 돌리고 있다. 저자는 이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해 역사상 가장 면밀하고 깊이 연구하고 분석한 인물이 칼 마르크스이며, 그의 사상을 통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까지는 아니더라도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에는 편집자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한 통이 들어 있다. 이 책의 주제가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주제임을 의식하고 있음에도 왜 이 책을 출판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바로 마르크스와 사회주의에 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이른바 레드 콤플렉스 때문에 우리는 이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편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 되어 있는 실정이다.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말이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건에 대한 해석이 흥미로웠다. 어느 시대에나 그 시대를 지배하고 굴러가게 했던 시스템이 붕괴될 때는 그 조짐이 있게 마련인데, 저자는 자본주의 시대의 균열과 붕괴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징후로 미 대선에서의 트럼프의 당선을 꼽은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현상으로, 민주당이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의 상실감과 체념은 물론이고, 이미 누리고 있던 것을 대폭 삭감당한 가졌던 자들의 상실감까지를 폭넓게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에 비해 트럼프는 그 진심이 어떻든 간에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그 사실들을 언급한 것에 있었다는 것이다. 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 감춘 민주당과 진실을 왜곡하면서 드러낸 트럼프의 대결에서 미국인들은 치부를 드러내고 그것을 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인 트럼프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양자의 상실감과 당혹감을 다 들여다볼 수 있었던 후보는 버니 샌더스 정도였는데, 미국인들에게 그런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할 여유는 없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의 한계와 그 대안을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는 오늘 이 시대의 민낯이다. 사고하고 성찰하기보다는 눈 앞의 문제를 더 중요시하며 매달리게 하는 세계상... 이것은 우리에게도 넉넉히 적용될 수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의 내재적 위험성, 즉 시간이 흐를수록 자기파괴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당장은 좋은 성과로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었을지 모르나 지속가능성이 없는 자본주의의 한계를 유쾌한 어조로, 하지만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인간의 본성과 맞닿아 있으며, 이윤 추구라는 목적을 벗어날 수 없는 성향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체계인 자본주의는 이상적인 경제 시스템이 결단코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의 편중 현상과 이로 인해 다수의 사람들이 경제적, 물질적, 문화적, 존재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것이 세계를 불안과 분쟁으로 몰고 가고 있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모든 사람이 행복을 누릴 수 없는 불완전한 시스템이며, 이를 위해서는 행동보다 먼저 생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차분하게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무엇이며 우리 삶을 갉아먹는 한계에 봉착한 이 시대의 근본적인 병폐를 사회주의라는 도구를 통해 성찰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의 가치를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의 연대를 통해 그것이 꼭 이상적인 공산주의의 형태가 아니어도 좋으니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길을 모색할 것을 희망하며 글을 맺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과 차별성을 가지고 있음을, 그래서 열악한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고 더 나은 상태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존재임을 피력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자본주의라는 체계 속에서 인간이 더 이상 비인간화되는 것을 막고 인류가 보다 행복해질 수 있는 축복과 번영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한 길잡이로서 사회주의를 제시하고 있고, 밀레니얼 세대들에게 적합한 도구임을 강조한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답게 살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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