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덴데케데케데케~
아시하라 스나오 지음, 이규원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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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역시 록이 아니면 안 돼!' 라고 혈기에 불타 소리지르는 네 명의 소년을 한번 만나보자. 우선 이 책은 표지부터 그 유명한 비틀즈의 abbey road 앨범을 패러디하고 있다. 각 소제목 또한 6, 70년대를 풍미했던 로큰롤이니 비틀즈는 물론이요, 벤처스, 로버타 플랙, 밥 딜런 따위의 이름들이 제목으로 줄줄히 불려 나온다.

그런데 로버타 플랙이라 최근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그렇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에서 마커스가 친구들 사이에서 매장될 각오까지 하고 불렀던 엄마의 18번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의 가수 아니던가? 아아, 그 순간의 악몽이 되살아나는구나! 대망의 2005년을 살아가는 우리 젊은 청춘들에게 이 노래는 락이라기 보다 올드 팝송에 가까울 뿐 그 어떤 저주받은 락 스피릿도 선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산이 30년도 넘게 흐른 지금,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고래적 하이스쿨 밴드 '락에 미친 말들 rocking horseman'은 우리에게 무엇을 들려주러 현해탄을 건너 온 것일까? 어느새 '베이스 소리에 따라 심장이 둑, 둑, 둑, 둑, 하고 요란하게 뛰고 있다.' 준비가 되었다. 덴데케데케데케~ 그 일레트릭 기타의 트레몰로 글리산도 주법 속으로 들어가보자.

그런데 나로선 그 주법도 모르겠고 자세히 설명할 자신도 없다. 대략의 줄거리만 말하자면 아래와 같으니, 1965년 일본의 어느 한 시골 가가와현립 캉온지제일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후지와라 다케요시 외 3인의 요절복통 고교밴드 결성기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만큼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일렉기타를 구입하기 위한 아르바이트나 합숙훈련을 빙자한 여름캠프, 코니 프랜시스 풍의 해변의 데이트 같은 에피소드란 청춘영화에 의례 따라오기 마련인 필수공식이란 얘기다.

그렇지만 눈 딱 감고 촌스럽긴 해도 애틋하기 짝이 없는 그 추억의 페이지를 넘겼을 때, 우디 알렌의 말을 빌자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쓰레기 같은 세상'에선 눈 뜨고 찾아 볼 수 없는 눈부신 선의로 가득하다. 칫쿤의 말처럼 '이 세상에는 악의라는 것은 없어, 있다고 해도 아주 조금이고 선의가 훨씬 더 많은 것'이다.

이 책에도 잠깐 나오는 비틀즈의 명곡 yesterday 가사처럼 'now I need a place to hide away' 우리에겐 때로 숨어버릴 수 있는 과거가 필요하고, 이 노래들은 현실로부터 도망친 어른들이 잠시 쉬었다 올 수 있는 청춘의 마지막 피난처 '노스텔지어의 주막'과도 같다. '수많은 추억 중에서도 소년 시절의 달콤하고 안타까운 추억만큼 사람들의 가슴에 언제나 남아 있는 것은 없다.' 고 했던가. 청춘의 환영 메텔을 떠나보내는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의 그 유명한 마지막 말이다. 그렇게 소년은 어른이 되고 추억은 일렉트릭 기타의 트레몰로 글리산도 주법으로 영원히 남는다. 안녕 록킹 호스맨, 청춘의 시절이여..

찰랑찰랑 모던락 기타에 익숙한 20대 후반의 여성으로서 나는 울부짖는 일렉트릭 기타가 좀 많이 부담스럽고 그래서 별이 평소보다 하나 적어졌다. 그렇지만 나보다 조금 윗세대들은 다를 지도 모르겠다. 토마의 일러스트레이션 삽화가 참 사랑스럽다는 말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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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6-28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덴데케데케데케...저도 꿈에서 이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어요...;;

히나 2005-06-29 0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식스티 나인'의 츠마부키 사토시군이 자동연상된다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