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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려 권력 쟁탈기 ㅣ 재미만만 한국사 11
오주영 지음, 박정인 그림, 하일식 감수 / 웅진주니어 / 2020년 9월
평점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려 권력 쟁탈기’ 는 고려역사 중 문벌귀족(이자겸), 개경파와 서경파(정지상), 무신정권(정중부), 권문세족(공민왕)이 권력을 잡은 기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재미만만한국사’ 시리즈가 모두 그렇듯 이 책도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래서 좀 더 실감나게 느껴진다. 내가 꼭 그 장소에서 주인공을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보통의 역사책들은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방식이라서 조금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역사적 인물을 보게 되는데, 이 책은 주인공 시점이라 그런지 주인공의 입장에 공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는 문벌귀족이 득세했을 당시의 대표적인 인물 바로 이자겸에 대한 것이다.
조상대대로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인데다 자신의 딸 셋을 예종, 인종에게 시집보내면서 나는 새도 떨어뜨릴 정도로 그의 권세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 손자인 인종은 물론이고 자신의 딸까지 권력을 위해 희생시킨 그의 말로는 비참하기 짝이 없다.
두 번째 이야기는 다소 생소한 인물 서경파 정지상에 대한 것이다.
정지상이라고 하면 잘 몰라도 서경천도운동과 묘청의 난이라고 하면 잘 알 것 같다.
묘청과의 친분으로 그의 말을 따라 서경천도운동을 벌였던 인물이다.
당시 반대파인 개경파 김부식에 의해 서경천도운동은 실패로 돌아갔고, 거기다 묘청이 난을 일으키면서 그의 인생도 끝이 난다.
그리고 내가 가장 관심 있게 읽은 부분은 바로 무신 정권기이다.
학창시절에도 고려 역사 중 무신정권기가 가장 재미있었고, 경대승-정중부-이의민-최충헌. 이 네 명의 이름은 아직까지 기억이 난다.
당시 무신을 차별하던 분위기에 참다 참다 폭발한 무신들.
젊은 문신 김돈중과 한뢰의 싸가지없는 행동에 나도 화가 났었는데, 그 당시 무신들은 오죽했을까?
그들이 난을 일으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신들에 대한 동정은 거기까지다.
그들도 그들이 싫어했던 문신들과 똑같은 길을 걸었다.
백성들은 아웃오브안중.
자신의 권력을 위해 살인까지도 서슴지 않았기에 백성들의 삶은 권력이 바뀌어도 늘 고달팠을 것이다.
요즘 하는 말로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을 것 같다.
네 번째는 권문세족이 득실득실 했던 시절의 공민왕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역사책에서 공민왕부분의 가장 마지막 문장이 아직도 기억난다.
‘공민왕때 원(몽고)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 땐 공민왕이 정말 좋은 일만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성인이 되어 그의 충격적인 일화를 접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던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삽화와 글이 비슷한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서에 짧게 서술된 부분들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문장도 한 줄, 길어도 두 줄을 넘기지 않게 짧은 편이라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두 번째 장점은 땅딸막하고 코믹한 캐릭터의 삽화가 인상적이다.
권력자들이 대부분 나쁜 사람들이었기에 욕심많은 것 같은 캐릭터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중간중간 ‘음서제’같은 어려운 용어도 캐릭터를 활용하여 쉽게 설명해준다.
초등학생이 보는 역사책인데, 어른인 내가 읽어도 참 재미있다.
역사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려 권력 쟁탈기’를 역사를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