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첫사랑의 세 번째 법칙 ㅣ 비행청소년 15
설흔 지음 / 풀빛 / 2017년 12월
평점 :
핑크핑크한 표지에 서로 바라보는 남녀의 모습.
영화 '플립' 같은 풋풋한 첫사랑의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는데..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첫사랑의 세 번째 법칙'은 늘 곁에 있고 함께 지낸 친구 페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되는 이야기이다.
순전히 남자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페이의 마음은 알 수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평소 나는 간결한 문체의 책을 좋아한다. 미사여구가 많은 글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 책은 뭐랄까? 좀 이상했다. 문장이 간결한 것 같은데, 또 그런 것 같지도 않고..
마침표는 있는데, 쉼표가 계속 있는 것 같은 기분..
처음 몆장을 읽으면서 '아, 책 잘못 선택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독해력이 떨어지는 편인데다 이야기가 왔다갔다하니 머릿속에 이야기가 잘 안 들어왔다.
그러다 30페이지쯤 읽을 무렵, 주인공이 물음표 거북이를 따라 기린교를 건너 조선시대로 돌아간 시점부터
서서히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마치 내가 거북이를 따라 과거로 간 것처럼..내용이 이해되고 스토리가 파악되니 재미있었다.
정말 30페이지까지 꾸역꾸역 읽었다면 그 뒤부터는 술술 읽었던 것 같다.
이야기에 몰입했는지 책 읽으면서 나혼자 실실 웃기까지 했다.
남자주인공 시점이라 그런지 중고딩 남자애 특유의 말투가 이 책의 또다른 재미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세가지의 스토리가 있다.
나(주인공)와 나의 여자친구 페이의 스토리에 나의 엄마, 페이의 부모님과의 스토리, 거기에 안평대군(이용)과 그의 궁녀 운영과 자란, 김진사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어찌보면 세 이야기다 끝난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든다.
모두 엇갈려있고, 끝도 불분명하고, 한 커플도 연결되지 않은 듯한..그래서 'end'인지 '~ing'인지 헷갈린다.
이 책의 문장이 마침표가 많지만 쉼표가 많은 듯한 기분이 들듯 책 속 이야기도 그렇다.
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보다 조선시대 네 명의 이야기가 더 좋았다.
시대만 조선시대지 그 네 명은 그 시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성격들이 모두 쿨하다. 조선시대 특유의 고루하거나 답답함이 없어서 좋았다.
조선시대 여인네답지 않게 자기 할 말 똑 부러지게 하는 운영과 자란의 성격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요즘 말로 사이다인 멋진 여자들..
그리고 그녀들의 이런 모습을 포용하는 멋진 왕자 이용도 멋있었다.
김진사는 자신과 미래를 위해 운영과의 약속을 깨트리지만 이내 그녀에 대한 마음을 깨닫고 후회한다.
그래서 그는 그녀를 찾아 나선다. 운영은 자신을 좋아하는 이용을 버리고 자신의 무릉도원을 찾아 떠난다.
이용은 그런 그녀를 멋지게 보내준다.
운영은 현재의 페이를 닮았다. 외모도 성격도. 김진사는 주인공을 닮았다.
이야기에서 운영은 김진사를 사랑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진사는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그녀를 찾아 떠난다.
주인공이 뒤늦게서야 페이에 대한 사랑을 깨달은 것처럼..
주인공은 페이의 집앞에서 눈을 쓸고 있을까? 나중에 페이와 이루어졌을까? 이 책의 뒷 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쌀쌀한 겨울 달달하진 않지만 첫사랑의 추억을 함께하고 싶다면 '첫사랑의 세번째 법칙'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