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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라디오
모자 지음, 민효인 그림 / 첫눈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작년에 무한도전에서 멤버들이 라디오DJ에 도전한 적이 있다.
그때 오랜만에 본 배철수님의 목소리에 기분이 묘해졌다.
라디오라는 단어가 내 기억속에서 잊혀진지 참 오래된 것 같다.
학창시절 나는 내또래 친구들처럼 라디오를 즐겨듣는 편은 아니었다.
TV를 워낙 좋아해서 야자끝나고 집에오면 TV부터 틀기 바빴다.
내 방에는 TV가 없어서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보고 내 방으로 가곤 했다.
평일엔 숙제할 때 잠깐 들었고, 주로 시험기간에 라디오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깜깜한 밤하늘 옥탑방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표지 그림이 참 좋은 것 같다.
제목과 잘 어울리는 표지다.
'방구석 라디오'이 책을 읽으면 그 떄 그 시절이 떠오른다.
'모자'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는 이 책에서 자신의 어린시절부터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인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옛날 시험기간에 라디오에서 들려오던 사연을 듣는 것처럼 작가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이 책의 앞부분에는 목차가 있는데, 다른 책과는 카세트세대라면 알 수 있는 단어들로 표현하고 있다.
play, rest, replay, stop, shuffle, repeat 참 오랜만에 보는 단어였다.
미니카세트나 오디오에 있던 버튼에 쓰여진 단어들..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한다.
play에는 살고 있는 현재의 일상들에 대해, replay는 옛 추억들에 대해, repeat에는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에 대해..
작가가 나보다 어리지만 그의 삶도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다.
늘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닌 굴곡있는 삶을 사는 것 같다.
그가 느꼈던 아프고, 위태롭고 불안한 청춘을 나도 겪었고, 오랜시간 원하던 직업을 얻기 위해 좌절과 고통으로 내 청춘이 얼룩지기도 했었다. 그토록 원하던 직업을 가졌음에도 직장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때려치고 싶었던 때도 있었다.
작가처럼 내가 만만해보였는지, 아님 내가 순딩이처럼 보였는지 사람많은 곳에 가면 언제나 '도를 아십니까'같은 사람들이 들러붙기도 했다. 사회생활을 하기전의 나는 늘 웃고 긍정적인 사람이었는데, 남들 다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도 작가처럼 초짜에 일못하고, 멍청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나이가 다르고 성별도 다르지만 어린시절엔 어린대로, 사춘기면 사춘기, 청춘이면 청춘인대로..
참 신기하게도 그의 글에는 공감가는 내용이 많다.
나 혼자만 느꼈던 게 아니구나. 나 혼자만 그렇게 힘든 시기를 겪었던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들이 자꾸만 들었다.
작가도 지극히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삻았기에 무난한 삶을 사는 사람들보다 할 이야기가 많았을 것 같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삶과 일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 하나있다.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그 문장이 마음에 와 박혔다.
stop편에 첫 페이지에 있는 문장이다.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랑 같은 속도로 달리는 사람들이 많더라."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나는 매우 조급하게 살았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인도영화 한 편이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나는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는다..무엇보다 내 자신을 괴롭힞 않게 되었다.
이 책을 먼저 읽었다면 이 책이 나의 삶을 바꾸어놓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삶을 돌아보게 하니까.
오늘은 왠지 내 방 한구석에 박혀있는 라디오를 꺼내 듣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