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강아지 - 어른을 위한 동시
이순영 지음, 최지혜 옮김, 조용현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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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영?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원가기 싫은 날'이라는 잔혹동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아이의 작품이었다.

뉴스에서 떠들던 이야기만 듣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엄마가 지독하게 학원을 보내고, 아이가 학원스트레스로 견디다 못해 이런 잔인한 작품을 썼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얼마 뒤 방영된 영재발굴단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영이의 모습을 정말 충격을 받았다.

너무나 순하고, 평범한 보통의 초등학생이었다. 놀이터에서 밤늦게까지 뛰어노는 모습 그 어디에도 학원스트레스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그런 잔인한 동시를 썼다는 사실도 믿기지 않았다.

그 때 방송에 나온 시 중 하나가 이 책에도 실려있는 '공기놀이'라는 시다. 

그 시를 듣는 순간 '이 아이는 정말 타고났구나. 표현력이 참 뛰어나다'라고 생각했다.

그 방송을 보고 순영이의 다른 시도 읽고 싶었으나 잔혹동시논란이 일면서 전량폐기 되었다.

그 폐기되었던 시집이 논란이 된 '학원가기 싫은 날'을 제외하고 다시 출간되었다.

32~33페이지에 제목은 그대로 두고 내용은 없이 빈페이지로 되어 있다.

순영이의 동시를 읽어보니 확실히 보통의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어휘보다는 수준이 높다.

상상력도 풍부하고 관찰력도 뛰어나며 표현력 또한 좋은 것 같다. 

순영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마도 사춘기에 접어들었나보다.

'죄와 벌'이나 '요술가방'처럼 초등학생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가하면, '똥의 공부', '내 맘대로' 같이 질풍노도의 감정이 느껴지는 것도 있다. 분위기가 다소 무거운 시들도 있다. 

시를 쓸 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억눌림을 분출시킬려는 듯 시에 표현된 어휘가 다소 무겁고 과격한 것도 있다. 

학원가기 싫은 날을 쓸 때 순영이는 최고조의 감정을 느꼈나보다.  


나는 순영이가 쓴 시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 중에서도 이 시집의 제목이자 가장 먼저 나오는 '솔로 강아지'란 시가 인상적이었다.

특히 '외로움이 납작하다'표현. 초등학생이 어쩜 저리 멋진 표현을 쓰지라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저런 표현력은 연습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첫번째 나오는 이 시를 읽었다면 뒷장의 다른 시를 안 읽을 순 없을 것이다.  

한번도 안 읽은 사람은 있어도 한편만 읽은 사람은 없을테니까. 그만큼 순영이의 시는 특별하다.

그리고, 순영이의 시 중 "HFUIDSHGFXIU"도 인상적이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때 막 쓰라고 외치며 제목은 꼭 제목다워야 하나?라고 반문하는..

정말 자판을 막 친 듯 제목도 특이하고, 내용도 인상적인 시였다.

순영이의 말이 맞다. 제목이 꼭 제목다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제목같지 않은 제목에 내가 끌리는 것처럼..

그리고 순영이도 꼭 순영이다워야 하는 것도 아니다.

순영이의 시를 보며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가 생각났다.

상대방이 '너답지 않아."라고 말하면 주인공이 "나다운 게 어떤 건데?"라고 반문하는 장면.

상대방이 느끼는 나다운 것은 그 사람이 느끼는 내 모습일 뿐이다. 

나 다운 것은 존재하지 않고 그냥 다양한 모습을 지닌 나자신일 뿐이니까.

어른을 위한 동시 '솔로 강아지'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느껴진다.

확실히 어른들이 쓴 시와는 다른 느낌이다.

그 중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감탄이지만..

보통의 초등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아이의 시 쓰는 능력은 초등학생의 수준이 아니다.

어른들이 쓴 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어른들을 위한 동시 '솔로강아지'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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