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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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이슬람교 문화권의 나라는 각종 영화와 매체 등을 통해 익숙한 서구권 문화보다 생소합니다. 그 생소함은 해당 문화권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얕은 정보와 지식을 갖고 있는, 기본적인 지식과 인식 자체가 부족해 해당 도서에 제대로 집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갖게 하였습니다.

분명 불안감 속에서 시작된 본문은 집을 시작으로 그곳에 포함된 공간, 주변 등을 세심하게 표현했습니다.

그 결과 묘사되는 모든 곳들이 갖고 있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공간이 품고 있는 미학적 측면 등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들이 표현하는 모든 것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 문득 내레이션이 포함된 음악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어딘지 치기 어린, 혹은 철없고 못나고 비열했을지 모를 어린 날의 모습을, 그러면서도 순수하고 두려움에 떨었을 그 태도들이 연관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만큼 풍부한 표현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어쩐지 공간은, 장소는 이 소설의 이야기 중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최소한 저자가 그 공간을 그 문화를, 그 나라를 무척이나 그리워하고 애정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우려는 더 짙어졌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배경적 지식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인 곳으로 느껴지던 장소와 문화였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의문들을 뒤로 한 채 어느 순간 그들의 공간은 변화했습니다. 단지 시간이 경과하고 계절이 변했을 뿐이었지만 전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그들의 체계가, 사상이, 사회적 분위기가 또 다른 환경으로써 변화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같지만 다른 세상에 살게 되었고, 그래서인지 그의 친구가 웃음을 잃게 되었다는 그 '겨울'이 더 차갑고 시리게 다가왔습니다.

변화된 환경 속에서 무엇인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무엇인가가 벌어진다면, 이 아름다운 곳에서 벌어진다면, 더욱 잔혹하게 느껴질 것만 같았습니다.

어쩌면 그가 최대한 감정 없이, 객관적인 시야로 바라보고, 관망하며, 그저 상황을 전달하고자 하는 듯한 방식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아름답지만 잔혹함을 느끼게 하는 극명한 대비를 주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환경적 등 상황과 동일시함으로써 탁월하게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스스로 총구를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행위가 그 갑갑함과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택한 최선의 선택임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느낀 갑갑함은 탱크 안에서 맛보았을 감정이 분명했고, 이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 그들의 관계가,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애원했을 그 아이가, 모든 것을 짊어지기로 한 자신의 아이를 보며 눈물 흘리고 화냈을 한 아버지가, 형제라고 부르던 존재를 한순간에 잃게 되어 강인한 모습은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만들 눈물을 거리낌 없이 흘리는 또 다른 아버지가 느꼈을 감정일 것입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더 이상 그들의 문화권이 특별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분명 달랐지만 그들은 지금의 나와, 우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오고, 상황들을 마주해야 합니다. 때로는 그처럼 어렸고 비겁했고, 잔혹하게 행동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결국 고통, 선택에 대한 책임은 모두 본인이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했습니다. 그도 분명 그랬을 것입니다.

아직은 어린 나이였을 때는 그 짐에 억눌리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불꽃 아래에 묘사되는 비극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선명하게 떠오르는 순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때 그것들을 잊고 살지, 해소할지의 또 다른 선택에 놓일 뿐입니다. 그는 결국 정신적 성장이, 진정한 어른이 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극적이기도 하면서 덤덤하게 시작됐습니다. 그가 몰랐던 어떤 과거는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그가 용서를 빌고자 했던 이의 태도는 엄청나게 감정을 쏟아낼 것이라는 기대를 무시한 채 잔잔하게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더 먹먹했습니다.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 나갔고, 결국 도서는 끝에 다다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이 쉽사리 다가오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좋은 방향으로 흐르다가도 그것을 온몸으로 거부하듯 울부짖음이 이어졌습니다.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았습니다. 연을 날리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처럼 말입니다.

그에게 있어 연은, 그리고 이 도서에서 보여주는 연은 여러 가지의 모습을 갖고 우리들을 비추는 거울 같았습니다. 때로는 아버지와의 관계이기도, 이제는 친구라고 부르기도 힘든 우정, 그것을 쫓는 맹목적인 사람들이기도 했으며, 또 어떤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연을 날리며 싸움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역시 때로는 엉키기도 하며, 내 손에 상처를 낼 것입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그리고 시간과 함께 상처는 아물 것입니다.

그들의 연날리기는 끝내 완전한 결말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을 자유롭게 떠다니는 연처럼, 떨어진 연을 쫓아 내달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언젠간 엉킨 실타래를 모두 풀고 완벽하게 날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불안했지만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 다소 잔혹한 표현과 묘사들이 나타나 독서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내용을 구성하기에 필수적인 요소임은 분명하지만, 충분히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장르적 특성상으로도 꼭 필요한 부분이지만, 힘든 단계일 수 있습니다.

  • 낯 선 문화가 주는 이질감이 과도한 폭력성을 보입니다.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며, 그들과 다르더라도 언젠가는 우리가 겪었을 것이며, 다시 혹은 반드시 겪을 수도 있는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 꽤나 많은 분량에서 오는 호흡 조절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구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변화나 성장이 이루어지는 단계가 늦게 나타난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고구마 같은 전개'라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무척 적절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총 평

생소하다면 생소할 수 있는 문화와 정치적 상황 등이 펼쳐짐에도 온전하게 집중하며, 어느 순간 어렸던 나의 이야기들과 겹쳐지며 몰입도가 올라갑니다. 더 이상 구분할 필요 없는 그의 이야기는 강렬했고, 아팠으며, 잔인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그를 응원하게 됐으며, 그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다가오길 기대하게 됐습니다. 연을 날리기 전, 엉켜있는 실타래를 바라보며, 그것을 잘라내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 정성스레 풀어나가며, 손에 피가 흐르는지도 잊은 채 자유로운 하늘을 날 수 있게 하는 그 노력이, 그 연의 모습이 그들과 너무나 닮아, 부럽기도 했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나이기 때문에 웃음 지을 수 있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9 구성 7 재미 8 재독성 7 표현력 9 가독성 8 평균 8)

엉켜버린 실타래를 방치하기도 했지만, 결국 차근차근 풀어나가 하늘에 띄우려 하니 흡족스럽다.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60689200


감상자(鑑賞者)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한다. 눈을 통해서만 마음을 드러낼 수 있었던 알리에게는 그보다 더 맞는 말이 없었다. - P16

하지만 지금까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1분 중 하나였다. 1초 1초가 무겁게 다가왔다. 초와 초 사이가 영겁으로 느껴졌다. 공기는 무겁고 축축했다. 아니 거의 고체 같았다. - P50

어쩌면, 정말 어쩌면, 드디어 나는 내 어머니를 죽인 죄를 용서받게 될지 몰랐다. - P88

"도련님을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그리고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그 이후 그가 그처럼 태연하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본 건 26년 후, 빛바랜 폴라로이드 사진 속에서였다. - P104

"이제 만족하나요? 기분이 좋아졌나요?"
그는 몸을 돌려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나는 무릎을 꿇은 채 오열했다.
"하산, 내가 너를 어떻게 해야 하니? 어떻게 해야 하니?"
눈물이 바닥날 때쯤, 나는 언덕을 터벅터벅 내려왔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갖고서. - P143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바바 앞에 섰다. 나는 내가 어떻게, 그리고 언제부터 이러한 고통을 남에게 줄 수 있게 됐는지 알 수 없었다. - P161

그러나 나는 내 입장을 고수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바바를 위해 더 이상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과거에 나는 바바를 기쁘게 하려다가 나 스스로를 파멸시켰었다. - P208

나는 입을 열어 내가 어떻게 하산을 배반하고 거짓말을 하고 그를 쫓아내고 바바와 알리 사이의 40년 우정을 파괴했는지 털어놓을 뻔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소라야가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용기는 그중 하나였다. - P255

라힘 한은 전화를 끊기 직전에 말했다.
"오거라.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어."
막 생각이 난 것처럼 지나가듯 덧붙인 말이었다.
다시 착해질 수 있는 길이 있다니. - P295

하산은 너에 관해 많은 걸 물었다. 네가 결혼했는지, 자식은 있는지, 얼마나 키가 컸는지, 아직도 연을 날리고 영화관에 가는지, 행복한지 등등. - P317

하지만 나는 하산과 알리를 집 밖으로 몰아냈다.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결과도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지나친 걸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바바가 그들까지 데리고 미국으로 갔을지 몰랐다. 어쩌면 하산은 지금쯤 집도 있고 직장도 있고 가족도 있고, 그가 하자라인인지 아닌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나라에서,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자라인이라는 게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 잘 살고 있을지 몰랐다. - P344

나는 내가 어느 지점에서 웃기 시작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웃은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웃으니 아팠다. 턱도 아프고 갈비뼈도 아프고 목도 아팠다. 하지만 나는 웃고 또 웃었다. - P441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렇게 좋은 친구가 아니었단다. 그러나 나는 네 친구가 되고 싶다. 너한테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괜찮겠니? 그래도 되겠니?" - P468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시작과 끝, 캄야브(행복)와 나캄(불행), 위기 혹은 카타르시스에 상관없이 인생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먼지가 자욱한 코치(유목민)의 마차처럼 인생은 앞으로 느릿느릿 나아간다는 것이다. - P549

용서는 그렇게 싹트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서는 화려한 깨달음이 아니라 고통이 자기 물건들을 챙기고 짐을 꾸려 한밤중에 예고 없이 빠져나가는 것과 함께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P552

"너를 위해서라면 천 번이라도." - P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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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 데이비드 발다치 장편소설 스토리콜렉터 85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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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두 눈을 가리고 있는듯한 남성이 무언가를 보지 못한, 혹은 보지 못할 사람처럼 느껴지는 표지는 어딘지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분명 모든 것을 기억하지만 두 눈을 가린 상태로, 너무 많은 것을 놓치지는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 분위기가 그가 놓쳤을 무엇인가를 찾는 과정에 호기심이 생기게 만들었습니다.

그의 배경이나 능력을 갖고 있는 모습 등은 배제한 채, 특정한 사건을 시작부터 보여줬고, 제대로 숨 쉴 틈도 없이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서서히 보이는 그의 모습은 외형적인 표현보다는 감정에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어딘지 차갑게 변해버린, 감정들이 조금씩 메말라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다분히 냉소적인 인물을 보여주고, 그에 대한 설명은 온전치 않게 보여준 것과 반대로 공간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단순하게 세부적인 사실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그것들을 책 속에 녹여냅니다.

조금은 과하다, 혹은 너무 상세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확실하고 세세한 표현들이 이어졌고, 빈 공간은 색의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채워 나갔습니다. 어쩌면 그의 감정을 반영하는 듯한 파란색은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모든 것들이 파란색을 띠고 있고, 조금씩 차이가 있는 다른 파랑들이 이곳저곳에 산재해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아무런 색도 없지만, 그랬기에 표현되는 새하얀 피가, 아무런 색도 갖추지 못한 그 피를 더욱 잔혹하게 느껴지게 했던 어떤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그 때문인지 그의 색상은 어딘지 잔혹함을 갖춘듯했으며, 그의 태도와 어우러졌습니다. 그는 어딘가 퉁명스럽게, 단순하게 그랬다고 표현하며 불친절하고,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들은 다소 불편한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배경과 인물의 극명한 대조가 만들어낸 이질감일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적절하게 완급 조절을 하며,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나름 나쁘지 않게 잘 섞인 느낌을 주었습니다.

그 묘한 느낌이 독특함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표현들이 지속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은 주인공의 추리나 이야기들을 통해 진행되었고, 다양한 인물들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사건들을 조금씩 추적해 나가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과정들은 다분히 뻔하기도 했고, 전혀 새롭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습니다. 어딘지 익숙한 내용들의 연속이었고, 충분히 상상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범주의 요소들만 나타날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우직하고 정직하게 이 요소들을 적극 활용했으며,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어쩌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문학작품은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어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익숙하다는 느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작품들이 모두 비슷한 이야기, 아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갖는 독창성이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 차이를 저자는 '배경'을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배경 설명이 그림이나 만화, 영화를 보는, 상상하기에 수월한 느낌을 주기도 했습니다. 이따금 나오는 놀랍도록 세세한 묘사들은 충분히 그 장면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다만, 그런 표현들이 내내 이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며, 다분히 1인 위주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한정적인 시선으로만 내용이 전개되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너무나 익숙한 내용들은 그것들이 등장할 기회를 계속 빼앗았고, 그 매력을 계속해서 감소시켰습니다.

정리하자면, 분명 뻔한 이야기들을 뒷받침하는 충분한 배경 설명과 색상, 모양들을 이용함으로써 다른 작품들과는 조금은 다른 면모를 보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시선이 반영된 듯한, 대조적인 표현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인물과 배경의 대조처럼 누군가의 죽음은 한없이 자세하게 묘사되었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저 한 줄로 담아냈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내용 전개가 처음부터 지속되었다면, 어쩌면 더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많이 받았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 도서는 시작일 지도 모르고, 이후에는 도서 전체에 산재되어 있는 식상함을 모두 아우르는 신선함이 발휘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신선한 책은 그렇게 탄생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 도서는 아직 그 단계로 가지 못한 것 같지만 말입니다.


아쉬운 점

  • 어디선가 보았을 법한 설정과 내용 전개, 캐릭터 설정들이 등장해서 신선함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다른 표현이 있지만, 빈도가 낮은 편이라 많이 묻히는 느낌이 있습니다.

  • 방대한 분량에 비해, 누락되어 있는 설정들이 많이 등장하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부족한 부분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과정 속에 있지만, 너무 쉽게 그것들을 채우는 등 부족한 부분이 많이 느껴집니다.

  • 흥미 위주의 내용 전개 때문에 표현이 자극적이며, 깊이감이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부분이 독서를 하는데 장애가 없고, 쉽게 읽히지만 굳이 넣었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구절이 많았습니다. 과도한 내용 부풀리기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총 평

뻔한듯한 사건과 캐릭터들, 설정들이 계속해서 펼쳐지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독특한 표현과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그 빈도가 너무 낮아 전체 분량 대비 미미합니다. 또한 충분히 예측 가능하고 상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전개는 쉽사리 미스터리를 해소하며, 특징들의 장점들을 감소시켰습니다.

어쩌면 첫 발을 내디딘 작품일 수 있기 때문에, 이후에는 그 독특한 표현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더 뻔하고 익숙함으로 무장되어 있어도, 신선한 작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해당 작품은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채 그저 그런 양산형 소설로만 머문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5 재독성 5 표현력 7 가독성 6 평균 5.6)

입체적이지 못한 캐릭터, 뻔한 내용들이 배경을 독특하게 담아내는 색과 모양 표현과 엉성하게 섞였다.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56024393


감상자(鑑賞者)

그의 잘못이다. 그의 죄다. 어쩌면 그가 놈들을 가족에게로 인도한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겨진 것이다. - P43

데커는 편두통이 뒷목을 타고 치미는 것을 느꼈다. 어둑한 서커스장에 온 듯 환영이 마구잡이로 아른거렸다. 세 가지 공연이 동시에 펼쳐지는 서커스장. 소름끼치는 형광 파란색이 세포 구석구석에서 스며 나왔다. - P176

그 사진을 언제 찍었는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을 때 그는 무얼 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 P198

"되살아날 수가 없죠. 이제껏 한시도 잊은 적이 없거든요. 그럼, 가볼 데가 있어서 이만." - P325

보도를 걸어가는데 파란색이 머릿속을 점령하다 못해 온세상을 파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태양조차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거대한 블루베리로 변해버리더니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것 같았다. - P327

그런데 이번 3은 진화한 것들이었다. 끄트머리마다 칼이 세 개씩 돋아 있었다. 정말이지 웃음은 조금도 나지 않았다. - P406

시신은 그의 눈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결국 눈을 돌리는 데 성공한 데커는 방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한 지점에서 시선을 멈췄다. - P783

"난 세상이 싫진 않아." 데커가 말했다. "여기서 살아가는 일부 없느니만 못한 인간들이 싫을 뿐이지." - P960

정말 이루어질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소원이 이루어졌다. 마지막 퍼즐 조각이 방금 제자리를 찾아 들어간 것이다. - P1021

눈은 멍했고 호흡은 잔잔했다. 죽음으로 이행하는 절차가 진행되고 있었다. 두뇌가 나머지 몸에게 이제 다 끝났다고, 곧 모든 것들이 폐쇄될 거라고 통보하는 중이었다. - P1102

클라이드 에버스는 그것을 열자마자 그 자리에서 쓰러져 죽었다고 한다. 잘린 머리가 제 역할을 한 것이다. - P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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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노멀 피플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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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도서를 처음 보게 되면 시간순으로 순차적 진행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시간의 표시와 함께 모든 내용이 시작됩니다. 재미있는 점은 정확한 일자는 누락한 채 시간과 경과한 기간만을 표기하고 특별한 따옴표가 존재하지 않고 지문만이 존재하는 듯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화를 통한 정보 전달보다는 자연스럽게 화자의 입장과 감정을 전달하기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듯한 그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란 한 쪽으로만 흐르며, 이는 마치 그들의 관계와 감정과 닮아 있었습니다. 어딘지 평이하고 특징 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착각이었습니다. 불쑥 그 시간들 속에 끼어든 다른 회상들은 더 이상 한 쪽으로만 흐르지 않음을 알 수 있게 했습니다. 시간의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것 같았으며, 이 또한 그들의 관계 같았습니다.

친구도 연인도 아닌 것 같은, 평이하고 하나의 방향으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그들의 관계는 뒤죽박죽 뒤엉킨, 꼬여버린 실타래 같은, 과거와 현재, 더 나아가 미래까지 뒤섞인 시간만큼 복잡하고 흔들렸으며, 결국 시간이란 그들의 관계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그 안에서 가장 많은 분량은 단연 그녀였습니다. 그녀는 어떤 측면에서는 주도적이고 강렬한 인상을 풍겼지만, 과거의 시간에서는 그보다 다소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그가 가진 그것들이 모두 허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며, 그녀가 더 대단하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녀를 완벽에 가깝다고 쉽게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폭력적인 상황 한가운데 있었으며, 그녀 자체도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완벽하지 못한, 불완전한 하나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너무도 쉽게 폭력적인 상상을 하면서, 그것에 다분히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대상은 자신에게만 한정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이 폭력에 익숙하게 된 것은 단순하게 사회가 품고 있는 남성 성향으로 발전된 사회 문제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있었으며, 스스로 그러한 폭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 보였습니다.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녀 자신부터, 그것을 정당하다고 합리화하는 타인까지 어긋난 애정, 관계들이 곳곳에 널려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도서에 등장하는 모두가 폭력성을 내재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 때문에 불편한 감정이 들기도 했으며, 불완전하고 완벽과는 거리가 먼 그들이 보여주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했습니다. 단지 각자가 서로에게 존재했고, 필요한 존재였을 뿐이며,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진실이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노멀 피플'이란 완벽하지 못한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일 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모두가 이미 노멀 피플이지만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만 갖고 있는 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나는 나를 제일 잘 안다'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평가하는데 자만적인 면모를 드러내곤 합니다. 결국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딜레마일 뿐, 절대로 파악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딜레마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하며, 언제라도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진정으로 평범한, 일상적인 우리들의 진짜 모습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지하고 깨달아가는 과정을 직접 찾고 탐구해야만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대기도 하고, 누군가를 받치면서 일상 속에 녹아들 것입니다. 미완으로, 어떠한 관계인지 불분명하게 남은 그들처럼 말입니다.


아쉬운 점

  • 흔히 말하는 완벽한 해피엔딩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배드 엔딩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완전하게 정립되지 않은 상태로 끝이 납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클 수 있기 때문에 정적인 감정으로 도서를 접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답답한 전개와 이해하기 힘든 그들의 관계와 감정이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분명 서로에게 꼭 필요한, 가치가 크지만 긴 시간 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는 줄다리기를 한치의 양보도 없이 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평이한 로맨스 소설을 원했다면 다른 도서를 보길 권하는 바입니다.

  • 가벼운 마음으로 접했다면, 생각보다 깊고 난해한 이야기 때문에 당황할 수 있습니다.

분명 많은 이들은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기대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는 맞지만 더 깊숙하게 바라보면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과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히 성장하는 성장물에 가깝습니다.

그렇다고 완벽한 성장을 했다고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난해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기대를 처참히 꺾어버리기도 합니다.


총 평

조금은 외설적이지만 발칙한 그들의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조금 더 깊고 심오한 이야기를 말하며, 평범함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모습을 우리와 동일시하며, 함께 일상으로 녹아드는 방법을 찾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가 불분명하게 끝이 나듯, 해당 도서는 어떠한 뚜렷한 결론을 내려놓지 않은 채 끝이 납니다. 어쩌면 4년이 조금 넘는 시간에서 그들을 모두 알 수 없듯, 우리는 평생을 살아도 자기 자신을 알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듯한 조금은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그 과정은 때론 답답하고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해서, 과도하게 폭력적인, 폭력에 노출된 우리들의 모습과 너무도 닮아 역으로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돼 곤 합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6 구성 7 재미 7 재독성 5 표현력 7 가독성 6 평균 6.3)


그들의 관계만큼이나 불편한 우리들이 마주해야 할 진실과 폭력성에 대하여.


상세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54018169


감상자(鑑賞者)

그녀와 단둘이 있는 것은 마치 평범한 삶에서 벗어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등 뒤로 그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 그는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 P24

얼굴은 최첨단 기계, 두 눈은 깜박이는 커서 같다. 혹은 무언가에 비친, 흔들리고 이지러진 달을 연상시킨다. - P29

마치 붓으로 그린 길고 우아한 선 같은 모습이었다. - P35

그녀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고, 그도 따라서 웃었다. 둘은 웃는 내내 서로를 쳐다보지 못하고, 거실 구석이나 각자의 발만 응시했다. - P40

좋아, 이 말만은 꼭 해야겠어. 넌 수치스러운 짓을 했어. 난 네가 부끄러워. - P150

도서관 위에 떠 있는 분필가루 같은 흰 구름. 긴 가로수길. 푸른 허공을 활 모양으로 가르는 테니스 공. 차창을 내려 음악 소리를 밖으로 흘려보내며 신호등 앞에서 속도를 줄이는 차들. - P168

순간 그는 자신의 행복과 다른 한 사람의 행복을 희생해 지켰던 비밀이 줄곧 시시하고 가치 없는 것이었음을 깨달았다. 그와 메리앤은 손을 맞잡고 학교 복도를 따라 걸을 수도 있었다. 그런다고 어떤 무서운 결과가 뒤따랐을까? 설마. 아무도 관심 없었다. - P202

왜 자신이 그녀를 지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지, 실제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 P270

그러면 그녀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둘 거라는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든다. 그 생각에 그는 몹시 놀라서 의자를 홱 밀치며 일어선다. - P278

메리엔, 나는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하느님이 나를 위해 너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 - P296

그는 공포가 자신을 집어삼켜, 이제는 자신이 무언가 다른 것으로 변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공포는 이미 겪을 대로 다 겪었다는 듯이 말이다. - P348

메리엔은 자신이 얼음처럼 냉정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여자의 목을 따고 싶어. 코넬은 눈을 들어, 오로지 충격 때문에 웃음을 터뜨렸다. - P367

그녀의 남자 친구로 알려진 덕분에 그는 사교적으로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그들 사이에 받아들일 만한 사람, 그러니까 특별한 자격을 가진 사람, 대화 중에 말이 없어도 어색하기보다는 사려 깊은 사람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는다. - P403

마치 그가 지금껏 채색된 무대배경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온 것이 진짜 풍경이라고 밝혀진 기분이다. - P415

하지만 사실 그는 언제나 그녀가 망가져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죄책감에 두 눈을 꼭 감는다. - P477

그녀의 몸은 그저 하나의 소유물일 뿐이다. 비록 지금껏 여기저기 내돌려지고 잘못 사용되었지만, 아무튼 항상 그의 소유였다. - P610

지난 몇 년 동안 코넬은 세상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었고, 그것이 설령 가끔은 고통스러웠다고 해도 꾸준한 적응 과정이었던 반면에, 그녀 자신은 줄곧 퇴보해 건전한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몰라볼 정도로 천박한 존재가 되어왔으며, 이제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을 말이다. - P616

이제 다 괜찮아질 거야. 날 믿어. 사랑해. 너한테 또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 P652

타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런 시도를 그만두는 게 어떨까. 차라리 타인에게 모든 것을 의지하고 상대 또한 기대오도록 내버려 두는 게 어떨까. - P676

그는 아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달라져서 돌아오거나. 그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을 결코 다시는 되찾지 못할 것이다. - P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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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김윤경 옮김 / 모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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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첫 페이지를 넘기자 들었던 생각은 모호함이었습니다. 분명 수많은 벚꽃잎이 페이지 전체에 가득했지만 흔히 떠오르는 그 색이 아닌 주황색에 더 가까웠고, 이 색은 어쩐지 해가 질 때의 색상이 담겨도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각기 다른 색 표현의 의미를 시각화한 것도 같았으며, 이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표현을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고, 전작의 주역들이 이번에는 어떤 표현으로 그 차이를 보여줄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예상했던 인물이 아닌 전혀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고,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그 사람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때로는 혼자서 끙끙거리며 서투르게 감정을 추측하기도 했지만, 어딘지 풋풋하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 역시 표현력이 뛰어났던 것 같습니다. 전작에서는 두 인물이 하던 표현들이 전부 그에게서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빛을 표현하는 것도, 시간 경과를 이야기하는 것까지 그가 전부 해냄으로써 훨씬 다채롭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익숙했던 인물이 나타났지만, 그녀는 어딘지 과거에 머무르며, 자신의 색을 표현하던 모습을 완전히 잃은 상태로 보였습니다. 더 이상 크게 감정 동요를 일으키지 않을 것 같았으며, 표현하지 않음으로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억지로라도 아픈 기억을, 행복했지만 슬픔이 되어버린 상황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잊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의도적인 절제처럼 보였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서 등장한 전작의 주인공 마오리는 여전히 태양을, 햇살을 표현했으며, 늘 공백이 뒤따르는 마무리를 보였습니다. 말을 모두 끝맺지 못하고 연속되는 마침표가 이어지며, 그녀가 품고 있는 기억의 공백 같기도 하면서, 그녀 자체를 너무나 닮아 있는듯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녀의 변화가, 아무런 색을 내지 못하는 것 같은 그녀의 모습이, 아무런 색도 없는 듯한 감정을 품고 있는 듯한 그녀가, 모든 표현을 숨기는 듯한 그녀가 더욱더 안타깝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글자, 문자, 그들의 표현 자체가 각각의 인물들과 닮아있음을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더욱 자세하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크게 와닿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던, 뻔하지만 먹히는 이야기는 더 이상 없었으며, 훈훈한 느낌을 물씬 풍겼습니다.

이는 전작에서 죽음에 대해, 그들의 사랑과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르게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진득하게 풀어내며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를, 더 자세한 내막과 상황을 지켜봄으로써 기억이란 자연스러운 것임을 피력했기에 나타나는 평범함이 보이는 특징 같았습니다.

전작에서는 자연스러운 떠올림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이번에는 자연스러운 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망각이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가 그런 감정을 이끌어 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주변 풍경과 색상의 표현보다는 감정 그 자체를 담아냈기에 다소 딱딱하고 차가운 분위기가 풍겼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그 차가움은 또 다른 도루에게 이어지며 온기를 찾고 열정을 갖추며, 버드나무 잎처럼 바람에 흔들리던 그를, 어딘가 목표가 불분명하고 약하던 그를, 풍경과 주변 환경을 어설프게 말하던 그를 단단하게 변화시켰습니다.

아마 그는 이전보다 더욱 풍부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됐을 것입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났지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녀 역시 이전처럼, 아니 이전보다 더 많은 표현을 할 것입니다. 표현되지 않았음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그럴 것이라고 말입니다.

솔직히 기대를 많이 했고, 실망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확연히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이 다름을 느낄 수 있었고, 변화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아쉬웠습니다. 스핀 오프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했고, 전작의 감정을 충분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에 기대했던 감정이 아닌 다른 감정이 나옴으로써 실망할 수밖에 없던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 전작의 설정들이 그대로 이어져 오면서, 역시나 가장 흔한 소재들을 이용합니다.

익숙했던 기억상실, 죽음을 뒤로 같은 이름을 통해 내용을 강조했기에, 식상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눈물을 많이 흘릴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어딘지 훈훈함을 남겨놓았습니다.

전작만큼 감정적으로 요동쳤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눈물을 기대하던 독자들에게는 크나큰 실망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 처음부터 두 권이 합쳐져 한 권인 듯,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지만 그마저도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또 다른 관점에서 그들을 이야기함으로써 진정한 마무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때는 아마 너무나 질질 끈다고 생각하며, 더욱 실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총 평

전작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한다고 하기에는 표현이 되는 대상이 달라져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풍경과 빛, 색상 등을 담아내던 것과 다르게 감정을 다루는듯하여 전반적인 목소리를 내는 그녀처럼 차갑고 딱딱한 느낌이 의도적으로 표현되고 있음이 느껴졌습니다. 다만, 일어나는 사건들이 또다시 너무나 평범하고 익숙함의 연속이었으며, 이전에는 그런 것들을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던 것과 다르게 그 어떤 자극도 없어 지극히 평범하고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전작을 돋보이기 위한 '서비스' 같은 도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스핀 오프라고 당당히 이야기했고, 전작의 감정이 고스란히 이어질 것처럼 했기 때문에, 이 도서의 새로움을 전부 폄하하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5 재미 6 재독성 5 표현력 8 가독성 6 평균 5.8)


자연스러운 망각에 대한 이야기가 뻔한 사건들로만 표현되자 그저 평범한 도서가 되어버렸다.


상세 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48970697


감상자(鑑賞者)

0은 무슨 수를 곱해도 1이 되지 않는다. 0과 1 사이에는 무환과도 닮은 거리가 놓여 있다.
단순히 지나가는 사람이나 배경의 일부로서 0으로 끝나고 마는 경우도 많다. 호들갑일지는 모르지만 나와 와타야 선배 사이에는 1이 있었다.
나는 그 1을 소중히 여겼다. 소중히 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 P26

"그 남자애는 마지막에 어떻게 되는데?"
이즈미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더니, 마침내 눈동자 깊은 곳에서 슬픔이 배어 나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갑자기, 없어져." - P111

그리고 내가 나의 시간과 인식을 현재에 맞춰나가는 동안 이즈미도 나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며 자신의 시간을 맞춰갔다. 그리고 이제 내 앞에서 지금의 화장과 옷차림을 하게 되었다. - P122

부드러운 황혼빛이 가득한 하늘을 배경으로 선 도루가 내게 얼굴을 돌렸다. - P147

말이란 항상 불확실하고, 과하거나 부족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애매한 암호이며 감정의 조각이다. - P188

나는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제야 비로소, 그건 단순히 내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제 와 사과해봤자 그에게 마음만 더 쓰게 할 뿐이다. 그렇다면 미안한 마음을 짊어지고서 살아가는 것이 내 임무일지 모른다. 쉽게 편해져서는 안 된다. - P220

무언가의 시작은 무언가의 끝이기도 했다. - P272

울어도 소용없다는 건 알고 있다. 세상은 언제나 제멋대로 주고 제멋대로 빼앗아 간다.
사이좋았던 부모님도, 첫사랑도, 사람의 목숨마저도.
운다고 되돌아오지 않는다. 의미가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기에 그저 우는 거다. - P285

그건 분명히 있으니까.
있는 것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저 인정하면 된다. 그대로 소중히 여기면 된다. - P299

그런 일들을 모두 감싸 안고 시간은 여지없이 흘러갔다. 모든 것을 과거로 남겨두고.
아무도 시간을 멈추지 못하고 망각에 저항할 수도 없다.
그래도 사람은······, 무언가를 계속 이어나간다. 소중한 것은, 결코 잊지 못한다. - P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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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은 결국 무엇이든 해내는 사람
김상현 지음 / 필름(Feelm)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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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처음 해당 도서를 골랐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위로받고 싶고, 나아갈 힘을 얻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상처 입었기 때문에 그 상처를 치유받고 싶고, 고통을 완화하고 싶어졌으며, 다음을 위한 단계를 꿈꾸고 시도할 수 있는 힘을 얻고자 하는 일종의 도전이었을 것입니다. 또는 눈앞의 장애물이 너무 거대해서 움츠러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눈앞을 보았을 때, 내 앞을 가로막는 돌멩이가 너무 커서 공포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움츠러들 필요가 없습니다. 실제 피부로 느낀다면 생각보다 보잘것없을 수 있고, 내 안의 상상력이 크게 부풀렸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너무 크다면 타인과 힘을 합쳐 옮기던가, 그도 되지 않으면 피하거나 넘어가면 됩니다. 생각보다 작다면 발로 차버리거나 던져버리면 됩니다.

그러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실제로 그 돌멩이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없을 것이며,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시도하고, 끝없이 부딪히고 고민해야 한다고 도서는 이야기합니다.

부딪히며 돌파구를 찾는 것은 때론 크나큰 상처를 입는 원인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 상처의 고통이 나를 움츠러들게 하고 회피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피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저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뿐이며, 오히려 점차 도태될 것입니다.

그래서 도서는 계속해서 시도하기를 이야기합니다. 이런 내용들은 어쩌면 뻔하디 뻔한 것들의 나열일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읽었던 철학, 심리학, 자기계발서 등을 읽으며 느꼈던 부분들과도 많이 유사했습니다. 거기다가 조던 피터슨의 도서까지 인용되면서 그 결이 같음을 말했습니다.

하지만 훨씬 단순한 말로 필요한 내용들만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그 안에서 중요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반복해서 언급하였습니다. 또한 분량을 많이 갖고 있지도 않았으며, 전체적으로 짧은 호흡으로 내용이 전개됩니다. 각 페이지는 여백이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많은 여유까지 갖고 있었습니다.

그 여유 속에서 하나의 주제를 오래 이야기하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내용을 이어갔습니다.

그래서 해당 도서는 추천하기가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반복일 수도 있고, 어디선가 들어봤던 이야기, 당연한 이야기의 향연일 수도 있지만 여러 포인트들이 합쳐지며 보편적 다수에게 쉽게 적용 가능한 범용성을 품고, 누구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무릇 모든 도서는 각자가 받아들이는 감상에 차이가 있을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도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많은 내용을 품어야만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다면, 해당 도서가 확률적으로 '괜찮은' 도서가 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능성과 확률, 두 가지 측면에서 절대로 폄하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도서를 만난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 여러 자기계발서, 철학, 심리학 책에서 언급하던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그렇다고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다양한 곳에서 조금씩 가져온 내용들을 갈무리해서 전달하기 때문에 가치를 폄하할 수 있습니다.

  • 책의 분량이 많지 않아 내용 자체가 부실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내용들을 포인트만 놓고 전달하기 때문에 다른 책들보다 훨씬 읽기 수월합니다.

  • 깊이가 있는 이야기와 충분한 예시가 필요하다면, 해당 책을 추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요약본의 성격을 갖춘, 중요한 이야기들을 하나로 갈무리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더 많은 예시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분명 다른 책들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총 평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해당 도서는 가치를 폄하당하기 쉽지만, 요약본의 성격을 짙게 갖고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이보다 좋은 느낌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면 더없이 적절한, 누구라도 쉽게 읽고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범용성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깊이는 다소 얕을 수 있지만, 필요한 이야기를 주제만 정확히 전달하고, 여유를 느낄 수 있어 두껍고 괜찮은 다른 도서보다 먼저 추천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7 재미 6 재독성 7 표현력 7 가독성 7 평균 6.5)


뻔하고 익숙한 이야기들을 최대한 간결하고 여유 있게 요약한, 꼭 필요한 내용만을 발췌한 요약 서적.


상세내용 :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143971526


감상자(鑑賞者)

잘 사는 것에 대한 기준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자신만의 기준과 방식들로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삶이라는 굴레 안에서 우리는 자주 방황하고, 넘어지고, 아프고, 힘든 상황들을 겪게 될 테죠. 그럴 때마다 어디로 갈지 몰라 영원히 추락하게 되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평생 후회할 일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 P16

결국 중요한 것은 느리더라도 어딘가로 향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나만의 속도를 찾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멈춰있지만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도착할 테니까요. - P38

수많은 불안과 고통도 결국엔 당신을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할 테니까요. - P66

인간관계에 지쳐갈수록,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수록, 스스로에게 관심을 갖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온전한 관계는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 P123

하지만 내가 어디론가 묵묵히 달려가거나 꾸준히 한다면, 결과가 어찌됐건 손가락질 하던 사람들의 손가락 역시 하나 둘 펴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다 퍼진 손으로 박수를 치게 될 것입니다. - P140

다른 누군가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에게 건네는 인정과 응원이 우리를 더욱 나은 곳으로 이끌어 줄 것입니다. 결국 나의 행복은 나의 책임에 달려 있으니까요. - P188

설령 그 일을 아예 망쳐버린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내 인생의 일부일 뿐이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요. - P228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오르락내리락, 왔다 갔다 하는 것. 그러니 잘 안된다고 해서 낙심할 것도 없습니다. 결국 생각만큼 잘 안되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잘될 일들이 더 많을 테니까요.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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