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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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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공자, 손자, 노자 등이 속해있는 동양철학부터 소크라테스, 니체, 데카르트 등이 있는 서양철학까지 철학은 분명 어려운 이야기들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한 부분이 있는 특이한 학문인 것 같습니다. 근원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탐구하는 이들이 끊임없이 논쟁하고 있기 때문에 정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그 끝을 알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 더욱 난해한 학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과는 대척점에 있는 학문을 고민해 보면 수학이나 물리학 등이 쉽게 떠오를 것 같습니다. 물론 철학의 근원을 따져보면 철학에서 파생된 학문일 수 있지만, 현대에 와서 명확하게 구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수학이나 물리학은 정해진 정답이 있는 듯 보이고, 여러 가지 정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막상 그 안을 자세히 파고들면, 아직까지 파악되지 못한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한 일반적인 관 점으로의 현상이 아닌, 자세하게 파고들기 때문에 생소하고 이해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철학과의 공통점은 역시 학문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추구하는 바가 많이 달라 전혀 공통점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브라이언 그린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철학적인 이야기들을 상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해당 도서가 우주의 기원이나 과학적 논제들을 다룰 것이라는 예상을 했습니다.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당황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단순히 그의 위치에 맞게 생명과 그 기원들을 다룰 뿐이었고, 이어서 철학적 이야기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렇게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이내 신선함이 느껴졌습니다.

철학 자체도 심오하고 그의 전공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만이 갖고 있을 수 있는 관점으로 철학적 논제들을 바라보기 때문에 그것들을 수학 공식처럼 풀어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됐습니다. 물론 여러 철학서에서 보여준 논제들은 명확한 답이 내려진다기보다는 끊임없는 탐구와 논쟁, 토론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역시나 답이 없이 끝날 가능성이 있었지만 조금 더 과학적인 사고로 접근함으로써 뇌리에 깊게 박힐 것 같았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처럼 끝이 아니라 과정을 보는 것에서,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될 여러 이야기들에 호기심을 갖고 즐거워하는, 그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는 역시나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자가 선택한 설명 방식이나 문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예시가 무척 좋은 편입니다. 어렵고 난해한 이야기들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반복해서 익숙해지는 것이 첫걸음인 것처럼 몇 번이고 다시 읽기를 반복하게 됐습니다. 그 반복이 이해를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익숙해지는 것 자체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들었습니다. 연쇄적으로 의문을 갖게 하고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충실하게 반복됩니다. 물론 정답이 없는 상태로 끝맺음되는 경우가 더 많지만 그로 인해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됐습니다.

또한 각 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계속해서 이전에 이야기했던 것들을 다시 가져오고, 이후에 나올 내용들을 언급했습니다. 그렇게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구성 성분 등을 착실하게 설명해나갑니다. 외적으로 드러나있는 요소들을 통해 인간 자체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차근차근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내면으로 들어가 마음이나 생각 등을 이야기할 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가 유지되었습니다. 불확실과 과학적 사고 바깥의 개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듯 다음으로 넘어갈 뿐이었습니다. 애매한 결론, 납득하지 못 할, 이해 못할 마무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물리학적 방식이나 다른 추상적이지 않은 학문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어느 순간 답을 내리기보다는 더 많은 사고를 통해 그 폭을 넓히려는 시도 같았습니다. 그렇게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계기를 만드는 철학적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철학적 내용들은 언어와 이야기, 종교까지 나아갑니다. 그렇게 전개되던 이야기는 일순간 다시 우주로 시선을 돌립니다. 현재까지의 역사와 다가올 미래, 그때 일어날 현상까지 차분하게 설명하며, 이전보다 더욱 복잡한 이야기들을 적절한 예시로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결과적으로 그 어떤 것도 규격화된 공식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로 45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어려운 용어들의 연속인, 낯선 상황들의 무자비한 나열의 독서는 끝이 나게 됩니다. 분명 인간의 존재와 가치 등을 끊임없이 이야기했지만 결론을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능성 자체를 더 많이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이 독서 과정을 통해 만나게 된 다양한 과학적 견해들과 철학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삶 자체를 조명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의 가치를 드높였습니다. 도서의 흐름을 끊기지 않게 만들려는 시도는 일정 부분 우리들과 닮아 있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죽음이라는 정해진 결말 속에서도 발버둥 치는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존재 자체로도 이미 충분히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존재인 인간에 대해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점

  • 적절한 예시와 쉬운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가독성을 좋게 만들었습니다.

낯선 용어와 과학적 견해, 그것들을 설명하는 내용들은 분명 어렵습니다. 하지만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를 활용하고 다소 쉬운 언어들을 이용함으로써 끊임없이 다시 보는데 부담이 없는 상태로 만듭니다. 그렇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독서의 시간이 늘어나지만 익숙해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 흥미로운 시도로 근원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충분히 철학적 논제가 될 수 있는 사항들을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그 때문에 구성부터 폭넓게 이야기가 진행되며, 인간 자체를 조명하고 설명하려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공식으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 시도 자체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 인간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우주의 시작부터 이야기는 전개되지만 끊임없이 인간에 연관시키며, 이러한 관점까지 나아갈 수 있던 것은 인간이 갖고 있는 특성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끝이 있기에 여러 가지를 탐구하고 나아가려는 우리들의 모습을 적절하게 담아냈고, 모든 것이 의미 있게 만드는 결론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게 만들었습니다.


아쉬운 점

  • 우주나 물리학적 부분보다 철학적 논제에 더 집중합니다.

물론 철학적 논제들을 수학이나 물리학에 기반하여 설명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것들을 풀어내려는 시도일 뿐입니다. 과학적 접근을 통해 비과학적 내용들을 설명하기 때문에 기대했던 이야기의 결괏값이 나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논리적 접근만을 원한다면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려운 용어와 방대한 분량이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내용을 이어나가는 언어와 예시들이 쉽게 읽히도록 도움을 주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운 용어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막대한 분량을 보여줍니다. 이 때문에 조금만 난해한 분위기에도 쉽게 도서를 덮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많습니다.

  • 특별한 결론이 내려지기보다는 그 과정을 탐구합니다.

과학적 접근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 것 같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모호하고 불확실한 부분이 더 많이 남습니다. 물론 그 과정을 통해 다양한 방향으로 시야를 넓힌 수 있지만, 명확한 결론을 원한다면 만족스럽지 못한 독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총 평

철학적 논제를 과학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풀어내려는 시도가 무척 흥미롭습니다. 규격화를 통해 수학적 공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엿보이긴 하지만 불확실하게 결론 내려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정답을 찾기보다는 그 과정을 탐구함으로써 다양한 사고로의 확장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도를 저자의 기존 지식을 통해 풀어내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지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절한 예시와 간결하고 쉬운 언어들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읽기 편하게 도서를 구성했습니다. 이 때문에 독서의 시간은 늘 수밖에 없지만, 반복학습을 통해 용어 자체에 친숙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인간 중심의 이야기로 마무리됐고, 계속해서 탐구해야 한다는 명확하지 않은 결론이 됐지만 그 과정 자체가 흥미로운 여정이 됨으로써 과학적, 철학적 두 부분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10 구성 9 재미 9 재독성 9 표현력 8 가독성 9 평균 9)

철학적 논제를 과학적 방식으로 풀어내려는 시도를 통해 탐구하는 인간의 이야기.


감상자(鑑賞者)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509307620

감상자 브런치 스토리

https://brunch.co.kr/@persimmonbox/57

이제 우리는 과학이라는 우주선을 타고 우주의 시작에서 끝에 이르는 기나긴 여행을 떠날 참이다. - P36

그러므로 증기 기관처럼 여분의 열을 밖으로 방출하지 않으면(즉, 엔트로피를 리셋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생명 활동의 물리적 정의이며, 생명체가 살아 있는 한 끊임없이 반복된다. 지금도 우리 몸에서는 여분의 열이 적외선의 형태로 방출되고 있다. - P73

생명의 종류가 이토록 많으니 기원도 다양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연체동물과 난초의 기원을 추적하다 보면 각기 다른 출발점에 도달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에 의하면 모든 생명체의 기원은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 수렴한다. - P134

가끔은 의외의 변화가 발생하여(유전적 변화가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일어난 경우) 그들만의 진화 플립북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사례의 대부분은 진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부분적인 줄거리가 얽혀 있기 때문에, 그들만의 플립북은 다른 플립북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 P152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이나 전기전하를 갖게 되었는지는 나로서도 알 길이 없다. 내가 아는 것이라곤 질량이 중력을 창출하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전기전하가 전자기장을 창출하고 거기에 반응한다는 것뿐이다. 나는 입자의 물리적 특성이 왜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그 특성 때문에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알고 있다. - P196

앞에서 나는 자유의지가 입자의 움직임으로부터 생성된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 P227

중요한 것은 기도문의 내용이 아니라, 나의 믿음이 잠시나마 유대교의 전통과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나에게 주어진 위대한 유산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의식을 통해 종교의 장엄함을 피부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 P311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예술은 언어와 이야기, 신화, 종교를 하나로 묶어서 상징적 사고력과 조건법적 추론, 자유로운 상상력, 그리고 협동 정신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문화적, 과학적, 기술적으로 풍부해진 것은 바로 이런 능력 때문이다. - P333

맨눈으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수천 년 전에 별에서 방출된 빛들이 보인다. 성능 좋은 천체 망원경을 동원하면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 전에 방출된 빛도 보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오래전에 수명을 다하여 죽은 별도 있지만, 빛이 지구에 도달하려면 수백만 년, 또는 수십억 년이 걸리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 빛은 물체가 현존한다는 증거가 아니라, 한때 그곳에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흔적일 뿐이다. 별뿐만 아니다. 당신과 나의 몸에서 방출되거나(복사) 반사된 빛 중 아무런 방해 없이 지구 탈출에 성공한 부분은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방대한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 P340

앞서 말한 대로 우리의 사고력은 물리 법칙을 따른다. 다른 것을 모두 초월한다 해도 물리 법칙만은 넘어설 수 없다. 이런 제한 속에서 사고는 과연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까? - P384

팽창하는 우주에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 사고체의 엔트로피 방출을 방해한다면, 생각의 미래는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된다.
생각의 미래를 평가하려면 생각의 물리학을 이해해야 한다. - P387

옳은 것과 그른 것, 선과 악, 운명과 목적, 가치와 의미 등은 모두 유용한 개념이지만, 도덕적 기준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고 중요도를 할당하는 행위가 인간의 마음보다 근본적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P442

인간은 영생을 누리는 기술을 개발하기 전에 사라질 가능성이 높지만, 영생을 생각하면 삶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진다. 사실 현세에서 우리가 내리는 수많은 결정과 선택, 경험, 그리고 다양한 반응들은 유한한 시간 안에 한정된 횟수만큼 반복되기 때문에, 우리의 이해 수준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 P448

우리는 무상하기 그지없는 일시적 존재다. 그러나 우리가 존재하는 짧은 시간은 우주의 역사를 통틀어 매우 희귀하고 특별한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자기 성찰을 통해 만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형이상항적 가치를 창출했다. 영원히 변치 않을 유산을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이미 우주의 타임라인을 조망한 우리는 그것이 이룰 수 없는 목표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의 입자들이 모여서 현실을 인지하고,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얼마나 단명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연결 관계를 확립하고,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었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P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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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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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어린 시절에는 장래희망을 적으라는 학교의 지시에 갖고 있는 능력이나 특기 등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여러 가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언젠가는 만화가였고, 언젠가는 판사나 변호사, 선생님, 또 언젠가는 과학자를 적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꿈이 많던 그 시기는 공상을 정성스럽게 했고, 스케치북에 미래에 발명될 무엇인가를 상상하며, 친구들과 함께 글로 혹은 그림으로 표현하곤 했습니다. 무궁무진했던 가능성을 품던 그 시간들은 빠르게 지나갔고, 현실과 타협했다거나 순응했다는 식의 말을 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 중 누군가는 회사를 다니고, 누군가는 몸을 쓰기도 합니다. 영화를 좋아했던 꿈 많던 고등학생은 좋아하는 분야라도 하는 게 어디냐며 이전에 하던 일을 접고, 20대 후반에 영화판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한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영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싶다던, 직업으로 영화를 원 없이 보는 꿈을 꾸던 그때의 모습은 점차 현실이라는 표현과 함께 나이 들고 있었습니다.

손을 뻗기만 하면 닿을 것 같던, 눈앞에 꿈꾸던 그것이 있을지도 몰랐지만 끝내 팔을 들지 못했고, 하던 일이나 잘 하자며, 간신히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평범한 사람, 특별할 것 없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가 흔하게 말하는 성공한 이들은 그때의 공상들을, 상상들을, 무궁무진했던 가능성들을 행동으로 옮긴 실행력이 만들어낸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손을 뻗었기에 가능성을 현실화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는 것, 꿈꾸던 무엇인가를 하는 것은 쉽게 할 수 없는, 이정표 하나 없는 도로를 걷는 기분이 들어 두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어쩌면 길이 아닐지도 모르는 곳을 나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그대로 공포가 되고, 결국 제자리에 머무르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 조금은 결이 다르지만 먼저 그 비슷한 길을 같던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집니다. 그들과 같이 성공이라는 과육을 맛보고 싶어 하고, 그 뒤를 따라가 작게라도 무엇인가를 얻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누군가의 자기 계발서나 동기부여가 되는 듯한 도서, 글귀 등을 찾곤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나와 다르다며, 주어진 조건이 다르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쩐지 그들의 이야기를 전혀 적용시킬 수 없을 것만 같고, 허황되고 어려운 것들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만난 타이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도서는 비교적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의 습관이나 행동을 소개하며,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학습하게 했습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습관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모방할 수 있었고, 각각이 갖는 특색 있는 행동들은 일상과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작은 실천으로 행할 수 있게 했다가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게 길을 터주는 것 같았습니다.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없었습니다. 난이도의 격차는 있을 수 있지만, 분명 다 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이런 사소한 것이 그들을 성공이라는 길로 이끌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곳에서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공통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작은 성취, 작은 성공부터 시작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미세하고 작은 목표를 실천함으로써 성공에 익숙하게 하고, 작은 것으로부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이기면서 시작하는 루틴을 만들고, 그 작은 습관들이 큰 성공으로 이어지는 발판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매 챕터마다 각각의 타이탄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목소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각 챕터는 분명 짧지만 강렬했고, 그만큼 읽는데 부담도 적고 집중하기 수월했습니다. 물론 그 때문에 깊이가 다소 얕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크게 봤을 때, 각 타이탄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들의 방법을 표현하고 있을 뿐, 같은 이야기를 풀어냈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상호 보완을 바라볼수록 어쩌면 그들은 성공한 사람이 아닌, 그저 진짜 성공의 일부를 맛본, 성공이나 성취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였을지 도서는 그들을 타이탄이라고 표현할 뿐, 성공한 사람이라고 쉽게 단정 짓지 않습니다.

물론 그들의 작은 습관이나 루틴들이 쉽게 적용 가능하다고, 모두에게 무조건 제대로 적용되어 성공이라는 것에 100% 이르는 극적인 상황을 상상할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불필요하다고 여겨질 수 있고, 너무 사소한 것들이 많아서 아무런 감흥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리는 그 사소한 것들조차 쉽게, 편하게 눈을 돌리고 회피하며 핑계를 대곤 합니다. 부정적인 루틴이 몸에 배어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행동합니다. 타이탄들은 그 행동들을 예측이나 하듯 직접적으로 피부를 관통하는 거대한 창을 우리에게 내지릅니다. 그렇게 피부 안쪽은 알 수 없는 부끄러움 때문에 후끈 달아오르기도 했습니다.

역시 행복, 만족, 성공 등은 지금 당장 과육을 획득할 수 있는 특이한 열매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들을 육성하는 과정 중에 완전히 실패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길을 잃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느낌일 뿐입니다. 무조건 실패가 아니거나, 길을 잃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실패하고, 무조건 길을 잃을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게 타이탄들은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 수 있도록 지침을 줍니다.

그 지침 역시 그리 어렵게 느껴지진 않지만, 아무리 사소한 승리, 사소한 성공이라고 해도 어색함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어색함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데 걸림돌처럼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 걸림돌이 때로는 크게 보여 더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 두려움을 느낄 때쯤 결국 이 모든 과정들은 오롯한 나를 탐구하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분명 타이탄들보다 뛰어나거나 훌륭한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그들의 삶을, 마음가짐을 따라 하고 참고삼아 더 나은 나를 마주하고 싶은 것입니다.

분명 도서를 모두 보고 나서도 그들이 막연하고, 위대한 타이탄으로 보이기만 하고 쉽게 따라가기도, 따라 하기도 벅찬 존재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기보다는 그들의 일부를 모방해서라도 나아가야 합니다. 타이탄이 되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우리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이 도서가 진짜 필요한 이유이며 가치일 것입니다.

어쩌면 그들은 특별하다기보다는 나아가는, 포기하지 않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안내서를 만나게 됐습니다.


좋은 점

  • 짧은 챕터 배분으로 가독성을 높입니다.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진 도서는 각 장마다 여러 개의 챕터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챕터들은 짧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기 다른 타이탄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 결과 매번 새로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고, 집중도 있게 독서를 할 수 있게 됩니다.

  • 어렵지 않은 내용들을 소개합니다.

타이탄들이 갖고 있는 습관이나 루틴 등을 소개할 때, 거창하거나 어려운 내용들을 보여주지 않고, 작고 소소한 것들을 말함으로써 누구라도 쉽게 따라 하고 모방할 수 있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단순한 것들만 등장하는 것이 아닌 조금씩 심화되는 것들을 보여줌으로써 차근차근 그 절차를 따라가게 만듭니다.

  • 정신적인 부분들도 이야기합니다.

정확히는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합니다. 삶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부정적인 습관으로 가득한 우리들을 돌아보게 하며, 그것들을 긍정적인 습관으로 물들일 수 있도록 합니다.

  • 짧은 챕터가 갖는 얕은 깊이감을 서로 보완하면 깊이를 더합니다.

분명 각 챕터마다 너무 짧아 그들의 이야기가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얕은 말들만 하고 수박 겉 핥기의 표면적인 부분들만 전달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전달할 뿐 비슷한 말들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됐을 때,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결국 서로의 깊이감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상호보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쉬운 점

  • 소개하는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소소한 습관들이 많아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이들은 너무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작은 것들처럼 보여서, 무시당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그 상태부터 신뢰를 제대로 쌓지 못하는 안타까운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 거창한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이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분명 지침서 느낌이 들지만,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쉬운 방법들은 전혀 자극을 주지 못하고 하찮게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들을 통해 보여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 정도에 그런 감정을 느낀다면, 해당 도서를 선택할 확률이 낮기 때문에 의미 없을 수 있지만, 구성에서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수 있습니다.

  • 흔히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이들의 성공담을 기대하면 실망하게 됩니다.

책의 표면과 소개 글 등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유명인들을 말함으로써 그들의 성공담을 기대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저 그런 이들의 습관들을 소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예상치 못한 부분으로 여겨 실망할 수 있습니다. 관심을 집중시킬 수는 있지만, 책의 전체 흐름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었는지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총 평

성공하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차근차근 승리하게 하는 성취감을 주는 도서는 지침으로써 훌륭한 가치를 보입니다. 분명 반복적이고 비슷한 궤의 느낌들이 연속으로 이어지지만, 각자가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새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본질이 비슷하기에 서로가 서로의 이야기를 보완하며, 끝내는 전체적인 깊이감마저 만족시킵니다. 그러나 너무 사소한, 쉬운 것들이 많아 무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였습니다. 물론 그래서 더 습관화하기 어렵고, 따라 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작다고 무시하는 경향이 드러난다면 아무런 가치를 보이지 못하는 도서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따금 등장하는 좋은 문구들과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을 뚫어버리는 듯한 말들은 제대로 몸속을 관통합니다. 도서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나아가며, 갈 길을 잃어버린 우리에게, 성공이라는 과육을 맛보고 싶은 우리에게. 새로운 무엇인가에 도전할 우리에게 여러 가지 방향으로 쉬운 방법과 마음가짐을 갖게 만듭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8 재미 7 재독성 9 표현력 8 가독성 8 평균 8)


작고 사소한 승리와 성취로 성공에 익숙하게 만드는 길 안내서.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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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자 브런치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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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들보다 더 잘 해석할 수 있는 감각을 선택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분야가 아니라서, 내 취향이 아니라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나와 거리가 멀어서··· 등과 같은 이유들이 당신을 진부한 사람으로 만든다. - P41

아널드의 비전은 ‘경쟁‘이 아니라‘승리‘였다. 커다란 기회는 작은 승리들 속에 들어 있다. - P80

길을 만드는 사람만이 결국 그 길이 나아가는 방향을 통제할 수 있다. 캔버스가 그림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 P146

마무리가 좋아야 새로운 것을 할 수 있고, 한 분야의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얻은 아주 작은 것들이 결국 전혀 다른 분야를 정복하는 탁월한 무기가 된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당신은 어떤가? - P199

한계는 곧 자유였다. 한계 안에서는 완전히 자유였다. - P202

길거리에서 오프라 윈프리를 만나면 절대로 ‘토크쇼 잘 보고 있어요!‘라고 하지 마라. 대신 ‘키위 좋아하세요?‘라고 물어라. 상대가 예상치 못한 주제를 꺼내는 것이 핵심이다. - P220

우리는 언제 고통을 느낄까?
뭔가 개선이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다. 필요는 하지만 변화란 늘 불확실하고 불안정하기 때문에 두렵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고치고 바꾸기보다는 문제가 없었던 과거의 시간대로 그냥 옮겨간다. 과거의 믿음이 계속해서 우리를 끌고 가는 것이다. - P242

오늘날 우리에게도 다양한 얼굴의 마라가 찾아온다. 환영의 인사를 건네며 따뜻한 차를 대접하라.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친절로 감싸 안아라. 그렇게 바라보고 의식적으로 알아차리면 우리는 마라의 구체적인 실체를 발견할 수 있다. 마라는 곧 우리 자신이다. - P272

눈에 보이는 발전이 없을 때 나타나는 좌절감은 탁월함을 향해 나가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입니다. 좌절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니까요. 탁월함을 추구하는 게 쉽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 겁니다. 탁월함은 좌절감에 대처하는 방법을 찾아낸 사람들이 가는 길입니다. 그러니 괴로워할 일이 아닙니다.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좋은 기회입니다.
우리가 실패하는 건 좌절감 때문이 아닙니다. ‘조급함‘ 때문이죠. - P326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다. -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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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각본집 - 세상을 영원히 바꾸다
크리스토퍼 놀란 지음, 김은주 옮김 / 허블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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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좋은 작품을 보고 나면 그에 뒤따라 오는 여러 가지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쩌면 배우나 연출자에게, 혹은 작품을 만들면서 나오는 메이킹필름이나 한정판 블루레이 등에 궁금증을 갖기 쉽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사업은 나쁘지 않은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 각본집도 그런 갈래 중 하나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하게 됐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부차적인 것들을 통해 영화에서 받은 감동을 완전히 똑같이 받을 수는 없을 것이며,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다양한 내용들을 보며 더 깊이 있는 것들을 탐구하고자 함일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부차적인 것들 중 각본집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내용 자체에서 주는 감정들은 많이 소진된 상태일 것입니다.

또한 영상으로 보이는 것이 아닌 텍스트 기반의 상상력을 통한 전개이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런 감흥이 없을 수도 있으며, 어쩌면 이미 익숙해진 내용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읽는 것조차 어려움이 따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서인지, 시나리오라는 특성 때문인지 편하게 읽히는 것 같습니다. 내용의 의미나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 파악이나 이해보다 그들의 대화 자체에 속도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영화를 만든 뒤에 각본집을 다시 편집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충실하게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영화를 다시 볼 때, 해당 각본집을 보면서 영화를 관람하기에도 또 다른 재미를 충분히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전개 방식은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가 자연스럽게 교차되면서 서로가 비슷한 주제를 다르게 이야기하는, 혹은 각기 다른 상황에 같은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모습이 비록 텍스트의 형태이지만 잘 정리되어 있었고, 영화의 장면들이 쉽게 떠오른 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특징들의 각본집을 뒤로 각본집 해설은 또 다른 재미를 주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전문가적 견해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나 이론, 과정의 타당성 등을 따져 묻거나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전문가가 말해주는 시대적 배경 설명에 더 집중하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해설집의 가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냉정하게 해설집의 존재가 정말 필요했을까를 묻는다면, 확실하게 그렇다고 대답하기에는 무리가 다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선택 사항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으며, 어떤 측면에서는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될 내용들입니다.

그러나 분명 영화를 보기에 충분한 배경적 지식을 선사해 주고, 아주 조금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기 때문에,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도 상승에 큰 도움을 주긴 할 것입니다. 그래서 나름 유의미한 가치를 지닌 존재였습니다.

거기다가 시작 부분에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다는 친절함과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내는 등 여러 부분에서 충분히 주의를 기울인듯한 느낌 때문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친절함들이 영화 자체에 대한 판단을 크게 좌지우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각본집 해설서를 읽고 영화를 다시 봤을 때, 각본집을 다시 봤을 때 우리의 시야는 분명 이전보다 아주 조금은 더 넓혀져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반복적인 느낌을 줄 수 있는, 그저 영화의 감동을 되새김질할 뿐인 행동들을 더욱 의미 있고 깊이 있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각본집 자체가 의미가 떨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각본을 영상으로 담아내는 감독의 역량에 놀라기도 할 것이며, 분명 담겨있지 않았을지 모르는 감정선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 시대적 배경에 놓이게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영화가 처음 선사했던 느낌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모든 도서에 의미를 부여할 수 없으며, 바라보는 이들에 따라 가치를 달리하기 때문에 지금의 감상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각본집은 해설집과 함께 여러 방향에서 보았을 때 부정적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 긍정적이고 더 깊이 있는 곳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어쩌면 오늘이 이 각본집을 들고 영화를 봐야 하는 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은 점

  • 속도감 있는 전개를 통해 빠른 호흡으로 내용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각본집이라는 특성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고 가시성이 높은 편입니다. 그만큼 박진감 넘치게 내용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영화의 감동을 다른 관점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분명 반복적이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그들이 표현했을 감정, 표정 등을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주었던 느낌들은 또 다른 모습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또 다른 작품을 보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 각 인물들의 감정선을 더욱 깊이 있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단편적인 관점으로 보았을 인물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습니다. 표정이나 목소리에서는 다 담기지 않았을 심리적 묘사들이 펼쳐져 있는, 혹은 더욱 차분하게 느낄 수 있는 텍스트들 때문에 더욱더 인물들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 각본집과 영화를 비교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다르게 표현됐을 부분과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담겨있을지도 모르는 모습들 등을 비교할 수 있으며, 이 때문에 영화 관람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더욱 재미있는, 다채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부록을 통해 더 깊이 있는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어 더욱 재미있는 감상이 가능합니다.


부록 자체가 시나리오의 타당성과 묘사의 적절함 등을 다루는 것이 아닌, 전체적인 시대적 배경과 그들이 놓인 상황들을 풀어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본 배경지식이 약간은 쌓여있고, 결과적으로 더욱 깊이 있는 몰입이 가능해집니다.


아쉬운 점

  • 같은 영화,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는데 익숙하지 않으면 가치를 느끼기 힘들 수 있습니다.


  • 특히나 긴 러닝타임 때문에 감상 자체에 어려움이 있었던 경우라면, 다시 보는 것과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답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애초에 이러한 각본집을 선택하는 것은 이런 부분들을 논할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방대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어려움에 대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 영어 원문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원작의 생생함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외국 영화이기 때문에 원어적 느낌을 알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순수 우리나라의 언어로만 나와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내용 파악을 위한 또 다른 공부가 뒤따를 수 있었겠지만, 즐겁게 감상한 영화에 더욱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 같습니다.

    • 해설집이 각본 자체에 대한 해설이 아닌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각본에 담겨 있는 내용들의 과학적 타당성이나 실제와 다름을 원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전체적인 배경이나 기초 지식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에 어긋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해설집의 특성이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기 때문에 이왕 각본집을 선택했다면 필수적으로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총 평

속도감 있는 전개가 느껴지기 때문에 영화보다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영화가 주었던 영상미를 상상할 수 있었으며, 부록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배경지식 습득을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 감상 후의 선택이지만,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감상, 다양한 방식으로 영화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내용 면에서는 부족함이 없고, 깔끔했으며, 그래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이미 알고 있는 말들일 수 있지만, 그 뻔한 것들을 부록이 오히려 깔끔하게 마무리해 주었습니다. 어쩌면 각본집보다는 이 부록이 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어쨌든 오펜하이머라는 인물을 더 감정을 갖고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8 구성 8 재미 9 재독성 8 표현력 8 가독성 8 평균 8.16)

어쩌면 반복, 되새김질이겠지만 그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는 해설집의 깔끔함이 매력적.


감상자(鑑賞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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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가리킨다) 이제 미국의 프로메테우스가 된 거야. 원자폭탄의 아버지. 인류에게 스스로를 파괴할 힘을 준 자. 세상은 자넬 떠받들겠지. - P167

빛이 눈부시게 밝아지면서 불덩어리가 되어 태양처럼 밝게 빛난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건 점점 커지는 자신의 숨소리 뿐이다 나는 고글을 벗어 제끼고··· 지옥 같은 소용돌이 속에서 요동치는 플라스마를 지켜본다. 그것은 악마의 손톱처럼 하늘을 향해 기어오른다. - P211

오펜하이머 : 시작된 거 같아서요.


안색이 창백해진 아인슈타인. 몸을 돌려 아무 말 없이 스트로스를 스쳐 지나간다. 발 구르는 소리···.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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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주명리 : 심화 편 - 십신의 활용부터 용신, 운의 적용까지 나의 사주명리
현묘 지음 / 날(도서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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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주 풀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증폭시켰던 이전의 도서가 실망감으로 끝난 뒤 맛보는 심화 편은 분명하게 달라진 모양새를 보여줍니다. 이전의 도서가 동양 철학서와 사주풀이의 중간에서 어중간하게 전개됐던 것에 비하면, 사주풀이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부가적 소개나 부연 설명, 사족이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으며, 확실하게 방향을 잡은듯했습니다. 이런 전개는 당연히 이전의 도서를 봤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었지만, 더 충실함이 느껴졌으며, 아무런 고민 없이 과감하게 내용 전달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내용들은 쉴 틈 없이 이어졌고, 여전히 복잡하고 계속해서 어려웠습니다. 각 사주들의 관계가 복잡했지만, 다행히 한 번 파악된다면 내용 습득 자체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이 파악의 단계가 이전의 도서를 통한 결과물이고 전반적인 흐름에 익숙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기에 불친절하다는 인상이 지속적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조금은 부드럽고 편안했던 분위기가 사라져 독서 자체에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쉽지 않은 내용은 여전했고, 이전보다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 더욱 방대해짐으로써 여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심화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더 깊이 있는 내용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초반부는 이전의 도서에서 다루었던 내용들이 이어졌고, 단지 그것들을 좀 더 심화하여 구체적으로 길게 풀어 설명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애초에 방대한 내용을 통일성 없이 둘로 나누면서 반복해서 내용을 전달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각 사주들을 설명하는 다양한 규칙성들은 정리 자체가 어려웠고, 이해가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용어들이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설명 없이 넘어가고 이후에 내용 설명을 하는 등 수반되는 내용들을 언급하지만 정작 그 자체를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전반적으로 구성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관계와 각각의 용어들이 유기적인 형태를 갖고 여러 가지 관점에서 파악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간단한 내용 전달 때문에 이해도는 더 떨어졌고, 결국 후반부를 보고 다시 앞의 내용을 보는 등 번거로운 과정이 생겼습니다.

각 사주의 관계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런 성질이 있으니 알고 있으라는 딱딱한 내용 전달에 그쳤습니다. 그러면서 근거가 부족하니 소개만 한다며 알려주는 내용들을 보면 더더욱 어딘지 빠진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사주를 풀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작업이며, 이것을 통해 무엇인가 규정하고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직면하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것들이 만들어낸 관계, 연계된 내용들의 원리나 근원 등을 충실하게 담아내지 못했으며, 기초적인 설명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결국 도서 두 권을 모두 보고 나서도 전반적인 기초 설명서 역할만 하게 됐습니다. 차라리 이왕 분량이 늘어난 김에 더 늘려서 구체적인 내용들을 전달했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철학적인 부분을 배제하면서 딱딱해졌지만 그 강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이나 다른 도서를 통해 만세력을 찾고, 다로 대운, 세운, 용신, 희신 등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처음의 도서에서 전제를 깔고 시작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부터 다른 것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도 그것들이 나오면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찾아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주 기초적인 내용들만 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도 완전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결국 도서 두 권을 통해서도 그 누구의 사주도 해석할 수 없으며, 만약 해석의 단계로 넘어간다고 해도 전반적인 흐름만을 파악할 뿐입니다.

도서는 분명 자신의 사주를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다고 했지만, 그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하며, 소개에 그치는, 두 권에 걸쳐 여러 내용들을 보여주지만 누락된 것이 많은, 이 책만 가지고는 시작도 할 수 없는 전혀 완전하지 못한 아쉬운 도서가 되고 말았습니다.


좋은 점

  • 각 용어들을 세세하게 담아냅니다.

저자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부분이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용어들을 구체적으로 담아내며, 특정 내용에 있어서는 전문적인 모습을 보일 정도로 방대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물론 용어 자체가 쉽지 않아 완벽한 내용 파악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나 차분하게 보다 보면, 알찬 내용들이 많이 보입니다.

  • 목적성이 분명합니다.

이전에는 동양철학과 사주풀이의 사이에서 어중간한 모습을 보였지만, 심화 편에 들어 확실한 내용 전달을 목적으로 확실한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다만, 내용 전달에 충실하고, 본격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여유가 없이 딱딱한 느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신뢰도 있는 느낌이 들었고, 사족 없이 본론만 이야기하는 것 같아 효율적으로 보였습니다.


아쉬운 점

  • 뒤죽박죽 엉켜있는 듯한 구성 때문에 내용 파악이 어렵습니다.

각 사주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고, 추가적으로 언급되어야 할 내용들이 방대한데, 그럴 때마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거나, 이후에 다른 챕터를 통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언급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용 파악을 전혀 하지 못한 상태로 챕터가 마무리되고, 뒤의 내용들을 본 뒤 다시 이전의 내용들을 보게 되는 다소 합리적이지 못한 독서를 진행하게 됩니다. 전반적인 구성에서 아쉬움을 보였습니다.

  • 어딘지 누락되어 있는 애용들이 많은 듯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누락되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각 사주들의 원리나 기원 등 깊이 있는 내용들은 전혀 다루지 않은 채, 표면적인 사실들만 전달합니다. 그래서 사주풀이를 위해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에만 충실성을 보이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중간중간 이런 것이 있는데 중요하지 않으니 알고나 있으라고 소개만 하는 부분이 보였고, 이와 같은 방식으로 누락되는 내용들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하는 등 신뢰도 면에서 무척 아쉬운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 독서를 모두 읽고도 사주풀이는 할 수 없습니다.

도서 두 권을 모두 읽고,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하더라도 사주풀이 자체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단지 대략적인 사주풀이 방식과 내용들을 알게 되는 기본적인 소개서 정도의 역할만 합니다. 혹시나 해당 도서를 보고 사주풀이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 독자적으로 완전하지 않습니다.

만세력을 통한 기본적인 사주의 형태부터 인터넷을 통해 해결해야 합니다. 결국 시작부터 다른 매체나 도서를 통해야 하는 등 해당 도서만 가지고는 그 무엇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사주에 대한 기본적인 파악이 완벽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다른 곳에서 해결하고, 그곳에서 보이는 용어들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기만 가능합니다.

총 평
거창하게 사주풀이가 될 것 같이 이야기했지만, 결국 사주라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에만 그치고 맙니다. 그나마 동양철학의 요소를 배제해서 정체성은 분명해졌지만, 오히려 더 딱딱하게 내용 전달만 합니다. 또한 구성적으로 문제가 있어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다가 뒤의 내용을 보고 다시 앞을 보는 현상까지 발생하며, 기본이 되는 만세력을 통한 사주의 형태조차 해당 도서로 해결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인터넷이나 다른 도서를 무조건 이용해야 하는 책 두 권으로도 온전한 기능을 하기 어려운 불완전한 사주풀이의 기본 소개서입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7 구성 5 재미 5 재독성 6 표현력 6 가독성 6 평균 5.83)

수백 가지 기능이 담긴 기계지만 전원 버튼이 존재하지 않은, 그 수백 가지도 제대로 담겨있는지 의문이 드는 온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기본 소개서.


감상자(鑑賞者)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https://blog.naver.com/persimmonbox/223226253415



태양과 지구는 매 순간 관계를 맺고 있고, 그 관계가 우리 삶에 각인되어 삶을 이끌어 나간다. 당연히 그 관계는 쉽사리 파악할 수도, 수량화할 수도, 기호화할 수도 없다. 하나로 뭉쳐져 있기 때문이다. - P235

현실적으로 우리는 모두 다른 조건에서 불완전한 기운을 타고났고, 완전한 행복에 도달하는 길은 멀다. 게다가 인간을 이루는 기운, 즉 사주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절대 바꿀 수 없다.



타고난 기운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것, 게다가 그 기운이 우리의 삶을 이끌어 나간다는 사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하지만 이 간단하고도 엄중한 사실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이후에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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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 -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삶에 대하여
임승수 지음 / 수오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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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실 사회주의를 잘 모릅니다. 그래서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 없습니다. 비판을 위해서는 직접 판단을 내리고, 그에 앞서 그것을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누군가 사회주의는 나쁘다는 말 한마디에 쉽게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강요를 우리는 수없이 받아왔고, 지금도 강요나 억압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강요란 특정 개념에 대한 찬반을 이야기하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게 됩니다. 그저 그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그때의 결정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지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개하다거나 시대착오적이라 말하곤 합니다.

단순히 자신의 입장과 다르다고, 그것을 바꾸겠다는 맹목적인 태도로 함부로 억압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더 큰 반감만 불러일으키고, 존중받지 못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존중받지 못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도서의 초입에 등장한 말들이 끝까지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그저 그러한 이념을 갖고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고, 덤덤하게 자신을 보여주다 보면 여러 모습들을 직접 느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물론 이 도서가 사회주의를 직접적으로 옹호한다고 사회주의적 이념에 동조하게 되지도 않을 것이며, 반대로 무조건적인 비판적 태도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애초에 그런 의도로 택한 도서도 아니었으며, 그렇게 쉽게 무엇인가가 결정되거나 변화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저 정확한 판단을 위해 노력하고 싶었습니다.

어쨌든 도서는 전반적으로 편향된 시선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이 느껴졌고, 좋지 않은 현상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 근원으로 뽑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근거가 뚜렷하지 않은 채 주장을 펼치듯 보였습니다.

물론 그의 말들이 사실일 수 있으나, 전제가 부족한 이야기들은 과도한 찬양처럼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특히 공산정권이 이데올로기적 전쟁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실패 혹은 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었으며, 설령 그렇다 한들 독재 정권에 대해서는 비판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적 영향 때문에 복지 및 인권 신장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긍정적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태도는 옳지 않은 것 같으며, 분명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자본주의의 긍정적 요소를 차용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맹목적으로 보이는 비난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저자는 자신이 사회주의를 옹호한다고 현 정권을 맹목적으로 비난하거나 전 정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저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이념을 끝까지 고수하는 것 같았으며, 소신이 느껴졌고, 힘겨운 싸움을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전반적으로 편향된, 맹목적 주장의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자본주의가 많은 문제를 갖고 있고, 착취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사실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제로 살아오면서 느낀 점들과 신문, 뉴스를 통해 어느 정도 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도 장점은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어느 하나만 있는 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한 쪽을 무조건 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자본주의에서 살거나 다른 국가에서 사회주의 체제에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어느 한 쪽이 지배적인 사회에서 살기 때문이 아닌, 이 사회가 복합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자본주의가 지배적이라고 해도 단순하게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구성될 수는 없습니다.

사회주의도 분명 장점과 단점이 함께할 것입니다. 어쩌면 장점이 단점보다 클 수 있고, 그 비율로 따졌을 때 자본주의보다 높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이런 이데올로기를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점이 존재하는데도 수용한다면 이는 소수를 짓밟고 무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이데올로기를 표방하더라도 각각의 장점들을 최대한 살리고, 하나로 모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가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장점이 있을 수 있고, 자본주의에서만 나타나는 단점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것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인류는 분명 과거부터 이러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왔고, 이를 통해 발전해 왔을 것입니다. 신분제가 사라지고, 여성의 인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올라간 것, 동성애나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등을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당연히 그랬어야 한다고,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일축한다면 더 이상 이야기를 할 수 없고, 그 자체가 인류 자체에 대한 모독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유명 위인의 이름에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이름이 함께 할 것입니다. 그들은 기록에 남지 못하고 그저 단 한 명만 남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모두가 무조건 같다면, 아무런 대우도 평가도 내리지 않는다면, 역사적으로 이름난, 뛰어난 인물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옳은 말들의 끝이 사회주의로 귀결되는 것이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분명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노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강요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태도는 3장이 되어서야 조금 누그러들었습니다.

편파적인 시선이 강하게 느껴졌던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는 몹시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의 성향상 어쩔 수 없이 조금씩 드러나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이전처럼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전보다는 다소 중립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풀어냈고, 한 사람을 더 자세히 볼 수 있게 했습니다.

물론 비건, 페미니즘, 종교적 부분 등을 이야기함으로써 첨예한 찬반 논쟁이 있는 이슈들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것들을 강요하지는 않았고, 그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다는 본인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을 과연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이어가야 했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부분은 여러 예시를 보여주면서 지나치게 성경 혹은 종교와 사회주의를 연결시키려고 하는 듯 보였습니다. 결국 이러한 내용들이 옳은 것이며, 그 옳음의 끝은 사회주의라고 은연중에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모습들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념에 대해 계속해서 말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어쩌면, 충분히 객관화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정확한 자기 객관화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타인과 함께 살아가고 그만큼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하게 우리는 타인의 말에 신경을 쓰고 영향을 받고 살아갑니다. 분명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에서 그쳐야 할 이야기들을 '그런데 남이 나에게 그러더라.'라며 말을 이어가곤 합니다. 그렇게 타인의 말을 본인의 주관으로 옮기며, 스스로 상처 입고 남을 다시 평가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곤 합니다. 이는 저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닌 척할 뿐, 더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애초에 남에 대한 평가를 함부로 내리는 것이, 서로의 이념이 다르다거나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무조건적인 비방을 하는 것이 더 잘못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더욱 덤덤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었어야 할 것 같으며, 그런 태도가 많이 결여되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도서 전반에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사실로써 어떤 이념을 받아들이고자 했고, 그런 이념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을 바라봄으로써 다른 시각을 갖길 바랐던 기대감도 깨졌습니다. 그렇게 사회주의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불분명했고, 그것에 대해 찬반이나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저자가 보여준 전반부의 과도함이 오히려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닐까 우려될 뿐이었습니다.


좋은 점

  •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함을 내포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유머를 기반으로 조성된 편안한 분위기의 문체는 빠르게 내용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적으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들은 적었지만, 기본적으로 그런 태도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자가 자신의 이념을 계속해서 고수하는 것이 유머의 힘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 전반적으로 짧은 호흡의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각 장들 속에 여러 소제목으로 이루어진 내용들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 내용이 길게 이어지지 않았고, 다양한 이야기들이 연이어졌으며, 짧은 호흡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 때문에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념이나 이슈들을 간결하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

  • 다소 노골적인 편파적 시선이 느껴집니다.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겠다던 포부의 시작과는 다르게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좋은 것은 무조건 사회주의이며 그것이 갖고 있는 단점에 대해서는 전혀 다루지 않습니다. 다분히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여 융화와 고민보다는 노골적인 적대 의식을 보여줌으로써 강요 아닌 강요를 합니다.

  • 무리하게 자신의 이념을 여러 사회적 이슈들과 연결 지으려고 하는 듯 보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소 과하게 엮어 나가려는 듯 보였습니다. 특히나 종교적인 부분에서 더욱 심화된 듯 보였으며, 결국 좋고 대중적이고, 긍정적인 모든 것이 사회주의라는 맹목적인 시선만 느껴졌습니다.

  • 전반적인 사실에 대한 근거가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사회 전반에서 보여준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 자본주의에 대한 평가 등을 저자의 입장에서 다루면서 그 내용에 대한 시작이나, 근거가 너무 부족해 보였습니다. 특히나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됐다는 말이 이어졌지만, 정작 어떻게 입증이 됐는지는 전혀 다루지 않은 채 부정적 시선만을 보였습니다. 결국 이 근거 부족이 저자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맹목적인 모습으로만 보이게 됐습니다.

  • 전반부와 후반부의 문체가 너무도 달라 오히려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전반부에서는 노골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엿보였습니다. 또한 사회주의의 긍정적인 모습들만 노출시키고, 단점이 없는 완벽한 이데올로기라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후반부에서는 다소 부드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보임으로써 이질감이 느끼게 했습니다. 물론 후반부도 은연중에 사회주의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보였지만, 오히려 더 사회주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제대로 말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총 평

어떤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요를 하지 않고, 설득하지 않겠다는 도서의 시작과는 달리 노골적인 태도를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강요 아닌 강요를 합니다. 결국 그러한 이데올로기로 산다는 것에 대한 자신의 개인적 경험이 아닌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다루었고, 주제에서 벗어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후반부에 갑자기 이런 모습을 다루면서 전혀 다른 도서를 보는 느낌이 들게 했고, 최종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사회주의 이념에 대해 제대로 알게 한다거나 자본주의의 폐해를 보여준다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였고, 사회주의자로 살면서 겪었을 다양한 경험들을 보여줄 것이라기엔 너무 이념적 이야기들이 많았고 무리하게 사회적 현상과 엮으려는 듯한 태도만 보였습니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노골적인 태도에 불쾌한 감정이 더 큰 도서였습니다.


평점

★ 5개 만점

★★☆ (주제 5 구성 6 재미 6 재독성 4 표현력 6 가독성 8 평균 5.83)

노골적인 1부, 일상의 이야기 2부의 주제가 극명하게 달라 보이는 어중간함.


감상자(鑑賞者)의 감상(리뷰)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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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자(鑑賞者)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쓴 책은 아니다. 그저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삶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썼다. 그러니 한 권의 여행서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주기를 바란다. - P12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별 기업은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로봇과 인공 지능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업자 양산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사회 불안이 야기된다. - P36

이미 남한이 북한보다 경제력으로 훨씬 우위에 있음에도 무엇이 그리 두려운지 북한을 보는 시각에 한해서는 여전히 수십 년 전 냉전 시대에 머물러 있다. - P60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오늘 밤에도 돈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구나. 그 소리에 괴로워했지만 오늘도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 P83

정말 이윤을 나지 않으면 재화나 서비스의 생산이 불가능할까? 우리가 무인도에 표류했다고 치자. 거기에서도 안정된 거주를 확보하려면 집을 지어야 한다. 사람들이 무인도에서 힘을 모아 통나무집을 지을 때 굳이 이윤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저 살기 좋게 지으면 그만이다. - P106

알다시피 자존감은 내가 남보다 우월해서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이 아니다. 타인과 비교 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감정이다. - P123

인간이 궁극적으로 이기심만 가득한 존재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이 초래하는 공동체성 파괴와 인간 소외 현상을 마치 본성의 산물인 양 호도한다. - P211

아무리 내가 사회주의 사상이 올바르다고 확신하더라도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거나 억지로 주입하고 싶지는 않다. 그럴 권리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양쪽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어느 쪽 편도 들지 않는 태도가 독자에게 더욱 큰 신뢰를 주지 않겠는가.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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